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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Aug 29. 2021

비대면으로 잊고 지냈던 것들에 대해

zoom 이 일상인 코로나 시대의 직장인 생활


"이직해서 일은 어떻게 배워요? 재택한다면서 일은 제대로 배울 수 있어요?"


"그냥...처음 이직해서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하면 줌으로 화면공유 하면서 어떤 업무하는지 보여주는거라.... 재택이 아니었다고 해도 필요하면 자리가서 화면 보고 얘기하는거랑 비슷한거 같아요..다만 바로물어볼 수 있는 것도 메신저로 상대방의 업무 상황이 어떤지 파악해야하고, 줌으로 볼 수 있는지 확인하는게 조금 번거로울 뿐이죠."


작년 12월 말에 첫 이직, 첫 재택 근무를 경험했다. 입사한 회사에서는 이미 작년 5월 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해서 그런지 신규 입사자가 왔을 때 안내 방식이 비대면 교육 자료로 잘 갖춰져 있어서 특별하게 부족한 점은 못 느꼈다. 다만 팀원들과 직접 부딪히고 친분을 쌓으면서 조직, 회사 문화 분위기 알아가고 각각 담당하고 있는 업무 RnR를 파악하는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도 이런 비대면 업무 방식에 익숙해졌다.


특별하게 웃을 일 없는 직장생활이긴 하지만, 사람들과의 정서적인 교류가 모두 글자로 이루어지면서 공허함을 느낄 때가 많다. 흔하게 출근하고 퇴근할 때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것부터, 점심을 뭐먹었냐는 가장 흔한 대화 조차도 나누고 있지 않는 모습을 최근에 인식했다. 표정없이 목소리로만 일하는 것 또한 상대방의 상태와 심리를 알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나만의 오해를 쌓기도 한다. (내가 말투, 표정에 조금 더 예민한 사람이라 그렇긴 하지만...)


출퇴근하면서 인사나누기

매일 아침에 하는 일은 메신저를 띄우고 각 채널에 인사를 남기기 시작했다. 당연한거 아닌가 싶지만 사무실에서 얼굴 보고 만나던 것과 다르게 메신저로만 마주치면서 '인사'에 인색해진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를 한 번 더 알게 된 건 최근 미팅에서 "우리 그래도 출퇴근 하면서 서로 인사는 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동료가 제안을 했다. 지금까지 출퇴근인사는 친한 그룹이나 형식적인 관계에서  업무 처음 혹은 마무리 멘트였는데 정말 우리가 인사를 안하고 지냈구나 깨달았다.


다른 조직에서는 메신저에서 어떤 출퇴근 인사를 하는지 모르지만, 슬랙(slack)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조직원이 함께 보는 채널방이 있다. 그곳에서 지금까지 아무도 출퇴근 인사를 하는걸 본적이 없었는데, 그것부터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했던걸까.


항상 대화를 처음 시작할 때도 간단한 인사보다 바로 미팅 가능 여부, 협조, 문의 요청 등 즉각적으로 문제 해결 중심의 대화만 나누는게 전부였다. 동료의 제안으로 약 한 달정도 출퇴근 인사를 나누다보니, 단순히 "안녕하세요.", "고생하셨습니다." 외에 조금 사적인 이야기들도 공식적인 곳에서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다. 항상 어색하고 업무적인 거 외에 말할 거리가 없었던 동료들과도 '자기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형식적으로 나누는 인사가 뭐 별거 있겠냐고 여겼던 생각과 다르게 서로의 이야기에 이모지를 붙이고 일상을 공유하는 하루의 시작과 맺음이 기분 좋았다. 일에만 파묻혀 서로 격려하지 못했던 감정 표현도 편하게 꺼내 놓으면서 뿌듯한 하루로 마감하는 날도 많았다. 오늘 이런 점 때문에 너무 서로 고생했고 좋았다 등등 긍정적인 응원을 아끼지 않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게 진짜 메신저의 기본 기능이지!


표정, 몸짓 없는 대화. 비디오 공개는 선택.


줌에 접속하자마자 음소거, 비디오 비활성화 하기 바쁘다. 씻지않은 모습이 발각될까봐, 가족들 혹은 강아지 소음이 들어갈까 등등 나의 사생활 공개와 정돈 되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줌 미팅에 접속하자 마자 음소거 되는 것 또한 아쉽다. 미팅 시작전에 분위기도 풀고 참석자들과 간단하게 agenda에 대한 생각도 나누고 헤어 스타일이 바뀌었다면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오늘의 심리도 파악할텐데 말이다.


여러사람이 한번에 말하면 마이크가 물리기 때문에 모든 화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단점 때문에 미팅은 소수의 mic 를 통해 이루어진다. 모두의 의견을 듣겠노라 하지만, 한명이 자신의 주장을 말하면 그걸로 대부분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어쩌면 회의에 모두를 집중시키는 구조가 아닌 소수에 의해 굴러가는 일방적인 소통의 자리가 되었다. 이미 마이크 음소거 해도 별 문제 없겠다 싶은 미팅 참석자들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의 중요한 일이 껴있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 음소거로 미팅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재택할 때는 아니더라도 사무실에 출근한 날에는 꼭 비디오를 켜고 모든 회의에 참석한다. 그럴 때만이라도 얼굴도 보이고자 비디오를 선택한다. 가끔은 배경 선택, 효과 주기 재미에 빠져 소소한 웃음거리도 만든다. 그렇게 얼굴을 보이다가 힘들었던 한때 눈물을 보이게 된...부끄러운 상황도 생겼지만..




코로나 시국에 재택하면서 내가 어떻게 일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었던걸까.


다양한 매뉴얼, 미팅록, 보고서 자료를 통해 팀의 업무 이력을 파악하고 설명 들은 것도 있지만 이것은 비대면이 아니어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굳이 비대면을 통해 달라진 건 없지만 2%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정서적인 교류 측면이 크다. 비대면 환경이 주는 자체로 만족도가 높은 면도 있지만 사소하게 나마 내 하루를 가장 많이 공유하는 사람들과 어떤 의사소통을 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다가갈 필요성을 느낀다.


모든 팀원들이 슬랙 프로필에 캐릭터, 배경 등 취향 사진을 업로드 했을 때 나는 증명사진을 올렸다. 다른 팀에서 메신저를 보내든 우리팀이든 나의 얼굴을 각인시키고자 했던 신규사원의 작은 패기였다. "얼굴에 자신있나봐요?"라는 이상한? 말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가 비대면 방식에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었고, 얼굴보면서 지켰던 매너들을 잊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것 같다.


비대면으로 일을 배우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이 무슨 업무를 하는지 명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질문도 여기저기 튀고, 혼자 외딴 섬에 떨어진 업무를 하는 거리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럴 때일 수록 얼굴 보고 일한다는 마음으로 잊지 말아야할 것, '매일 인사하기&가끔은 얼굴 보여주기' 나를 상대방에게 각인시키는 가장 성실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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