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일한 지 얼마 안돼서, 제가 잘 몰라서, 용어가 낯설어서, 누군지 몰라서,,,
경력직으로 입사한 지 6개월 차.
더 이상 ‘아직’이라는 유예시간이 끝나는 듯하다.
하지만 난 아직, 그럼에도 여전히 적응 중이다.
첫 직장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한 곳에서 보내면서 업무 흐름, 패턴, 방식에 대해 너무 익숙하고 주도하던 위치가 당연했다면,
이제는 메일 보내는 것 하나도 당연한 게 없는 낯선 곳에 홀로 서있다.
첫 퇴사도 싶지 않았고, 재취업도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 반갑게 들어간 새 직장에서의 적응 또한 나에게는 이런 첫 경험이 마냥 생소하기만 하다.
갑자기 이렇게 적응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 건, 아무래도 점점 실수를 하게 된 시점부터인 듯하다.
본격적으로 일을 맡아서 하다 보니, 점점 조금씩 실수와 누락이 발생하면서 단순한 업무를 놓치는 내 모습에 실망하며
주변인들에게 무거운 마음으로 지냈다.
전 직장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얼마든지 실수는 만회해줄 수 있으니,
과감하게 업무에 도전해보라는 말하던 내가 작은 실수들에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내가 마무리할 수 없는 일들을 늘여놓다 보니, 작은 실수도 크게 느껴지는 상황들에 부딪히면서
여러 직무 고민이 깊어졌다.
비즈니스 스킬과 관련된 엑셀, 영어 이메일, 보고서 작성법, 커뮤니케이션 등 끝없는 자기 계발에 대해 찾아보면서 결제도 망설이지 않았다.
의욕만 앞세운 적응 기간 동안 나는 조급함을 안고 부족한 점을 채우느라,
바쁜 듯했지만 전혀 내면은 텅 빈 느낌이었다.
늘여놓은 일들이 많다 보니 밀린 온라인 강의가 수두룩했고, 정신이 게을러지니 몸도 따라 움직임을 거부했다.
하루 중 움직임은 걸음 100보 안에 들 정도로 무기력해지는 날이 쌓여갔다.
온라인 홈트 영상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만료일만 다가오고 있다.
불안감과 답답함이 쌓였을 무렵, 더 이상 스스로 괴롭히는 괴롭히는 일은 그만두고 보니
나에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고민하는 것들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조급함과 불안함으로는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적응하기’는 낯선 곳에 던져진 누구라도 피해 갈 수 없으니 이때를 즐겨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 나의 모습은 어떤지,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이 주는 여유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쟁취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