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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Nov 03. 2021

일과 삶의 비율




평일에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지만, 벌써……’  하루를 반복한다. 동시에 오늘도 여러 가지 업무로 뭔가 바쁘게 보내긴 했고, 뭐든 마무리는 지었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미세하게 감도는 퇴근을 마주한다. 저녁밥을 먹고 나니 8시 40분쯤...


재택이라는 이유로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언제든 일 할 수 있는 환경이니 6시 30분 퇴근시간이 넘기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 잠깐 산책하고 돌아오면 밤 10시가 되고 오늘을 어떻게 기분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대부분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봤던 영화를 흘러가듯 틀어두거나 유튜브 이것저것 돌리다가 잠들곤 한다. 가끔 직장인 유튜버들을 보면 운동, 식단관리, 자기 계발하는 부지런한 콘텐츠가 삶에 자극이 되기도 했지만 핑계인 줄 알면서도 딱히 행동하진 않는다.


일하면서 너무 많은 고민, 생각으로 하루 종일 집중하다 보니 퇴근 후 쉬는 시간만큼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업무시간 동안 긴장, 집중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때문에 심리적 피로도를 심하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온라인 유통 회사에서 영업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MD가 소싱할 상품, 브랜드를 조사하고 제공하며, 팀 내 비정규직도 관리하는 HR 일도 함께 맡고 있다. 하루하루 긴급한 일이 많고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지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피로도도 빠르게 느끼고, 나의 의견을 정리해보고 다듬기보다는 흐름에 맞춰 당장 일을 끝내야만 하는 강박증에 시달릴 때가 많다. 업무 패턴이 이렇다 보니 업무를 이뤄내면서 나의 경력, 경험이 축적된다는 성장보다는 정신, 체력적 에너지만 엄청나게 소모되는 느낌을 받는다.



일을 배울 때는 깊숙이 파고들고 완전히 알아야 해


일할 때 성격이 급하고 능동적, 주도적인 행동으로 앞서서 보이다 보니 한 가지에 굉장히 몰두하는 편이다. 대충 알기보다는 조금 더 정확하게 알기 원하고 이해되지 않으면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공부하듯이 업무를 터득해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런 업무 성향이다 보니 일을 배우는데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퇴근 후 메일을 다시 읽어본다던가 미팅록을 다시 읽으면서 상황을 정리해본다던가, 내일 할 일도 전날 미리 표라도 만들어놓고 형식을 맞춰놔야 안심한다. 또 외부 인사이트, 아이디어 얻는 것도 좋아해서 관련된 서적이나 지식들을 모으기 위해 강의, 도서 구입 등 일과 관련된 정보들을 많이 접하려고 한다.


나의 모든 관심사는 일을 조금 더 잘하기 위해 업그레이드하면 좋을 기술 혹은 아이디어, 조사 등으로 내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첫 번째 직장에서 이로 인해 인정받으며 빠르게 승진했고, '일하는 나는 아름답고 멋있는 어른이야.'라는 감성에 빠져있었다.


물론 그 시절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을 누릴 수 있고, 실제로 성장했기 때문에 후회하진 않지만 그 경계를 두지 못함으로써 깊은 번아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퇴사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경계를 지키는 일


일을 통해 '나'에 대해 스스로 깨달아가고 성격, 태도, 가치관이 성숙해지고 단단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더욱 일만 몰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돌릴 줄 모르는 우직한 사람에게 큰 함정이 되기도 한다. 삶과 일 자체에 경계가 없어지니 일이 아닌 영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들도 흐려지고, 일 연장선 외에 뭘 해야 할지 조차 모르는 반쪽짜리 인생이 된 것 같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선배가 했던 말이 있다. "너의 80%만 보여주면 돼. 100%을 보여주면 120%를 원할 거고 더, 더, 더 그 이상을 원하는 회사의 요구에 좇아갈 수밖에 없어." 수동적이고 욕심 없는 직장인의 때 묻은 조언 같지만 이제는 나의 100%를 어떻게 내 삶의 비율을 두고 살아갈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일이 아닌 자신만의 취미와 경제 공부 등 흔히 N 잡러 시대에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나를 위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이다. 나를 위한 시간이든, 다른 부업이든 뭐든 일과 분리되는 나의 시간을 잘 지켜낼 의무가 있다.



사진출처

https://pin.it/aDN2EVa


https://pin.it/7pmaX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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