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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Jan 06. 2023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9년차의 이력서 작성 (1)

이력서의 시작은 나와 내 일에 대한 본질을 정의하는 것

3주간 쉬고 직장으로 돌아갈 계획이지만, 퇴사를 결심했었고 다른 직업의 이직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의 이력서를 정리하는 일은 이번 휴식 기간에 중요한 과정이다. 사람들은 회사 다니면서 이직하는게 현실적으로 가장 현명하다고 말한다. 연봉 협상에 유리하고, 공백기가 있으면 안된다 등등 말하곤 하지만 나는 첫번째 직장 퇴사 후에 7개월 동안 쉬고 이직에 성공했다. 쉬는 동안 뭐했냐는 질문은 받았지만, 휴식이 필요했고 부족한게 뭘까 생각하면서 채우는 시간이었다 솔직하게 말했다. 붙을 곳은 붙었고 연봉이 깎이는 일도 없었다.


이번에도 과감히 퇴사하고 준비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운좋게 회사에서 배려받아 3주간 쉬는 휴식 기회를 얻었고, 2년 전 경제적 불안감과 취업 기간이 길어질 것 같은 걱정 때문에 우울했던 백수 시기를 떠올렸다. 이번엔 회사 다니면서 이직 해보자. 꼭 이직을 목표로 두고 있지 않더라도 흔들리는 나의 직장생활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이력서, 나의 스토리를 다시 정리해보기로 했다.


신입사원 만큼이나 경력직의 이력서는 어렵다. 눈 앞에 떨어진 일을 처리하면서 적당히 타협하고 조직 생활에 적응해오느라 문뜩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뭐하는 사람이지?', '무슨 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라고 말하곤 한다. 내가 지금 그렇다. 이렇게 일해서 뭐가 달라지고 성장하는지 모르겠고, 일에 대한 회의감에 조직, 회사가 잘못된거라며 남모르게 도피(퇴사)를 꿈꾼다.


나도 모르게 흘러온 경력, 경험이지만 분명히 나의 선택, 결정이 있었다. 처음에 이력서를 내고 지원했던 이유, 지속해서 그 일을 했던 이유,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괴로웠던 이유, 하고 싶었지만 하기 싫었던 이유 등등 그냥 흘러간 시간은 아니다. 일의 성과 만큼이나 내가 지속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직무인지에 대한 관찰을 통해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을 잡는 것이 경력자의 이력서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1) 나는 OOO이다 : OOO 한 OOO, OOO 경험을 가진 OOO ........


취업 사이트의 이력서를 등록할 때만 해도 이력서의 제목을 기재하게 되어있다. 헤드헌터나 이력서 접수시 채용자가 가장 먼저 보게 될 첫 번째 문장이다. 나의 한 줄 요약본이자 클릭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력서의 시작이다. 이력서 항목 중 선택 사항 중 하나지만 이 정의를 꼭 해보고 이력서를 시작하길 추천한다. 


- 함께 일하고 싶어할만한 특별한 업무 경험 (과거) : 직무 중심

- 강점/성향을 강조할 것인가 (현재) : 나 중심

-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가 (미래) : 나 중심 (커리어 방향 설정)


지원 회사에서 끌릴 만한 업무 경험이 있다면 직무 중심의 과거 경험을 살린 한 문장이 매력적이다. 업무적인 경험보다 사람 자체를 중요하게 보거나 특별한 전문 지식없어도 되는 포지션이라면 조금은 두리뭉술 하지만 자신의 강점 위주 서술형이 될 것이다. 지금 나는 특정 회사를 겨냥한 이력서가 아니라 자기 정리형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모습을 강조하기 보다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커리어 방향에 맞추어 지금까지 했던 직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한다.


유통 영업, 기획 업무를 하다보니 무슨 일 하냐고 사람들이 물어봤을 때 '마케터, 디자이너, HR 담당자' 등등 특정 단어로 간단하게 내 일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구구절절 영업 담당자 MD 소싱에 Data 를 제공하고, 내부적으로는 인력도 관리하고...... 비즈니스 리더와 실무자 사이의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여한다. 남들이 이해할만한 직무 단어로 나를 설명하자니 생각할 수록 내가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에 빠질 정도였다.


내가 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면?


이력서에 대한 고민으로 다양한 참고 자료들을 듣고 찾아보니, 내가 나를 표현하는데 다양한 셀프 브랜딩 문구들을 볼 수 있었다. 관점 디자이너, 행복 디자이너, 조직 엔지니어, 데이터로 일하는 개발자, Change maker 등등 경력을 구체적으로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면서 일에 대한 에너지가 느껴지고 일을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 나의 이력서 제목은 뷰티 온오프라인 관리 경험 O년, 매장 관리 운영 O년차, 온라인 이커머스 런칭 운영 경험 O년  식이었다. 대부분 이런식의 제목을 두고 이력서를 공개하는 경우 상품 (건강식품, 정수기등등) 판매, 인테리어 가구 영업, 교육 아카데미 상담 등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단순 세일즈라는 단어에만 집중해서 이력서 제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만나는 영업자체를 계속 희망하는 경우라면 관계없겠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매장 영업, 판매, 관리라는 광범위한 정의는 한계가 있다.

 

내가 나를 정의한다면, 지난 업무간 내가 뭐했던 사람인가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고 그 안에서 앞으로 하고자하는 업무 방향을 설정 해야 했다. 과거 내가 발휘했던 역량, 잘했던 점을 업무와 연관지어 보고 강점을 찾아보려고 했고 '나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야' 정리 했다. 


거쳐온 두 회사에서 일을 목록화 하고 강점 키워드를 살펴봤을 때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을 좋아하고 비즈니스 업무 이해도를 바탕으로 즉각적으로 주어진 project (온라인 커머스 런칭, 경쟁 사이트 운영 상품 분석, 조직 OKR 관리 Data 분석) 를 주도적으로 추진력있게 실행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3년차 부터 서서히 연차가 쌓이게 되면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조직원을 관리하는 HR Managing 의 평가, 면담, 인재 육성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된다. 나는 타인의 성장을 독려하고 도움이 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편이고 사람 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위로 갈 수록 내 일만 하기도 바빠 귀찮은 HR 영역을 내가 거들어주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직 운영, 평가, 교육 진행도 자주 맡게 되었다. 입사 한지 몇 년차인지, 개인 성향은 어떤지, 일은 잘하는 편인지 등등 평판 조언을 나에게 구하는 경우도 많았고 RnR 을 짜서 제안하는 등 전반적인 조직 운영 관리에 필요한 프로젝트들도 하게 되었다.


나는 프로젝트 조직 매니저다.


영업 기획, 세일즈라는 영역에서는 사람을 좋아하고 협업하기를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향이 강점으로 발휘되었지만 감정에 예민한 편이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기도 했다. 판매, 운영, 관리에만 대해 초점을 맞추기 보다 조직에서 해야 할 영업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젝트 (매출 활성화, 상품군 확대, 경쟁사 조사 등) 를 경험을 강조하고 싶었다. 또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빠르게 시도되는 초기 프로젝트를 프로세스화 하여 조직에 적용시켰던 운영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조직 매니저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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