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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Mar 24. 2021

방구석 사무실

보이지 않는 사람과 일한다는 건


이직과 함께 방구석 사무실을 집에 마련한 지 85일째 되었다. 이제 곧 세 달을 채워가는 중이다.


첫 이직 입사하면서 3개월 정도만 지나면 능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시점이 되었는데, 아직 나는 제자리걸음이 아닌가 싶다.


비대면 근무로 입사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의사소통이다.


나의 의도와 관계없이 서로의 언어를 해석함에 있어서 비언어적인 표정, 말투, 시선, 개인 상황을 모르니 가끔 오해를 살 때가 있다.


반대로 얼굴 한 번 못 본 사람의 언어를 상황 전달보다도 나의 기분으로 먼저 받아들이기도 한다.


방구석에 혼자 앉아 상대방의 심리, 상황을 파악하기란 어렵다.


줌 화상 미팅에서 굳이 내가 마이크를 켜지 않아도 누군가 답을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 비대면 업무 방식에 문득 답답함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나의 의견이 필요 없다고 한들, 얼굴 보면 무시하지 못했을 한 마디도. 줌 미팅에서는 사치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일하면서도 노트북 너머 상대방의 표정, 말투를 상상한다. 가끔 줌으로 만나면 목소리만으로 컨디션을 파악하긴 하지만 왠지 상대방은 나를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아 침묵을 유지하곤 한다.


내가 상대방을 먼저 상상하고 배려하는 만큼 나는 배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가장 내가 방구석 사무실이 외로운 이유다.


항상 내가 준 것만큼 받을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따라 ‘나만 빼고’인 것 같았다.


왠지 노트북 너머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서로 잘 소통하고 있는데 나만 외딴섬인가 생각했다.


직장에서 친해지기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여전히 방구석 사무실은 혼자였고, 외로웠다.


가끔 출근하면서 동료들을 만나긴 했지만 그때뿐이었고, 다시 돌아온 방구석 사무실에는 아무도 주변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익숙한 공간, 사람이 더욱 그리워졌다.


방구석이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다만 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나라도 내 곁에 있어야 내 사무실이 든든할 테니까 이 외로움도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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