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도 리더가 된다
희생만이 책임감, 주인의식을 보여주는 시대는 끝났다.
나는 일하면서 어려 보이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 강하게 보이려고 항상 자신감 있게 큰 목소리로 말했고 상대방을 제압할듯한 기세의 눈빛과 몸짓을 장착한 채 일했다.
26살 때부터 점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른 나이에 리더십과 책임감을 배워야 했고, 나보다 나이 많은 직원, 고객들에게 기죽지 않아야 했다. 흔히 여기 윗사람이 누구냐, 점장 나오라는 고객의 불호령에 어린 여자 아이가 나가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점장의 업무 중 가장 핵심은 인력관리, 채용을 담당하는 일이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은 최소 10명부터 최대 30명까지 매장 규모에 따라 달랐지만 채용, 급여, 휴일, 평가, 개별 면담까지 직원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일은 광범위했다.
나는 중간 관리자로서 위로는 기성세대들을 만족시킬 조직의 업무 충성도를 보여주고 아래로는 01년생 Z세대를 감싸 안으며 일하는 방식을 존중할 줄 아는 덕목을 가져야 했다.
조직에서 비친 밀레니얼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 회사에서 업무에 대한 열정, 책임감을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퇴근 후 내 시간이 중요하고 언제든지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기 위해 이직을 선택할 것이며 부업으로 1인 기업 브랜딩,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인 1인 기업이 될 수 없으니 조직에 몸담을 대다수의 밀레니얼은 언젠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이다. 현재 지속적인 사회생활을 했다면 사회적 위치로 봤을 때 밀레니얼 시대는 대리 직급의 중간관리자쯤의 경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회적 위치로 봤을 때도 밀레니얼들은 무작정 내가 원하는 것만 조직에 요구할 수 있는 위치가 되지 못한다.
야근은 하는 사람만 매번 한다.
일할 때 시간관리는 야근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아무리 시간관리를 잘해도 새벽 4시까지 사무실에서 산 적도 있었다. 하루의 일과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는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야근한다고 해서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바로는 야근하는 사람은 매번 정해져 있었다. 상사의 눈치 때문에 적당히 야근하며 분위기를 맞추는 사람, 그날 일을 끝내지 못해서 시간이 부족했던 사람 둘 중 하나다.
업무 성과는 어땠을까? 불쌍하게도 매일 컵밥, 커피 한잔으로 저녁 때우며 일했던 사람은 실수도 항상 많았고 부족한 시간에 허덕이며 힘든 회사생활을 했다. 반면 조직 분위기를 적당히 맞추면서 오버하지 않는 야근 하되 정시퇴근을 모토였던 사람은 업무 기한을 놓치지도 않고 실수도 없었다.
밀레니얼이 야근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나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도 있지만 효율적인 업무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본다. '야근이 싫어요'가 아니라 '야근 안 해도 되는데 왜 하냐'는 질문에 상사들은 의욕 없고 책임감 없는 발랄한 할 말 다하는 세대라고 정의 내렸다.
오히려 나는 일찍 리더를 경험한 밀레니얼로 기존의 기성세대의 모습을 많이 닮아있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지만 시계만 바라보면 앞에서 서성이는 직원보다 오늘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피드백받고 일을 마무리하려는 직원이 더 예뻐 보이고 일도 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필요 없는 연장근무는 업무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힘들 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을 퇴보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밀레니얼들은 누구보다 일을 잘하고 싶어 한다. 좋은 스펙, 경력을 가진 사람이 워낙 많으니 나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쉽게 도태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해진 근무 시간 외 일하는 것은 희생이다. 누군가의 일을 돕기 위해,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나의 몫을 다하는 책임이고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희생은 필요하다. 이 희생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직원들을 책임지는 리더가 될 수 없다.
밀레니얼 리더는 고민한다. 효율적 업무 방식과 그에 맞는 직원들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이끌고자 기존 눈치싸움과 다르게 경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