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답변은 없다

토익스피킹과 취업 면접의 공통점

by 계발자

10일 단기간 토익스피킹 수업이 끝났다. 복습에 충실하지 못했던 나는 아직 7만 원의 응시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시험 접수는 보류 중이다. 마지막 수업,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토대로 개인 시험 시간을 가졌는데 뒷 문제로 갈수록 아무 말도 못 하는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했다.


토익스피킹은 총 여섯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있다. 파트별로 주로 쓰이는 표현, 문장을 정리해서 기본 공식을 외우고 자주 쓰이는 문구를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순간적인 어휘 센스와 작문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식만 외우는 것뿐만 아니라 영어 억양을 잘 살려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나는 토익스피킹 수업을 들으면서 '말하기'라는 속성 때문인지 취업 면접 상황이 자주 떠올랐다. 면접을 연습하는 과정도 이 시험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 '면접에서 말하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PART 1 스크립트 읽기, 자기소개

기본적으로 면접 전에 자기소개는 준비하기 때문에 내가 외운 것을 그대로 자신 있게 말하면 된다. 회사가 나를 뽑고 싶게 만드는 장점, 경력, 경험 대해 재치 있는 패러디, 비유, 강점 등 여러 기법을 살려 나의 핵심 스토리를 담는다.


나는 퇴사 후 나를 소개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회사라는 존재를 빼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정의할 수 없는 것 같아 공허함, 상실감이 컸다. 흔히 자기소개라고 하면 소속을 먼저 얘기하기 때문에 학교, 직장, 동호회 등 속한 집단이 없다는 것부터 백수에게 자기소개는 어려웠다.


취업 면접을 준비하면서 전 직장 경력을 넣고 가장 큰 나의 업적, 성과에 대해 나열하고 이를 통해 '나 이런 사람이야'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 첫인상, 면접의 당락을 결정하는 시작을 알리며, 짧고 강렬하게 나의 의지와 에너지를 발산해야 한다.


PART 2 묘사하기

제시된 그림을 보고 최대한 자세하기 상황, 주변 인물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면접에서는 자신이 한 경험, 사례에 대해 육하원칙에 따라 자세하게 또 그 결과를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수치화된 결과,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 등 마무리 결과가 있으면 더 좋다. 또 과정에 대해 자세한 부연 설명이 필요한데 두루뭉술하지 않게 단계별 해결 내용과 겪었던 어려움을 잘 묘사할수록 고득점을 받는다.


힘들었던 경험, 성공 사례 등 굴곡 있는 스토리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하며 그때 본인이 했던 역할을 잘 기억해내야 한다. 사실 많은 일들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상황, 시간이 지나니 해결된 것도 많지 않은가. 하지만 굳이 말하려면 사례와 순서가 드러나야 한다. 이를 위한 다양한 상황 대처 문구가 필요하다


PART 3 듣고 질문에 답하기

면접관의 질문을 잘 이해해야 한다. 순간적인 대처 능력도 필요하고 엉뚱한 답변을 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다. 기본적인 인성, 역량 질문 외에도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질의응답도 포함된다.


이때 흔히 취미, 특기에 대해서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 어떤 사이트를 많이 이용하고 주요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구간이다. 해당 직무, 산업과 관련된 관심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좋다. 아이디어가 많고 평소 접하기 때문에 전문 지식, 친밀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


자주 책을 읽는다면, 최근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뭐였는지 하나 생각해두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간단한 독후감도 필요하고.


PART 4 제공된 정보를 사용해 답하기

주로 세미나 자료나 이력서 등 자주 나오는 정보성 표가 등장하고 질문자가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질의응답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이는 채용 공고에 기업에서 기재한 직무 특성과 내용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절차와 비슷하다. 간혹 너무 이곳 저곳 이력서를 넣는 바람에 직무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새로 생긴 직무인 경우에는 기업 특수성과 연계하여 잘 생각해야 한다.


