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러지셨다. 온 식구 비상이 걸려 병원으로 집합이다.
울 엄마 83세 만 나이로 82세 억척같은 삶은 구겨진 손과 깊은 주름으로 한눈에 알 수 있다.
월천 양조장!
거창에서 제법 큰 술도가다. 엄만 양조장 큰딸로 부유하게 태어난 엄마의 일생은 전 국민이 가난하고 먹기 살기 힘든 시절을 어렵지 않게 보냈다.
그러나 남아선호사상이 당연했던 외갓집은 아들 하나인 외삼촌이 집안의 기둥이었다. 외삼촌이 당시 대학원까지 졸업하는 동안 딸인 엄마와 이모는 국졸로 학력을 포기하고 모든 걸 오빠인 외삼촌에게 다 양보해야 했다. 당연한 일인 양 순응했던 엄마다. 그러나 엄마의 동생들인 이모는 그럴 수 없다며 악착같이 늦은 공부를 선택했다.
당시 아버진 선비의 집 차남으로 탄생하셨다. 엄마는 남아선호사상으로 물든 집안이었다면 아버진 장남 선호 사상이 뿌리 집에 박힌 집안이었다. 마을 선비였던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자 할머닌 큰아버지를 아들겸, 남편겸 집중 케어를 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아버진 대학에 합격하고도 졸업을 못했다.
엄마의 남아선호사상은 딸 3이 아들 하나인 친정에서도 변함없이 대물림이 되었다. 남동생이 주산학원을 다니고 태권도 학원을 다닐 때 딸들은 아무 학원도 보내주질 않았다. 아무도 반발을 못했다. 아들이니까. 그거면 이유는 충분했다. 아들은 배워야 했다. 딸은 곁다리 인생을 살아도 되는 양 엄마가 자라온 대로 딸은 그냥 딸일 뿐이었고 시집가면 남의 식구라 여겼다.
그런데 아버진 달랐다. 딸도 배워야 한다며 딸 3을 모두 대학 공부를 시켰다. 어려워도 자식들 모두 대학 공부 시키고 대학원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건 아버지의 대학 졸업하지 못한 한과 아버지의 철학이 어우러져 있음이다.
덕분에 우리 4남매는 부모님 덕분에 평범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기초작업을 선물받은 셈이다.
근데 엄마는?
우리 엄마의 인생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여자의 일생이다.
내가 국민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한 장사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48년째다. 제발 그만하라고 말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 엄마의 고집에는 엄마만의 이유가 있다. 평생 시장에서 장사로 자식들 키웠으니 뭔가 다른 걸 할 줄도 모르고 하려 들지도 않는다.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먹고사는데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식들도 있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작은 연금도 엄마가 필요한 만큼은 될 텐데...
얼마 전 쓰러져 비상이 걸린 후 엄마는 다행히 회복하고 집에서 지내셨다. 1주일, 10여 일이 지나자 친정 2층에 사는 동생과 전쟁이 시작됐다. 엄마는 장사를 다시 하겠다고, 집에서 갑갑해서 못 지내갔다고... 동생은 말리고...
엄마께 전활 드렸다. 우는 울 엄마. 엉엉~우는 엄마다.ㅠㅠ
"내가 등신 같아서 싫다 내 나갈란다. 쪼매만 팔고 놀다오꾸마...."
엄마의 눈물은 안쓰러움이고 가여움이다. 왜 울 엄마 인생은 저래야 하나? 누가 저리 만들었나?
외할머니가? 외삼촌이? 사회적 현상이라고? 그대 다 그랬다고? 속상하다. 목메어 전활 끊었다.
휴~ 엄마를 쉬게 하려는 딸들, 그러나 집에 있으면 천정 보고 테레비만 보고 바보등신 같다고 싫다는 엄마. 이제 살만하신지 자꾸 나가고 싶어 우긴다. 단톡방에서 우리 4남매의 엄마 쉬기 하기 프로젝트를 만들기로 했다.
올케는 엄마 가게가 나갔다고 계약금이라고 엄마 통장에 입금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와~ 좋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근데 눈치 100단의 엄마는 일단 가게 나가본다고...
그 후
엄마는 다시 가게 나가신다. 아무도 못 말린다. 주말엔 쉬기로 하고 물건도 조금만 두고 놀기 삼아 시장서 놀고 온다고 약속하고...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엄마 좋소?"
이미 엄마 목소린 밝다. 생기가 돈다. 환하다. 살 것 같단다
"아이고 좋데이~ 피곤하면 들어가 방에 누웠다 일어나고 한숨 자기도 하고 망구 조쿠만~"
어쩌나 울 엄마를.... 휴~우~
나오는 한숨은 안도의 마음이고 또 한편으로 가여움의 마음이다.
한 여자의 일생으로 본다면 드라마를 써야 한다. 이제 울 엄마 같은 인생은 잘 보지 못하겠지만 가슴에 엉어리로 남은 딸의 무거움은 어찌 해결해야 하나?
가여운 울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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