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면접
11월에만 4차례의 AI 인적성 면접을 봤다. 사전 면접 개념으로 코로나와 함께 비대면 채용 절차를 도입하면서 점차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번에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새로 알게 된 면접 방식이었다. 기본 취업 준비로 대기업, 공기업 인적성 검사도 준비할까 말까 했는데, 이제는 AI 인적성 검사라니 너무 한 거 아닌가 절망했다.
채용절차를 보면서 처음 접했던 단어 ‘AI 인적성 검사’를 보니 덜컥 겁이 나서 지원조차 안 했다. 피하고 피하다가, 뭔지나 알아보자 싶어 유튜브를 검색했다. 이미 수많은 AI 면접 경험자들의 꿀팁과 합격 썰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채용 시장에서 AI면접은 이슈였고, 화질 좋은 웹캠과 음질 좋은 스피커를 함께 구매하는 구직자도 꽤 있는 듯했다.
AI 인적성 면접은 컴퓨터로 진행된다. 웹캠 녹화방식이기 때문에 집에서 볼 수 있는 면접이고 자기소개, 성격의 장단점, 상황 대처 능력을 비롯한 간단한 질의응답과 질문 답안 체크, 전략 게임으로 구성된다. 오히려 이동 시간, 비용도 줄이고 상의 복장만 정장으로 잘 챙기고 부담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웹캠, 마이크가 없다는 이유로 돈이 더 드는 부작용도 있는 듯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전략 게임에서 획득 점수가 높아야 AI 인적성 검사에서 합격할 수 있다고 해서 최근에는 게임을 연습하는 앱, 학원? 까지 생겼다고 했다. 일부 구직자들은 “감히 기계가 사람을 평가하냐, 왜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등 반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유튜브를 살펴보다가 개인적으로 이게 정답이겠다 싶은 콘텐츠가 있었다.
핵심은 기본적인 자기소개, 성장과정 외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 전략 게임 고득점 보다도 게임을 끌어가는 과정에서 면접자가 보이는 상황 대처 능력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AI 인적성 검사의 핵심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적성검사에서 갑자기 적성 게임을 하기는 조금 긴장될 거 같다 싶어 무료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해 1회 무료체험을 했다.
‘머리의 움직임이 산만해요. 표정이 너무 없어요.’와 같은 피드백도 남겨주는 친절한 사이트 덕분에 웹캠에 내가 어떻게 인지되는지 알 수 있었다. 게임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무료 체험을 한번 해봐서 다행히 실전 AI 면접에서 게임을 이해하지 못해 버벅거리는 것을 막았다.
따로 연구하지 않았지만 4번 중 2번은 합격했다. 나머지는 왜 결과가 아직 안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떨어졌으니 얘기가 없겠지 그러려니 한다. 뽑는 채용자가 많아서 우연히 된 건지 모르겠지만 진짜 자기 생각을 묻는 심층 대화에 대한 답변이 더 중요한 듯하다. 나름 처음 도전한 결과치고 나쁘지 않았다.
이후에도 컨설턴트에게 AI 면접 볼 기회가 있어서 안내를 받았는데 그 내용에 의구심이 들었다. “자기 생각과 개인적인 이야기 말고 직무 입장에서 답을 선택하세요.” 자신 있게 면접 팁이라고 알려줬다. 아마도 심층 질문 체크사항이 있는데 그 질문들에 진짜 자기 의견으로 ‘그렇다/아니다’를 체크하지 말라는 이야기 같았다.
내가 본 AI 면접으로는 직무성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이라기보다는 면접자의 성향, 기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느꼈다. 가령 질문은 ‘물 순환고리 법칙에 대해서 아는가’에 대해 ‘그렇다/아니다’ 선택하는 건데, 직무에 맞게 뭐라고 답할 것인가.
나는 ‘일관성 있게, 소신 있게 답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였고 다른 진행사항에 대해서 물어봤을 때 “저는 안 해봐서 몰라요”라는 답을 들었다. 그렇다면 앞에 얘기한 합격팁은 도대체 어디서 들은 것일까. 채용 컨설턴트라면 무료 체험을 한번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무조건 직무 역량에 맞춰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 키워드는 이것을 꼭 말해야 하고..... 취업 포맷의 원리를 단순히 AI에 적용해서 말한 것이다. 채용 시스템이 변화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회사생활을 하려면 ‘나’라는 사람은 지워야 할 것 같다.
여러 번의 면접을 통해서 핸드폰 하는 면접관, 2시간을 대기실에 꼬박 기다리면서 했던 경험, 황당한 질문, 반말과 여러 가지 압박을 겪었다. 어쨌든 AI 면접을 하고도 대면 면접을 진행하지만, 오히려 준비되지 않고 성숙하지 못한 면접관들에게 감정적으로 시간만 낭비할 바에 기계에게 공정하게 평가받는 게 낫다고 본다. AI 면접은 직무 연관성, 기업의 인재상을 심층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을 하기 때문에 기분 나쁠 일은 없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할 것 많은 번거로움이라 생각했지만 사람을 만나는 면접에 지칠수록 AI 면접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전반적인 인지 능력을 볼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6년 전에는 쉽게 취업했구나 싶을 만큼 지금의 채용 시장은 또 다른 상황이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황당한 사례도 겪었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서도 나에게 맞는 지도를 받기가 어려우니 믿을 수도 없다.
한 시간에 40만 원 면접 강의, 취업 컨설턴팅 유료 학원도 많은데 AI까지 겹치지 날로 취업준비생들의 부담만 늘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것도 나의 합격을 보장해줄 수 없는 취업 시장에서 오직 나를 믿고 뚝심 있게 가는 것만이 답이다. 나도 아직 취뽀를 못했기 때문에, 면접 후에는 이 멘탈이 깨지는 것이 항상 문제다.
구직활동을 다시 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뭘까. 기업에서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을 거르려고 정말 많은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것이 개인의 역량을 판단하는데 얼마나 실효성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능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몫을 다하는 성실함과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다양한 사례들로 입증을 해야 되는 것이 맞지만 나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했던 것들을 수치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욱 하루하루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느낀다. 취뽀하게 되면, 어떤 생각으로 무슨 업무를 했고, 잘하고 못한 것들을 끊임없이 기록하며 나의 성장과정을 잘 담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