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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Aug 22. 2020

조급함과 싸우기

문득 올라오는 불안함


바다를 보러 속초에 갔다. 문득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그날 바다는 잔잔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마음이 울적할 때는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보고 싶었던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복잡했던 고민들을 풀고 오려고 떠난 바다 여행인데, 바다를 보니 어떤 생각으로 이곳에 온 건지 떠오르지 않았다.


잔잔하게 출렁이는 파도를  밑에 두고 더위를 쫓을  있어 시원했고 모래밭을 걸어 나오면서 발가락 사이사이  뜨거운 모래가 불쾌하고 찝찝했다.





이제 조금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는 듯했는데 다시 백지가 된 기분이다.


공부할 때도 이해 안 되는 문장이 있으면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던 것처럼 어딘가 막힌 상태다. 어느 구절이 이해 안 되는 건지 모르겠고 페이지를 넘기지 못할까 봐 조급하고 불안하다.


성격상 이해 안 되는 건 짚고 넘어가야 해서 써보고 읽어보고 생각해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이 왜 없는지, 아니면 내가 아직 인식을 못한 건지 알 수 없다.


천천히 나에 대해 알아 가면서 느끼고 싶었는데 시간은 흐르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시 모래의 찝찝한 느낌이 올라왔다.




업무상 필요한 두 가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이 시험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세 차례 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한 차례 시험은 응시 자리가 없어서 접수도 못한 상태다.


부족한 이력에 도움이 되고자 준비하던 시험이 예상치 못한 서울 코로나 습격으로 더 길어질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재취업 시점도 다시 미뤄지고 있다.


중간중간 헤드헌터를 통해 이력서 지원 의뢰를 받았지만 면접 제안은 받지 못했다. 기본 자격증이 없어서 안 되는 건가 싶어 하루라도 빨리 이 자격증의 끝을 보고 싶은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걱정만 많아지고 조급해진다. 알 것 같았는데 백지가 된 나의 고민과 내가 계획한 대로 실행할 수 없는 주변 환경이 나를 다급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내가 만들어  조급함, 불안함 때문에 나를 잃지 않도록 다잡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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