전쟁 시작 - 1일 차
난 음식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먹는 걸 절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의 음식에는 마법의 약이 뿌려진 듯하다.
난 배고픔을 모르는 사람 같다. 누가 하루를 삼시 세끼라고 정했는지? 왜 그랬는지? 따지고 싶다. 5시 30분 기상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양치하고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이 한 모금의 물은 하루 종일 먹을 음식에 대한 포문을 연다.
얼마 전 서재에서 공부하던 습관을 요상하게 바꿨다. 거실로 노트북을 옮겨 둔 것이다. 서재가 좀 답답하게 느껴진 것이다. 빈 거실은 좀 여유롭다. 작은 테이블을 하나 구입했다. 거실서 작업하려고 작정을 한 것이다. 이게 문제가 됐다. 거실에서 군것질거리를 책상 위에 두고, 넓어진 공간만큼 내 뱃속도 빈 듯 뭔가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과자도, 커피도, 때론 빵도 노트북 옆에 자리한다.
내가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면서 책 습관이 좀 바뀌었다. 손에 들고 있던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읽게 된 게 불과 3년 정도인데, 이때부터 노는 내 손이 할 일이 없어진 거다. 종이책을 볼 때는 책을 잡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책 맛, 종이 맛도 읽기의 한몫을 했던 데 이젠 마우스를 움직이며 줄을 긋는 작업밖에 할 일이 없다. 때때로 전자책에 메모를 남기지만 여전히 왼손이 할 일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바보같이 왼손의 할 일을 아주 이상한 곳에 역할을 줘버린 거다. 차를 한 모금할 때, 과자를 집어먹을 때도 왼손으로 한다. 굳이 필요 없는 행동을 만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배고파서 먹는 것도 아니다.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왜? 먹지? 이 가짜 배고픔은 어디서 비롯된 거지?
뭐야, 바보같이... 먹다가 먹는 나를 보며 혼자 구시렁거린다. 은미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이런 습관이 들어버린 거지?
평상시에도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다. 많이 먹기도 한다. 이게 나의 문제라는 걸 알지만 잘 고쳐지지도 않는다. 어디서 시작된 음식 과다, 식탐인지?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특별히 식탐이 시작된 건 결혼 후인 것 같다. 육아 스트레스? 맘대로 안 되는 일? 남편과의 갈등? 학원 스트레스? 뭘까? 언제부터 이렇게 음식을 탐하게 된 거지? 모든 문제들의 집합체가 아닐까? 현대에 배고파하는 사람보다 배고파야 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많이 먹어 탈이지, 못 먹어 탈인 경우는 드물지 싶다.
심지어 나의 과식은 음식을 먹으면서 다 삼키기도 전에 다른 음식에 손이 닿기도 한다. 식당에서건 집에서건 음식을 거의 남기지도 않는다.
남편은 음식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둘이서 식사를 할 때면 메인 반찬 하나면 족하다. 김치찌개에 계란말이 정도면 된다. 생선구이에 콩나물국, 김치면 되는 수준이다. 까탈스럽지 않다. 그리고 음식을 남기지도 않는다. 둘이 먹고 나면 접시가 설거지 필요 없는 듯 싹~ 비운다. 어지간하면 식당서도 그러하다. 만드느라 수고했을 테고 남으면 버릴 거니 내 배속에 넣어두는 거다.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입으로 욕심을 내는지? 맘으로는 그만하자 하면서도 손이 말을 안 듣는다. 여러 가지로 바보 같다.
대부분의 일상을 계획을 세우고 스케줄대로 잘 진행하는 편인데 딱 두 가지가 내 말을 안 듣는다. 식탐과 운동이다. 와~ 정말 어리석은 나를 본다. 어쩌나
운동은 당연한 일상인데 아주 게으르게 운동을 하는 중이다. 매일 가볍게 달리자, 걷자 하면서도 새 눈물만큼 밖에 안 움직인다. 이거 아주 큰일인데 말이다. 운동에 몰빵하고 열심히 다니기도 하는데, 한 번 끊긴 운동이 다시 시작을 못 하고 있는 바보다. 식탐도 이러지 말자 다짐을 하면서도 막상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브레이크가 안 잡힌다. 이 또한 바보다. 나의 바보 같은 행동을 어떻게 고치지?
가짜 배고픔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누가 이기나? 내가 맨날 질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야. 한다면 하는 내가, 늘 지고 마는 이 두 가지랑 이제 싸우고 싶어졌다. 아니, 이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전쟁을 선포한다. 은미야 잘 들어 너 이거 꼭! 이겨야 한다. 알지!!!
먼저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거야. 1주일에 3일은 땀나는 운동하기. 점핑하러 다시 가자. 오전에 시간을 만들어야 해. 그래 해보자. 일단 스케줄을 보니. 월, 목, 금 오전 10시 운동하러 가는 거다. 만약 못 가는 날을 계단 100충 오르기. 이거 해봤잖아. 할 수 있어. 그리고 달력에 체크하는 거야 스스로를 이겨야 다른 그 무엇도 이길 수 있어.
두 번째 식탐을 이기기. 일단 군것질하는 왼손을 떼찌하자. 과자와 빵을 구입하지 않기. 실은 안 먹어도 되는 거잖아 그리고 요즈음 소화력이 떨어졌는지 밀가루 음식이 부담스럽잖아. 그래 일단은 군것질거리 아예 사지를 말자. 그리고 저녁 후에 야식 먹는 거 끊자. 음... 이건 쿠팡 이츠를 삭제부터 하자. 요노무 요물 같은 쿠팡 이츠를 시작하면서 내가 더 유혹당하는 거야 당장에... 잠깐만... 쿠팡 이츠를 삭제했다. 좀 아쉽네~ 쩝 그래 지금 당장 실천하는 거야.
아~ 나의 바보 같은 가짜 배고픔의 식탐과 전쟁에 돌입합니다.
게으른 운동이랑 싸웁니다. 오늘이 1일 차입니다.
"은미야! 너 이거 이기면 진짜 승리자가 되는 거다"
나 이기기 작전 돌입!!
빠쌰!
난 오늘부터 건강해 지기로 작정했습니다.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꼭!! 이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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