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오전을 이겨내는 방법

삶의 우측통행

by 계발자

요즘은 핸드폰 알람이 필요없다. 아침 8시 반이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일어나기에 시간이 조금 이른 것 같아 발끝을 오므리며 이불을 다시 턱 밑까지 끌어올려 몸을 뒤척인다. 나가보지 않았지만 밖의 아침 공기가 쌀쌀한게 느껴진다. 오늘부터 오전에는 운동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냥 대충 스트레칭으로 넘어가볼까 수없이 고민하며 끌어올린 이불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는다.


그렇게 침대 위에서 남모를 사투를 벌이다가 어설픈 아점을 먹으면 오후 1시가 되고 이력서를 작성하다보면 오후 5시가 된다. 중간에 잠깐 쉬고 저녁을 먹고 나면 다시 컴퓨터에 앉아 흐릿해진 초점을 맞추며 이력서를 쓰고 있다. 오후만 되면 두통과 어지러움 때문에 집중력이 흐려지고 쓸모없는 생각에 우울감에 빠져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이 질병을 추측하기로는 하루종일 움직임없이 먹고 앉아있는 생활패턴 때문이다.


내가 꿈꾸는 자유시간과 달리 생활패턴은 게으르게 변했고 꾸준히 병행하던 운동도 코로나 핑계로 접은지 오래되었다. 하루 중 움직임이 3,000보가 되지 않다보니 몸에서 이상증세가 나타난게 분명하다. 알게 모르게 내 안에 자리잡은 무기력함은 두통과 어지러움증은 낳고 다시 무기력함을 낳았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인 먼저인지)


나는 이 무기력한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침 불광천으로 가서 걷기를 선택했다.


오늘 겨우 그 첫 발을 내딛었다. 평일 아침 시간에 내 또래는 불광천에 보이지 않았다. 한적한 듯 곳곳에 어르신들이 걷거나 자전거타는 여유로움이 보인다.


나만 이렇게 한가한가 싶어 기분이 좋지 않기도 했고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이 무기력 통증에서 오는 두통, 어지러움 합병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햇빛량과 운동이 필요했다. 무기력함은 생각보다 아무것지 않으면서도 생각과 몸을 크게 지배하는 힘을 가졌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이것이 무기력함인지 무능력함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 오는 우울함이 스스로를 더욱 아무것도 안하게 만든다. 이는 일하면서 얻은 스트레스에서 오는 지친 무기력함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는데 정신으로 몸을 지배하고 아무것도 안하기 때문에 지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며 적당한 햇빛을 쐬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증명하고 이야기했던 방법 중 하나인데 그 이유를 직접 해보니 알 것 같다.


춥다고 움츠러든 몸이 나도 모르게 펴지고 몸에 열이나기 시작했다. 따뜻한 햇살이 몸에 스며들수록 찬 기운을 몰아내고 묵직한 기운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불광천을 걸으며 지켜야 할 유일한 규칙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나의 걸음 속도에 맞춰 우측통행하는 것이었다. 지금껏 정해진 길, 익숙한 길, 끝이 있는 길을 따라 꾸준히 걸었고 이제야 쉬고 있다.


하지만 내 길을 잘 걸어왔음에도 지금 남들과 다른 속도로 걷는 이 걸음을 무능함이라고 탓하는 나를 이 도로 위에서 만났다. 나는 끊임없이 우측통행에 맞춰 걷기를 스스로 통제했고 다독이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함에 모든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방황하고 몸이 아팠다.


하지만 오늘 내딛은 한걸음, 약간의 햇빛을 받으며 나의 속도로 우측통행하는 이 시간을 계기로 앞으로 나의 오전 시간을 좀 더 에너지있게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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