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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Oct 25. 2021

어쩌다, 눈물


이 타이밍은 아니잖아.


줌 미팅 중에 업무 누락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

어쩌다, 눈물을 흘렸다.


나의 부족함은 없었는지, 내가 감당 못할 일들을 손에 쥐고 있다가 놓쳤던 건 아닌지 등 이 모든 상황을 내탓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왜 지금?’ 어디에서 온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한동안 바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서서히 올라오는 뜨거운 눈물과 두근거리는 떨림을 보아 나도 모르게 스며든 감정들이 쌓여 몸에 신호를 보낸 듯했다.


항상 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그래서?, 어떻게?” 집요할 수도 있는 구체적인 답을 이끌어내려 질문했다. 남자친구는 내가 ‘명확하게’ 모든 답을 요구하는 것이 때로는 궁지에 몰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내가 명확한 답을 들으려 했다기 보단  본인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분명하게 할 수록 그 대화가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줄곧 나의 대화법은 명확했다.


그런 내가 요즘 불분명한 나의 감정을 불쑥 불쑥 만날 때마다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던지던 질문들이 나에게는 유효하지 않았는지,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이제는 굳이 다른 사람을 도와준답시고 집요하게 ‘왜’ 질문하지 말고 차분히 들어야겠다.)


나를 향한 질문에는 어색했고 답변 하기도 너무 어려운 모습을 보며 스스로 많이 돌보지 못했구나 느꼈다. 누군가의 기준에 부합한 사람이 되고자 맞춰오느라 힘들었던 나를 다독이고 오늘 하루는 잘 보냈는지조차 물어보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주말 이틀은 가족, 연인, 친구랑 보내다보면 또 나를 돌아볼 시간은 놓치고 일터로 돌아가 차곡히 언젠가는 터질 감정들을 모으는 시간이 반복되는 듯했다.


이를 해결하거자 혼자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며 쉬려고 했던 주말에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그대로 맞서려니 몸이 아팠다. 컨디션이 너무 안좋았고 부정적인 감정선을 들춰내다보니 의욕도 잃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됐다.


몸이 거부할 때는 흘려보내자.


아무래도 오랫동안 묵혀왔던 마음을 꺼내는 일이란 익숙하지 않을 수 있으니, 억지로 하지말자 접어두고 친구와 만났다. 날씨도 좋고 왠지 주말에 즐길 감성 카페와 맛집을 방문할 생각에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저 웃으면서 조용히 듣는 시간을 가졌다. 내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녀의 입장에 빠져들어 하소연에 공감하는 일이 재미었다.

내 상황은 철저하게 잊고 그녀들상황,이야기에만 몰두했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를 치다보니 나도 모르게 겉에서 머무르던 가벼운 우울한 감정들은 조금 걷힌 듯 했다.


그렇게 겉에서 맴돌던 어지러운 먼지들이 닦이니 조금씩 진짜 내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요즘 알 수 없는 우울한 감정에 휩쌓였던 이유는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직장생활에서 기인했다. 일하는 상황이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이상으로 벅찼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긴급한 상황을 매일 마주하며 긴장상태에 있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


매일매일 똑같은 업무가 반복되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 즉각적으로 수행해야할 일이 많아 자주 긴장상태에 놓였다. 기한 내에 끝내야한다는 압박감과 이를 지시하기 위한 상사의 끝없는 업무 전화까지 더해지니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감각이 예민한 상태로 하루의 2/3 시간을 보내다보면 퇴근 후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방전 상태에 다다른다. 나의 하루를 되돌아보고 다독이기 보다도 빨리 이 긴장상태를 풀어내고자 유튜브를 틀면서 머리를 비워내거나 조금 찌뿌둥한 날에는 산책하는 정도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속을 비워내는 것보다도 울렁이는 마음을 잠재우기만 했다.


오랜만에 이번 주말엔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하는 재미로 스트레스를 해소 했다. 평소에 아무리 돈을 쓰더라도 잠시 뿐, 근본적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제약없이 즐길 수 있다는 여유로움에 감사함을 느꼈다. 어쩌면 참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간이 더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그 시간이 있기 때문에 오늘이 더 행복했겠다 싶어 마음을 짓느르던 생각을 바꾸고 내 감정의 주체가 되자 다짐했다.


요일 출근을 앞두고 ‘하기 싫다, 모르겠다’ 는 마음보다는 나의 능력, 역량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태도로 힘을 내보는 건 어때...?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이 아니었다면 혼자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고 넘어갔을 나의 마음. 이번 주말은 나의 마음에 대해서 집중했다. 억지로 마음을 바꾸는게 아니라 내가 행복한 일에 집중할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몸이 주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내마음 챙기는 일에 소홀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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