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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Oct 25. 2022

가을이와 첫 만남

타다타닥...탁탁탁..총총총...내 뒤에서 뭔가 다가오는 미세한 소리가 난다. 종아리 밑으로 덩어리가 쑥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러 나가면 요즘 들어 부쩍 더 많은 강아지들을 만나는 것 같다.


맞은 편에서 강아지가 걸어오면 목줄을 하고 있더라도 도보 맨 끝으로 피해가거나 수고스럽게 길을 건너서라도 스치는 것 조차 멀리한다. 유난히 강아지, 고양이 등 살아 움직이는 동물에 대한 감각이 예민한 편이었다.강아지가 있는 카페, 서점,  동물에게 물린 적은 없지만 나는 강아지, 고양이가 너무 무섭다.


이렇다보니, 일상생활에 제약도 많고 참 불편하다. "네가 쟤 덩치 100배야!!" 라는 말을 들으며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올라왔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스치는 것조차 나는 물텅물텅 생명체와 부딪히는게 무서울 뿐이다. 주인장이 키우는 강아지가 있는 카페, 서점, 미용실, 네일샵 등등 강아지가 있다면 우선 방문 제외 리스트다.


나중에 배우자가 될 사람이 강아지를 키운다면, 그 사람과는 연애부터 시작하지 말 것. 절대 결혼할 수 없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다짐과는 달리 남자친구가 몇 달전 부터 부쩍 데이트하다가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보며 너무 귀엽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내가 무서워하는 걸 알기에 딱히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면서 감탄사를 외친 적이 없었다. 최근에는 산책 나온 강아지들을 보며 강아지는 몇 살 쯤 됐겠구나, 미용을 예쁘게 했네 등등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내가 워낙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스쳐 지나만 가도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강아지를 키우겠다는 말은 당연히 하지 않았는데 외로움을 타는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점점 강아지에 대한 열망은 커졌고, 새끼 강아지를 입양하면 애기때부터 보니까 많이 안무섭지 않을까 하며 나에게 몇 주 내내 귀여운 강아지 사진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만지는게 아니라면 나도 강아지 영상, 인스타 사진은 좋아한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가 강아지를 키운다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다.

어느날 구체적으로 말티푸 종에 대해 설명해주며 아기 강아지고 많이 크지 않아 엄청 귀여운 아이가 있다며 관련된 사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오랫 동안 공들여서 나에게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흘린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며칠을 계속 남자친구는 애견샵을 방문했던 것 같다. 새끼 강아지들을 보기라도 하면서 힐링하고 싶어서 가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아이가 있었고 진짜 입양을 고민했던 것이다. 일하고 있는 오후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나 고민이 있는데, 강아지 정말 키우고 싶어...!" 내가 워낙 강아지를 무서워하다 보니 나의 동의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일하는 중간에 연락하는 사람이 아닌데 갑자기 전화를 해서 진짜 엄청난 일이 생겼나 했는데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가을이가 우리 가족이 되었다. 10월 가을에 찾아온 아가로, 이름은 가을이로 지어주겠다고 했다. 사진으로만 만난 사이지만 왠지 낯설지는 않았고 정말 하얀 양말을 신은 천사처럼 작고 귀여웠다. 다른 강아지는 무섭더라도 왠지 가을이만큼은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도 생겼다.


아직 아기, 엄청 작으니까....그렇게...무섭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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