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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티에 메론바 Apr 18.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2)

엄마

엄마가 돌아가셨던 건,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항암주사 때문에 머리는 빠지고

복수는 차올라

엄마는 주방의자 두 개를 붙이고 앉아서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베마리아를

자주 연주해 달라고 했었다


제주 사람인 엄마는, 본인이 피아노를

배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나를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


내가 피아노를 배우던 때엔

지금과 달리 그렇게 빨리 시작하는 아이가 거의 없었다 보니 그랬는지 엄마의 기대대로 잘 쳤고 열심히 쳤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사람들 말로는 엄마는 예민하고 여성스럽고 깐깐하고 똑똑했다고 한다

이를 닮아 나도 그런 편인데 왜..

엄마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욕실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

내일부터 입원한다고 말하며 서운해했던 말투

아베마리아가 너무 좋다며 지었던 옅은 미소

병원을 옮겨보라며 싸우던 엄마아빠

감기 걸렸는데도 방과 후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걸려서 혼났던 일


왜일까

그렇게 예쁜 딸이라고 소중히 아끼고

예쁜옷을 입히고 머리를 만져주었는데

왜 그 밝은 얼굴은 손길은 향기는 기억나질

않는걸까 엄마를 닮아 똑똑한 머리로도


우습지만 그렇게 생각해왔다



남동생은 유치원 입학식 날이였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신 처음보는 여자분이

고개를 숙이고 하염없이 울다 갔다

남동생이 다니게될 유치원 원장선생님이라고

했다


친구들이 와서 어떻게하냐고 울먹였는데

나도 어찌 해야 할지 몰라서

엄마가 평소에 못마시게 하던 콜라병과 사이다병이 쌓여있는걸 보여주며 가져가라고 챙겨주었던 기억이 난다


아빠는, 그 커다랗던 아빠는

너희 엄마가 죽었어

너희 엄마가 죽었어

하면서 날 안고 정말 엉엉 울었다



호랑이였던 아빠가 아이처럼 우는 장면은

내게 오래오래 충격으로 남아

사춘기와 그 이후 새엄마와 갈등이 있을때마다

나를 아빠대신 다독여 주었다


엄마가 몸이 아프니 다니는 성당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종종 오셔서 기도를 해주셨는데

그중 한분이 묵주를 하나 주시면서

그 묵주에서 장미향이 나면 그 사람은

천국에 간다고 말해주었다


힘껏 숨을 들이마셨는데 장미향 비슷한것

같기도하고 아닌것같기도 한 기분이 들었지만

난다고 말했고 그분은 그럴줄 알았다며 환히 웃어주었다

그러면서 열심히 기도하면 꼭 엄마가 나을테니 기도 열심히 하자고 하셨다

기도를 정말 열심히 했다


장례식에 성당분들이 와서 연도를 해주시는 소리가

듣기싫었다 11살, 내 귀엔 그 소리가 고맙지않고 화가 났다 신도 원망스러웠다 마냥 슬프지 않았던 내 감정이 당황스러웠다


6년간 배워왔던 피아노는 한달 뒤 그만두었다

아베마리아도 피아노도 다시 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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