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민 May 16. 2024

여보! 경기도지사 '빽'이면 가능할 것 같아.

승진의 의의

직장인들에게 있어 승진은 내가 일한 만큼 보상받고,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누구나 원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4살에 6급으로 입사해 2년 만에 5급을 단 후 8년 만에 4급, 또 8년 만에 3급, 그리고 6년 만에 2급, 현재 직급인 1급은 5년 만에 승진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2~3년마다 승진한 입지적인 인물이라고 헛소문이 돌았는데, "그럼 지금 내 나이가 마흔이야."라고 웃어넘겼다.


6급에서 2년 만인 비교적 빨리 5급으로 승진한 것도 사실은 이유가 있었다.

내가 대졸로 입사 후 세 달 만에 나와 동갑인 상고 출신 H가 같은 사무실에 들어왔다.

공채가 아니므로 건너 건너...

무척 좋은 빽을 가진 H를 2년 만에 승진시키며  어부지리로 나도 함께 명단에 올려준 것이다.

5급은 같이 됐지만, 3급이 될 때까지 H는 항상 나보다 먼저 승진했다.

다행히 H는 인성이 착했기 때문에 승진 발표가 나자마자 내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위로해 줬다.

하지만 그동안 각자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다가 3급 때는 같은 부서였는데, 2급과 1급은 내가 먼저 승진했다.


나의 상황을 겪으며 승진 누락에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늘 말했다.

"지금 빠르다고 영원히 앞서 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 늦는다고 계속 늦는 게 아니더라."


5급에서 4급을 앞둔 어느 해였다.

복도에서 만난 인사처장이 "여민 씨, 조금만 힘 내."라며 승진 후보자 3배수 명단을 슬쩍 보여줬다.

오늘이 승진심사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란다.

늘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승진 심사가 언제인지도 몰랐었다.

"어떻게 힘을 내요?" 내가 힘만 내면 승진하는 것인가?

"3배수 안에는 들었으니까 힘내라고!." 인사처장은 알듯 모를듯한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그 무렵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친구 작은아버지 선거를 도와줬던 남편한테 전화를 했다.

"여보! 오후에 승진 심사를 한다는데, 경기도지사 빽이면 될 것 같아."

"5급에서 4급 되면 월급이 얼마나 올라?"

"글쎄... 1년에 500만 원은 더 받지 않을까?" 사실 잘 몰랐다.

"여보. 오백에 자존심 팔지 말고, 내가 더 벌게."


언제든 힘들면 회사 때려치우라던 높은 기개와 도덕적인 남편은 현재 환갑을 앞두고 내게 보험 들었다고 더 열심히 직장 생활하라고 북돋아준다.  


* 일반 글에서 <연재글>로 이동했습니다.


이전 14화 미안하지만 나이스한 들이받기는 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