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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May 30. 2021

퇴사 후 1년 뒤 나의 모습


퇴사후 정확히 1년이 되었다. 그때 하릴없이 걷던 거리에는 작년과 같이 꽃이 만개했다. 하늘도 푸른 날이다.

이대로 괜찮을까

재택근무와 오피스 출근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직장에 적응한지 어느덧 6개월이 되었다.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과의 접촉이 없었던 재택근무에서 지금은 조금 유연하게 사무실로 출퇴근 중이다.


그 사이에 나도 모르게 몸무게가 늘어났다. 확찐자가 되었다. 차마, 내 눈으로 그 숫자를 확인하기 싫어 집에 멀쩡한 체중계를 두고도 모른척 하는 중이다. 브이로그, 인스타를 보면 하루를 알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나를 위한 시간, 투자에 심취한 사람들을 보면서 운동, 자기계발 결심은 하지만 정말 잠시 뿐이다.  


그나마 주말에 일이 아닌 시간으로 운동을 하고자 한강에 따릉이를 대여해 달려가 본다. 역시 주말에는 여유롭게 운동복 차림으로 러닝, 싸이클, 야구 ,축구 등 저마다의 취미를 즐기기 위한 사람이 많았다.


주말 풍경도 잠시 길가에 핀 꽃들을 보니 딱 이맘때가 작년에 퇴사했던 시기라서 그때 본 풍경과 비슷한 것이 많았다. 그때 항상 주말에 저 사람들은 평일에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운동도 하는 건강한 삶을 사는구나 부러워하며 나 홀로 자전거 타는 모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때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면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역시 적응 시기에는 어떻게든 보여줘야겠다는 부담감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일을 하고 나서부터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물론 새로운 직장에 빨리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나를 위한 일이긴 했지만 내 안으로 더 견고해지기 위해 결심했던 글쓰기, 운동, 취미생활 가지기는 어느새 무뎌졌다.


제일 먼저 매주 글을 쓰겠다던 다짐이 무너졌고, 움직임에 관대해지면서 살은 찌고 만족하지 못해 마음도 무거워지는 나를 최근에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마음이 무거울 때쯤 자주 나오곤 했던 한강. 퇴사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그때와 비슷한 온도와 계절 풍경을 보며 새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꼈다. 그때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퇴사를 선택했고, 앞으로 삶에 대한 치열하게 고민했다.


답은 없었다. 결론도 없었다. 결국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기보다는 또 다른 직장에 취업해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뿐이다. 역시나 내 성향대로 성실하게 열심히 업무에 임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를 잊어버린 채 말이다.


잘하고 있어

일과 개인의 삶에 조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까지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진정한 워라밸은 나와 조직이 명확하게 분리되면서 역할을 충실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생활에는 내 삶과 조율이 필요하다.


그 조율을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일하기가 쉽지 않다. 업무 숙련도, 조직 내 인간관계, 직급 등 많은 요소가 작용한다. 그 사이클을 살펴보기까지 최소 1년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본다.


업무의 주기적인 흐름과 방향을 살펴볼 줄 알아야 하고, 해결 능력에 대해서도 경험이 필요하다. 최소 1년이라는 사이클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조금 눈을 뜰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나의 업무 해결 능력이나 이해도를 봤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구석이 많이 보인다. 어느덧 6개월이나 지났는데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보이고, 뭐하나 좋아지고 나아진 게 보이지 않는다.


줄곧 6개월 내내 채찍질만 했다.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남들과 비교하며 이런 내가 어떻게 적응을 잘할 것이며 업무를 따라갈 수 있냐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


남들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나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 가혹하게 더 모진 평가로 나를 깎아내리며 퇴사 후 지금까지 나에게 "잘했어"라는 한마디 조차 하지 않았다.


남에게 '잘한다'라는 말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퇴사 후 줄곧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재충전하면서도 나를 기준으로 두지 않고 여전히 타인을 기준에 두고 쫓아가기에 바빴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나는 내가 용기 있게 퇴사를 선택했던 그때를 다시 떠올리며 내가 얼마나 자신감 있었는지 되짚어본다.


여전히 계절이 지난 작년 이쯤에 핀 꽃들과 화창한 날씨는 변하지 않았다. 나도 변하지 않고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갈 수 있는 또 한 번의 용기가 필요하다. 다시 일을 시작할 수는 있을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원증만 봐도 마음이 울렁거리던 때를 잊지 말자.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확신을 갖자.


비록 아직 내 생활을 완전히 가질 수 없는 미흡한 구석은 있지만 그것도 괜찮다. 과정일 뿐 연연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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