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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Mar 21. 2021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는 시간

요즘 내가 주말을 보내는 방법

대학교 때 연극부 학회 동기들을 돕기 위해 홍보 스태프를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 학과 선배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포스터를 교내에 붙이는 단순한 일이었다. 또 연극이 진행되는 3일 동안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정도였다.


그때 나는 동기들의 연기가 오글거리게 느껴졌다. 대본에 빠져서 성량을 키우기 위해 방학 때도 학교를 나와 연습하던 배우 역할 친구들을 보면서도 ‘왜 저렇게 심취하지?’ 라며 진짜 연기, 연극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대본을 쓰고 무대장치를 수리하며, 조명들을 점검할 때도 나는 그게 우리만의 학회 잔치일 뿐, 연극에 몰두한 동기들에게 크게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매주 주말에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간다.


영화를 볼 수 없는 코로나 시국 때문인지 몰라도, 올해 초 대학로 연극 ‘라면’을 한번 보고 난 뒤 배우들의 호흡을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는 ‘연극’ 자체에 몰입하게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관객들의 추리 질문을 받고 상황을 이어가는 리얼 연극 쉬어 매드니스를 봤다.


쉬는 시간까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물 마시고 이야기하고, 휴식하면서도 1부 상황을 이어가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매력적인 연극이었다.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유쾌함, 발랄함이 느껴져서 에너지를 크게 느끼고 돌아왔다. 깨알 웃음 포인트들도 놓치기 싫어 쉬는 시간에 화장실로 자리 비우는 관객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내가 일상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연극을 사랑하는 이유는 배우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도 직업으로서 같은 내용의 연극을 매번 반복하겠지만 그럼에도 다른 에너지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대사와 호흡임에도 지루해 보이기는커녕 무대를 즐기는 듯한 모습은 나에게 큰 삶의 활력을 준다.

배우들 한 명 한 명 극에 몰입하는 순간들의 표정을 보면 ‘일’에 대한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감정에만 몰입한 배우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런 점에서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느껴진다. 나의 일상에서 내 직업이란 무엇인지 매번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며 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말이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만의 에너지, 기쁨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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