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개발 부서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12년 차가 되었다.
입사 후 같은 부서에서 쭉 근무하며 4급 과장도 되고 일은 익숙해졌지만, 맨날 들여다보는 법과 규정 내용도 지루하고, 무엇보다 매너리즘에 빠졌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홍보팀에서 근무하던 연경 선배가 2급으로 승진해 보직을 달고 다른 부서로 가야 하는데 후임을 못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경 선배는 80년대 초반에 입사해 20여 년을 홍보, 그중 사보 제작 업무만 했다.
후임으로 서울대 국문과 출신, 홍대 미대 출신 등 여러 명이 지원했지만 본부장이 승인하지 않고, 여성직원만 원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별...'
어느 날 전 직원이 상계동 근처 수락산으로 자연보호 캠페인을 갔다. 명목은 자연보호 캠페인이지만 야유회 성격이었다.
열심히 산을 타는데 홍보팀 성식 과장이 말을 건다.
"여민 씨. 우리 부서 어때? 연경 부장님 후임으로 여민 씨가 딱일 것 같은데..."
"내가? 글쎄..."
밤새 고민을 하다가 다음날 아침 부서장께 부서 이동에 대해 말씀드렸다.
"미쳤어? 여기서는 다음 승진 대상자 1순위가 여민 씬데, 홍보팀은 4급이 네 명이나 돼. 더더군다나 다들 여민 씨보다 나이도 많고, 입사도 빠른 사람들이야."
"승진은 관심 없어요. 좀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것도 그거고, 여민 씨가 홍보팀으로 가면 우리 부서는? 이 업무는 누가 하냐고?"
"그동안 준식 대리님이 같이 일했으니까 저 빠져도 잘할 거예요. 믿어보세요."
여성직원이어서인지, 그동안 출판 업무 경험이 많아서인지 다행히 본부장이 승인해 줘서 홍보팀으로 전보 발령이 났다. 단, 단서조건이 붙었다.
'교재개발팀과 홍보팀 5개월 겸무'.
난 양쪽 부서 업무를 병행했고, 연경 선배 역시 내게 업무 인수인계 5개월 후 지방조직 부서장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연경 선배와 5개월을 같이 일하게 되었다.
향후 이야기할 '여적여'의 주인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