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과 나오면 뭐해요?
"국문과요? 선생님, 전공 특이하다. 대학교 갈 때 목표가 있어서 국문과 지원한 거예요? 국문과 나오면 대체로 뭐해요? 기자, 선생님 이런 건가? " 평일에 필라테스 센터에서 실습 연습을 마친 뒤 동기 선생님과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뭐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학교 입시 때부터 딱히 'OOO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없었고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 공부가 가장 재미있어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게 아니라서 선생님이 되는 건 일찍 마음 접었고, 출판업계를 그나마 희망했지만 뭘 준비해야 될지 몰라 여러 대외활동을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는데 집중했다.
"글쎄요... 저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이 과에 지원해야겠다 해서 국문과를 나온 건 아니고, 흥미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갔어요. 보통 인문계열은 졸업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특정 학과에 집중되지 않으면서 고유성, 전문성을 내세우기는 어려운 국문과 졸업생이지만 말처럼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했다.
대기업 뷰티 유통업계에 인턴을 거쳐 정규직 직원이 되었고 지독한 책임감, 성실함, 추진력을 기본 무기로 삼아 약 7년의 세월을 첫 직장에서 보냈다. 사업의 위기와 함께 나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면서 정체되어 있는 곳보다 나를 자극시킬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떠나려고 첫 번째 이직을 하게 되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약 40장의 이직 이력서를 쓰면서 1차 면접까지의 성공률은 약 20% 정도였다. 높은 성공률의 이력서는 아니었지만 전 직장이 1곳이기 때문에 어떤 업무를 집중해서 보여줄지, 나의 성향은 무엇인지 정리하기가 그나마 수월했다. 그런데 두 번째 이직을 마음먹고 이력서를 다시 살펴보자니, 나는 어떤 커리어를 방향 삼아 지금 이 이을 하고 있고 발전시킬 건지 막막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직무와 비교했을 때 맞닿아 있는 영역도 있고 새로운 분야의 업무도 있다. 마케터, 개발자, 디자이너 명확하게 딱 떨어지지 않는 영업과 관련된 여러 업무를 기반으로 나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어떤 특정 직무도 아니면서 전문가 영역이 아닌 유통, 영업 분야에서의 일반 사무직의 이력서 한 줄 요약은 국어국문학과 나와서 뭐해먹고 살래 질문의 알 수 없는 모호함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