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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Jul 02. 2020

돈 벌려면 돈쓰기부터

얼마면 취업하니


한 달 동안 결제한 것들만 500만 원?? 돈 벌려다 보니 어째 돈이 더 드는 모양새다.


‘건강하고 날씬하게, 30대를 시작하자

운동방법을 배우려고 개인 PT를 시작했다. 1시간 걸리는 헬스장까지 알아보게 되었는데 떨어진 체력을 빨리 회복하고 싶었다. 확실한 다이어트와 체형교정을 보장한다길래 고민하다 결국 결제했다.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

글 쓰는 근육을 다시 깨우고 싶어 한 달 하루 30일 글쓰기 강좌를 등록했다. 다이어리에 끄적대는 일기 말고 제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풀어내는 법을 다시 배우고 싶었다. 자기소개서를 쓰려니 나의 삶을 돌아보는 키워드를 찾아내고 돋보이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포토샵은 필수지’

글과 함께 그림도 잘 그리면 좋겠다. 내 캐릭터를 직접 그리고 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재치 있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주말에는 컴퓨터 학원에 가서 포토샵을 배워야겠다.


‘나도 갬성 배울래’

인스타그램을 눈으로만 보지만 예쁜, 멋있는 사진을 제대로 찍어서 나도 인싸 돼보자 생각했다. 핸드폰으로 사진 잘 찍는 방법 취미 온라인 강의를 등록했다.


'부수입?'

블로그 포스팅 세계가 활발하다. 체험단 리뷰로 공짜로 제품도 써보고 글을 잘 쓰면 된다고 한다. 나중에 취미처럼 글 쓰면서 수익도 낼 수 있다니 요즘 사람들이 많이 한다는 블로그 다루는 법에 대한 강좌도 등록해본다.


‘기타 자격증은 기본’

이직을 준비하면서 경력에 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만한 나름 스펙을 쌓아야 되지 않나 고민하다 보니 기본적인 자격증은 해야 된다. 컴퓨터 활용, 영어자격증은 준비해야 될 것 같다. 강남, 신촌 괜찮은 학원 없나 알아본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취업 보장?’

내가 원하는 직무 경험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무작정 현장에서 배우자고 덜컥 신입으로 지원하기는 겁난다. 경력 인정 없이 맨땅에 헤딩인데 색다른 거 없을까 싶어 여기저기 찾다 보니 직무 계발 클래스 사이트가 넘쳐난다. 취업연계까지 밀착 관리되는 학교 개념의 온오프라인 강의는 수강료가 500만 원까지 치솟는다. 아무리 취업보장이라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확실하지 않을 상태에서 투자하는 것은 무리다.




지난 취업준비생 시절을 뒤돌아보면 그때는 눈에 띄게 돈을 많이 쓰지 않았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 시장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정성스러운 자기소개서라면 될 줄 알았다. 방학 때 꾸준히 해왔던 대외활동 경력만 들이댈 뿐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이력을 붙이기도 애매했던 건 23살의 나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관심과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그때 기회가 닿는 대로 시작한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취업 준비기간도 없었다. 인턴 취업과 동시에 졸업식을 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스스로 테스트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일을 시작했다. 꾀부리지 않고 빨리 적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나의 시간을 할애했다. 쉬는 날도 화장품 제품 이름을 외우기 위해 B4 사이즈로 상품명을 30장 뽑아와서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제품 특징을 외웠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목표가 분명했을 때가 오히려 행복했다. 다른 걱정할 필요 없이 이것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잡생각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이 곧 나의 일이 되었을 때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물론 계획적으로 스스로 재촉하는 성격에 일도 빠르게 배우고 많은 일들을 추진력 있게 도전해왔지만 어떤 끝을 둘지 모르는 이번 목표는 불확신의 연속이다.


취업시장에서 어린 나이가 아니니 다시 시작하려니 겁이 나는가 보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는 것도 돈이 드는 현실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할 수 있는 건 없는지, 헤매고 있다.


나를 위한 투자라고 위안을 삼지만 앞으로 좀 더 신중해야 될 필요성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호기심만 가지고 모든 걸 해볼 수 없으니 나를 더 잘 파악해야 돈도 아낄 수 있다. 500만 원어치를 하니씩 수행해가면서 나는 나를 알기 위해 시작한 일들도 결국은 나를 알아야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누구도 가르쳐주고 만들어줄 수 없는 ‘나’를 찾는 돈쓰기는 그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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