너무 오래전에 지원했던 경우 직무 내용을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지원 회사, 채용 내용을 리스트업 해서 관리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직무를 얼마나 이해하고 근무할 태도가 준비되어 있는지 묻는 과정에서 포인트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PART 5 해결책 제안하기

오피스와 관련된 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종업원 수, 행사 진행 여부 등 특정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은지에 대해 묻는 구간이다.


기업이 당면한 이슈에 대해서 파악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준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직무 노하우가 있는지 아이디어를 묻기도 한다. 신입사원들에게는 명확한 답보다는 이를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는지 살피고 경력직들에게는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을 듣는다.


겉으로 보이는 회사 홈페이지, 재무분석, 뉴스를 보더라도 기업의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구직자가 알기 어렵다. 기업 미션, 해결 과제 또한 내부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굉장히 당황하게 된다. 나는 대부분 이 파트에서 굉장히 많이 막혔다.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정보도 부족하니 마땅히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어려웠다. 매번 얼굴이 달아오르는 민망함, 정답을 말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며 가장 민망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럴 때라도 자신감을 보여야 하는데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면 있던 자신감도 사라지는 순간이다.


PART 6 의견 제시하기

지금까지는 큰 틀에서 이야기했다면 조금 더 자신의 의견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왜'에 대한 근거를 상세하게 말해줘야 하며 답변 시간도 제일 긴 파트다.


정해진 템플릿으로 해결하기 약간 어려운 고난도 파트로 이슈 상황에 대해 자기만의 답변을 여러 가지 정리해봐야 풀 수 있다. 의견이 뚜렷해야 하며 방향, 방법, 근거까지 박자가 잘 맞아야 하니 개연성도 떨어지면 안 된다.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어필하면서 실질적으로 '일을 잘할 것인가' 판단하는 순간이다. 업계 키워드를 써주는 것도 좋고 경험을 비롯한 근거도 잘 들어주는 것이 좋다.


PART 2~6는 직접 본인이 말하는 문제로 자주 쓰이는 표현, 템플릿이 있다. 단어만 바꾸면 어느 정도 말이 되는 문장을 외우고 그때그때 활용할 수 있도록 공부한다.


취업 면접 관련해서 다양한 동영상을 보면서 성장과정부터 경력 내용을 공책 한 권 다 채울 정도로 써보면서 시간을 정리했다. 나만의 경험들을 적어가며 이 안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키워드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보이는 나의 성향을 키워드로 발견하기도 했고, 정확한 수치가 없어도 경험 자체로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사건도 있었다. 나의 시간들을 빽빽하게 정리했음에도 막상 현장에서 이를 말하기가 어려웠다.


특별한 기술, 방법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내가 했던 노력이 나중에 빛을 발했던 경우도 있었기에 남들이 정해놓은 템플릿 안에서 말을 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토익스피킹의 핵심은 자신감이라고 했다. 어쨌든 말을 해야 점수를 받는다. 무응답은 점수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내가 외운 템플릿 안에서 뭐라도 생각을 표현하고 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면접을 기술적으로만 생각하고 '그럴듯하게, 멋있게, 잘 말하기'에 집중하여 템플릿을 정리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성과에 대한 정확한 수치, 내용을 각색하고 멋있어 보이게 포장하려 애썼다.


하지만 내 성격이 포장을 못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이라 면접에서 준비한 템플릿대로 말한 것은 자기소개밖에 없었다. 면접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어느새 내가 정리해둔 템플릿이 아닌 그때그때 느꼈던 나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고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았다.


문구를 덧붙여가며 MSG도 적당히 바르는 의연함은 부족했고 나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곳을 가겠다며 방법을 바꾸지 않았다. 아니, 바꾸지 못했다. 템플릿에 정답은 없고 아무리 외워도 결국에는 내뜻대로 말하고 오는 내 모습을 보며 만능 취업 면접 답안지를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템플릿에 넣으니 어색해지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신감'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모르면 모른다고 직무의 부족함도 그대로 보여주고 대신 배우겠다는 의지도 강력하게 보여주면서 면접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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