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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Aug 10. 2022

퇴사합니다.독립하려고요.

책리뷰

직장인과 직업인의 경계에서 나는 앞으로 어떤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직장 생활도 만족스럽지 않다보니 밤에 자기 전 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면서 좌절하는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단순 도피를 위한 취업사이트 검색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걸 알면서도 '어디든 내가 일할 곳은 많을거야!' 위로와 위안의 시간으로 이력서를 업데이트 하곤 했다.


『퇴사합니다.독립하려고요.』

짧은 뉴스레터 형식이고 인터뷰 형태의 글이기 때문에 각각 목차별로 쉽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어느순간 취업 포털 사이트 검색은 멈추고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읽는다면 이런 책이겠구나 싶어 자기 전 조금씩 쓱쓱 읽어내려갔다.


다시 정의하는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을 축구하는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요. 
9시부터 6시까지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는게 워라밸이 있는 삶이 아니라, 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더라고요.

한창 업무 적응이 필요한 이직 초반에는 퇴근이 늦었다. 지금도 종종 일에 치여 던져진 업무를 처리할 때면 야근을 하곤 한다. 당연하게 퇴근시점에 내일 바로 업무 준비됐으면 좋겠다는 무책임한 말을 나는 책임감 있게 마무리 해야했다.


지금은 야근하지 않도록 업무 속도도 조절하고 책임감도 내려놓아 퇴근은 빨라졌지만, 워라밸이 보장된 건 아닌 듯하다. 퇴근 후 자유시간은 더 주어진거 같은데 오히려 지나간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를 보면서 잠이 들 때가 많다. 


평일을 뒤돌아보면 일말고는 한게 없는 듯한 후회가 밀려온다. 퇴근만 정시에 하면 내가 원하는 생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퇴근 시간과 워라밸은 관계없었다.


워라밸은 마음의 여유라는 말이 와닿았다. 시간의 여유보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에너지,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에 지쳐 더 이상 하고 싶은게 없는 상태로 퇴근은 빨라졌지만 지친 마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쓰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단순히 일이 많다는 것 외에도 사람들과 오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와 풀리지 않는 '화'라는 감정을 풀지 못해 스스로를 주저앉혔다.


프로 방황러가 얻을 수 있는것

처음 이직을 생각했을 때, 다시 방황을 시작해야 한다는 막연함이 너무 싫었어요.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면 엑셀을 세게 밟을 자신이 있는데, 목적지가 어디인지부터 찾아야 하는 게 너무 막막했던 거죠.

회사에서는 일을 해내야 겠다는 책임감에 던져지는 상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도 project를 만들고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등 나를 위한 목적지 고민은 게을리 하게 됐다. 


일하는 것 만큼 나에게 충실한다면 나의 방황은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방향만 잡힌다면 열심히 할 자신은 있는데, 어딜 향해 써야 할 에너지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지금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


일하면서 가치를 두고 싶은 것

부질없어질 '인센티브', '상사의 평가' 보다 더 본질적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바로 '사람' 그리고 '일의 본질'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조차 나도 모르게 상사의 평가, 타인이 나를 잘 바라봐줬으면 하는 욕심에서였다. 그 사람들의 평가로 인해 나의 인센티브, 승진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나를 향한 어떤 감정표현에도 나는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을 먼저 생각했다.


나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상사에게도 참는 법을 직장생활로 배워야했고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도 전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걱정했다.


나의 성공, 목표를 타인에게 맡긴다면 계속 끌려다니는 삶을 살아야한다. 직장생활 하려면 그런 것도 배우고 참을 줄 아는 것이 어른됨의 성장이라고 했지만 내가 나를 깎아가면 버티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당장의 업무 고과에는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이 회사에서 내 평생을 보낼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가치를 둘 건 아니니 진짜 내가 직장에서 해야할 것과 버려야할 것을 구분하자.


사람과의 관계는 조금 뒤로 하고 내가 업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집중하고 '일' 을 먼저 생각하자.


감정노트 적기

그냥 삶이 지루한 건지, 회사 내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는건지. '화'라는 감정이 무뎌지지 않도록, 병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감정을 잘 살펴보는 거예요. 그리고 차근차근 떠날 준비를 하는 거죠. 떠날 준비를 한 사람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도 싫고 마땅히 가고 싶은 곳도 없다보니, 막막함에 앞서고 풀리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는 자꾸 내 시간을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매일 화는 쌓여가지만 수직관계에서 을이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상대방이 바뀌지 않는 한 부정적인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는 나의 감정을 잘 살펴보는 방해요소기도 했다.


남에게 푸느라 시간 쏟으며 내 감정을 더 깊게 끌어내지 말고 감정노트를 적기로 했다. 욕이든 짜증이든 남에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서 풀려고 하지말고 적어내려 가기로 했다.


나라도 나의 감정을 잘 들어주기로 했다.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서 풀기보다는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다.


퇴사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퇴사를 하느냐 마느냐 보다도 나는 어떤 삶, 일의 방향을 그려가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퇴사는 그 과정 중에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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