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터가 되게

by 글담쌤


비 내리는 비닐하우스의 새벽은 '나는 자연인이다' 딱! 그만큼의 자유로움이다. 날마다 그럴 순 없겠지만 주말이나 연휴를 맞이하면 본능에 이끌리듯 찾는 곳이다. 숨을 쉬어야 사는 건, 물고기나 사람이나 똑같다. 어항을 벗어나면 죽는 금붕어는 바다에 가면 살 수가 없다. 사람도 그렇다. 어딘가 갇혀사는 건 마챦가지다. 직장에 메이고 가정에 메이고 자식에 돈에 건강에 ... 우리를 옥죄이는 그물은 얽혀있다. 그럴 땐 아무 생각 말고 숨을 쉬어야 한다.


눈 돌려 집을 훑어본다.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물건은 방뿐 아니라 마음도 어지럽다. 마음 청소가 필요하다. 숨통 튈 공간이 필요하다. 내가 내 집에서 구석진 자리라도 딱 나만을 위한... 숨 쉬고 싶다.


새벽하늘은 유난히 깨끗하다. 청소할 꺼리가 하나도 없다. 공간의 욕심을 낼 필요도 없다. 너무 귀한 건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냥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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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와 땅은 솔직하다. 물먹은 연초록의 새순은 색을 짙어가고 뿌리가 단단해지고 있다. 주말마다 자라 있는 초록은 언제나 신선하고 상쾌한 먹거리가 된다. 다른 어떤 채소보다 몸에 약으로 쓰인다. 작은 잎 하나도 소홀하게 볼 수 없다. 시장에서 사 먹는 채소와는 왜? 다르게 보이는 걸까? 내 땅의 구석구석에 자라나는 채소를 먹으면 더 건강해질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다. 내 손으로 내가... 감사한 일이다.


열심히 놀았더니 감기라는 손님이 찾아왔다. 오버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닥치고 겪어야만 아하~ 하고 깨닫는 어리석음. 반복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은 아싸하게 무조건 쉬어야겠다. 숨통이 트이게시리~



1) 원문장


어른 연습 / 오유경

퇴직하고 나서는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을 일터와 쉼터 모두로 삼아야 했기 때문이다.


2) 나의 문장


집은 있고 방은 있어도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맘대로 움직여도 되는 공간. 숨소리 하나도 세어 나가지 않는 쥐 죽은 듯 고요만이 가득한 그런 공간.


뇌가 개운하고 시원해야 온몸으로 흘러가는 혈관이 거침없다. 쉼터 같은 공간. 베란다 구석의 한평, 옷방의 귀퉁이 한평, 안방 침대 아래 한평. 한평의 행복이면 족하다. 그 정돈 만들 수 있겠지


집터가 일터이고 쉼터이고 숨 터가 되게.



#숨터 #글쓰는 피아노쌤 #매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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