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약점에 익숙해지기

여덟 번째 면접

by 계발자

지난 6년 간의 온오프라인 영업 경력을 바탕으로 MD 직군에 면접을 보고 있다. 상품 소싱을 직접 한 적은 없지만 뷰티 브랜드 흐름을 보고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상품 소싱은 아니더라도 기존에 있는 제품에 대한 상품 이해, 세일즈 경험이 MD의 자질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고 관리, 매출, 프로모션 협의는 하던 일이니 추가적인 업무를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면접을 볼 때마다 유사한 경험을 잘 묶어 계약, 협상 측면에서 충분히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어필하려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실무 업무를 바로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는지 재차 같은 질문을 받았다.


직접 상품 소싱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직접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가.


유통채널 경험이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막상 실무적인 측면에서 나는 애매한 경력직이 되었다. 유통경험이 있는 것과 핵심 역량 업무 능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MD를 희망하며 지원을 하면서도 항상 이 부분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 가리기에 급급했고 난처한 질문을 받게 되면 금세 얼굴이 달아오는 화끈함을 느꼈다.


질문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내가 아예 모르거나 판단 기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질문을 받고 대답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창피함을 크게 느끼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게 되었다. 일을 안 해본 것에 대한 질문은 어떤 예상 질문을 만들어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면접을 많이 보다 보니 나의 경력을 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나의 경험을 궁금해하고 판단하는지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것을 확고하게 느끼게 된 면접이었다. 정곡으로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고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크게 예상 질의응답을 만든 것도 아닌데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다는 게 나에게도 느껴졌다. MD로서 직매입, 판매분 매입을 카테고리별로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나는 카테고리별로 특성이 다르고 시즌에 맞게 어떤 상품을 소싱할지 모르기 때문에 상품 특성과 시기에 맞게 조절하겠다고 답했다. 평소라면 카테고리별로 ‘A는 직매입, B는 판매분매입 하겠습니다.’라고 정확하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상품을 판매할지도 모르는 런칭 플랫폼을 두고 매입 구분과 수수료 측정을 얼마로 할 것인지 정확한 답을 낼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 그동안 명확한 답변을 해야겠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대답하기 왜 어려운 부분인지에 대한 내 생각을 전했다. 그들도 명확한 답변이 있었다면 나에게 그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질문들이란, 그들도 해결하지 못해 고민하는 현실적인 포인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당당하게 내 생각을 말하고, 관련된 부가적인 설명도 잘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분명히 남들이 하지 못한 다른 경험을 했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잘 발휘할 수 있을지 아닌지만 보여주고 서로 체크해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오늘 면접은 왠지 편안했다. (면접관분들께서도 유쾌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두리뭉실 명확하게 답을 못 내린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 내용, 업무 진행 방식을 조직 안에서 경험해보지 않은 외부인이 판단하기에 어려운 부분을 두고 정확하게 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기에는 질문이 잘못된 걸 수도 있다.


면접에서 정답은 없다. 나의 태도와 생각이 그들과 얼마나 일치하는가 맞춰가는 과정이다. 나의 경험과 성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조직과 적합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상대방의 몫이다. 지금까지 면접 결과, 나의 답변 내용이 전문가답지 않다고 스스로 자책하고 여기며 자존감을 낮춰왔다. 하지만 오히려 템플릿,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정답을 지우니 나의 이야기를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었다.


면접을 보면 볼수록 힘에 부치고, 나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인정받지 못했다는 실패감에 우울함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 과정이 반복되고 더 부딪힌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올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다음 주 면접 결과를 기다리겠지만(역시 직무 적합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아 불합격을 예상한다 ㅎㅎ), 나는 기다리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 나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상대방이 선택할지 말지까지 마음 졸이며 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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