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도 앞으로 뭐해먹고 살지라는 고민을 하는 중이다. 당장 일자리를 잃는 것도 아니고 나만 마음잡고 열심히 하면 될 것을 도무지 '이 일은 내일이 아닌가 봐'라는 마음만 커진다.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 지금 너무 좋아서 이 일은 꼭 해보고 싶은 것도 없는데 중심을 잡지 못하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걸까.
20대 초반도 아니고 30대 초반에 나에 대해서 다시 고민한다는 게 늦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나에 대해 더 알아가 보기 위해 제목부터 강렬하게 끌렸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돌이켜보며 그 안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찾아보려고 했다.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은 다르다.
대학교 때까지도 특별한 나만의 개인적인 취향, 관심사가 없었다. 진로, 적성 문제에 대해서도 원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았고 선호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도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들을 발전시키는 방법은 생각 못했고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대학교 입학해서는 입시 목표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 있는 20대를 살아보고 싶었다. 해보고 싶은 건 딱히 없었지만 뭐라도 이것저것 해보자 싶어 학회, 동아리, 대외활동을 닥치는 대로 했다. 내가 원하는 활동들이었지만 경험으로 끝이 날 뿐 나를 설레게 하는 건 찾지 못했다. 그렇게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하려고 보니, 진짜 나 뭐하지라는 고민에 빠졌다.
20대 초반 나의 큰 관심사는 화장품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뷰티, 화장품과 관련된 일을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겠구나 싶어 대학 졸업 후 뷰티 영업직무로 인턴을 시작했고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제품 판매, 재고 관리, 매출 기획 등 뷰티 매장을 관리하는 일은 내가 화장품을 좋아하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물론 일하면서 늘 보는 게 화장품이니 틈틈이 전문적인 지식도 쌓고 신상품을 제일 처음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것과 일하는 것은 달랐다.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공연 기획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퇴사보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두려움
7년이라는 시간을 대체로 만족하면서 보내긴 했지만 영업직무 중에 나의 성향과 맞지 않는 지점을 만날 때마다 퇴사 욕구와 함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앞으로 내가 뭘 할 것인가에 대해서 지금 경력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본질적으로 내가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게 항상 막막했다.
정신없이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중 여러 환경에 지치면서 번아웃이 왔고 감정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첫 회사를 7년 차에 그만두었다. 퇴사를 할까 말까 고민보다 내가 앞으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본질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막연함에 대한 답답함이 더 컸다.
퇴사 이후 이직을 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첫 직장 때 했던 고민이 크게 줄어들거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하는 게 버티기 힘들 때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 일인데 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나를 의심하고 답답함만 늘었다. 마음 급했던 이직은 나의 고민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언제든지 나를 흔들어 놓고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든다.
하고 싶은 일에 다가가는 첫걸음
하고 싶은 일 찾기는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외부의 기대로 생겨난 '해야 할 일'에 얽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32살, 아직도 하고 싶은 일 찾기로 방황하고 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는 빠르고 늦음이 없다.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나인식을 해야 하는 포인트는 크게 3가지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소중한 것을 먼저 세우는 일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친구들에게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 침묵이 5분 정도 흘렀을 만큼 의외로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한참을 고민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지금 당장 대답할 수 있다면, 나의 고민은 끝날까? 욕심내지 말고 결론짓고 끝내려 하지 말고 지금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는데 집중했다. 당장 이걸로 어떤 직무, 회사를 알아보겠다는 마음을 누르고 있는 나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기 위해 순수하게 내가 가진 것들을 집중해본다.
1. 좋아하는 것 (흥미)
기록, 리더십, 생각정리, 팀워크
대화를 정리하기 (핵심/요약), 자료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기록), 으쌰 으쌰 독려하면서 팀워크를 발휘하는 일, 동료들을 리드하고 계획적으로 업무 수행하기, 혼자 조용히 독서하기, 상대방의 이야기를 요약하고 핵심 문구 point , 스토리 라인 만들기.
의미를 발견하는 분석, 논리 정연하게 말하고 글 쓰는데 관심이 많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공감하는 소통을 좋아하고 계획적으로 내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에 편안함을 느낀다.
아직은 일하는 환경 안에서 좋아하는 일이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매일매일 매출에 시달리는 데이터, 전략가 기질보다는 감정 교류, 공감할 수 있는 사람 관리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선호한다.
2. 잘하는 것 (자연스럽게 남들보다 잘하고 해도 힘들지 않고 기분 좋은 일)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타인의 기분을 잘 파악한다", "끈기 있다" 등 학습, 업무 스킬 (엑셀, ppt) 개념이 아닌 자연스럽게 잘하는 건 뭘까. 낯을 가리기 때문에 어떤 자리에서나 말을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해야 할 말이 있을 때, 필요한 상황에서는 정리된 생각을 꼭 말한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일을 진행하는데 쿠션 멘트나 이야기를 틀 때 부드럽게 상대방의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
항상 말을 조리 있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말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글로 표현할 때 업무적인 정확한 소통을 간결하게 줄여서 내 생각을 잘 전달한다.
3. 소중한 것 (가치관) 어떻게 살고 싶은가 (Being), 일의 목적을 발견하다
비전문가, 일반 사무직으로서 간호사인 동생을 부러워했던 한 가지는 생명을 다루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인간의 목숨을 살리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고 아픈 사람들을 도우며 존중받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고 상품을 파는 것 그 이상의 가치. 상품이 아닌 나의 생각/ 가치관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어떤 인사이트를 주고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 정보전달 등 나의 생산적인 일이 나에게서 그치지 않고 선한 영향력을 가지는 삶을 살고 싶다.
- 좋아하는 것 X 잘하는 것 =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 - 좋아하는 것 X 잘하는 것 X 소중한 것 = 진짜로 하고 싶은 일
당장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소중한 무언가를 답변함으로써 앞길이 달라지진 않는다. 다만 내가 어떤 걸 더 싫어하고 가깝게 하고 싶은지만 알더라도 내가 불필요하게 쓰는 에너지는 줄일 수 있다. 남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으려고 관심도 없는 온라인 강의를 결제하고 들여다보지도 않는 낭비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한 선택, 무엇이 우선이고 버려야 할 건지를 가리기 위해서 흥미만 단순히 좇지 않고 신중하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 부록의 질문에 답도 혼자 적어보았다.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