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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Jul 18. 2021

나의 ON & OFF는 언제인가

평일에는 ‘나죽었다’ 생각하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루에 충실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 24시간의 2/3가 모두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라는 게 흠일 뿐이다.


약 8개월 간 백수로서 사원증을 걸고 다니는 직장인들을 부러워하던 시기도 잠시, 다시 일을 시작하니 일할 수 있다는 기쁨이 세 달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이직 후 어느덧 7개월이 흘렀다. 신규 입사자 교육을 받고 코로나로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재택근무와 오피스 출근을 반복했고 새로운 회사 적응기를 보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7개월 동안 내 뒤로도 조직 내 많은 경력직들의 입사하면서 경력직 중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우리끼리 선배 소리도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는 만큼 스스로를 다그치는 시간 때문에 요즘 몇 개월 간 나 홀로 야근을 남몰래 해왔다. 엑셀 수식 공부, 영어공부, 보고서 작성법 등 기초적인 업무스킬부터 시작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만 크게 보이면서 ‘나는 저들만큼 잘하는 게 없는데’ 라며 스스로 콤플렉스를 키워온 탓이다. 아무리 주위에서 잘했다고 말해줘도 야근한 시간, 노력이 아까우니 위로해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귀담아듣지도 않았다.


너의 하루를 돌이켜보면, 남는 게 있긴 하니?


일을 끝마치지 못한 채 9시가 다되도록 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상사가 던진 한 마디에 의욕을 상실했다. 열심히 일한다고 칭찬받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름 일을 미루지 않고 시키는 일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하려면 야근은 불가피했다. 내 일에 충실했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모습이 미련하게만 보였던 것일까. 할 일이 없는데 상사 눈치를 보면서 일한 게 아니라 내가 못했다면 마무리 짓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다. 그런 내 모습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바라는 건 많지만 칼퇴 주의 상사 한마디는 나를 강하게 흔들었다.


단편적으로는 그 뒤로 단순히 야근할 필요 없겠다 생각하고, 내일의 나에게 일을 맡겼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오히려 부담감을 내려놓고 내일에 맡기는 것도 적당히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는 분명히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일이 끝난 뒤 뭘 해야 할지 방황하며, 유튜브에 시간을 흘려보내긴 했지만 그 또한 나를 위한 휴식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아직 퇴근  평일엔 나의 휴식, 편안함을 즐기기 위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직하면 난 이런 워라벨을 즐길 거야 다짐했던 리스트를 다시 꺼내봤지만 지금 내 상황에는 맞지 않는 것 같고 예전과 같은 흥미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주간 퇴근 후 적당히 tv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직장인 브이로그를 보면 운동, 외국어 공부 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열정에 자극을 받긴 하지만 딱히 몸이 움직이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나마 평일의 무료함을 달래는 건 온전히  하루를 즐기고 집중할  있는 주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를 내 의지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도 평일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주말의 묘한 매력!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평일에는 딱히 맛집을 찾지 않고 사무실 가까운 곳으로 가는 점심이 아닌 맛집을 검색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요일을 살고 있구나 느낄 수 있다.


오늘 토요일에 방문한 곳은 성수동 comeoff라는 카페였다.


‘나 혼자 산다’ tv 프로그램에서 보고 알게 된 모던 미드 센추리 느낌의 인스타 감성 카페였다. 인테리어 소품과 조명이 여러 가구 톤과 잘 어울려서 인위적이지 않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평일에는 볼 수 없는 감성을 느끼면서 숨통이 틔이는 느낌이 들었다. 점심 먹고 여유롭게 점심시간에 맞추지 않고 카페에 앉아 오롯이 차 한 잔을 내 속도에 맞춰 마실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평일에는 카메라를 킬 일도 없었는데, 괜히 주변 풍경도 찍어보고 담아두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여기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도 나는 평일에 나의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물론 답은 그 또한 나의 커리어, 전문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아니다’이다. 다만 그 시간을 보내는 나의 모습이 썩 엄청나게 만족스럽다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화장실 가고 싶은 마음도 뒤로 한채 시간 분 단위의 줌 미팅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불편하다고 여겼으니 말이다.


비록 근무시간은 그렇더라도 앞으로의 나의 on&off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다. 지난 7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번아웃을 이기지 못해 퇴사했던 그때의 서투름을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상 어떤 시간이 off에 필요한지, on과 off의 비율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1차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off 시간이 무언가를 이루고 하기 위한 인위적인 시간보다는 그냥 나를 위해 쓰일 수 있었으면 한다. 꼭 목적, 목표가 있는 자기 계발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본질적인 질문부터 다시 던져봐야 한다.


오늘 24시간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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