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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Jun 01. 2020

아들의 새 실내화

나의 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11살 아들은 작은 학교에 다닙니다 전교생이 50명 ~70명을 왔다갔다하는 작은 학교지요 사교육강사로 꽤 오래 일하다보니 원할 때, 의존하지않고 적절히 이용만 하도록.

이라는 원칙에 의해 주 1회 하는 방문미술과 1주일에 한번 코딩수업을 제외하면 사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작은 학교에 다니는 11살 소년에겐 학교는 곧 뛰어놀 수 있는 즐거운 제 2의 집인것이죠 오늘같이 푸른 하늘이 돋보이는 날엔 더더욱 산책가고픈 강아지처럼 학교를 갈망하게됩니다 나무 수액이 얼마나 나왔는지 요즘은 사마귀가 자주 출몰하는지 무슨 놀이가 유행할지 어떤 선생님이 새로 오셨을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 가는 날을 기다립니다 나들이도 여행도 많이 가고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녀석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친구들이 있는 그곳이 정말 좋은가봅니다


<스승의 날 단체 이벤트를 준비하는 11살>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못간지 5달이 넘어갑니다 너무 많은분들이 고생하고 계심에 뜨겁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들도 충분히 그리 생각하고 있다고, 이렇게 평화롭다면 홈스쿨링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개학이라는 말에 평화로웠던 녀석은 다시 '나갈래나갈래'하는 산책을 앞둔 강아지로 변해갑니다



"그렇게좋아? 엄마가 선물을 주지 흐흐"

한사이즈 크게 잘못샀던 실내화가 이젠 잘 맞는군요 뽀오얀 실내화에 쓰윽 쓱 그림을 그립니다 예전에 엄마 어릴적엔 애들이 나이키라고 실내화에 그린애들이 있었다며 '나의키'라고 적어 봅니다 아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데 친구들이 놀릴까 살짝 걱정되네요 괜찮다며 씩씩하게 하나뿐인 신발이라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들덕에 행복합니다 잘 되라는 핑계로 혼내고 소리지르고 했던 수많은 시간들... 미안한 마음을 담아 꼬옥 안아줍니다 반에서 키가 1번인데 그래도 4학년이되니 제법 컸네요 명치에 오던 녀석이 어느새 목젖까지 올라온걸 보니 말이에요


아들의 나의키 실내화를 신주머니에 넣으며 아들의 꿈인 만화가 이야기를 합니다 넌 멋진 만화가가 될꺼야 하하 이 엄마를 닮아서 말이지!! 맞아맞아~하며 다정히 웃는 아들의 목소리에 뒤돌아 버렸습니다 애가 어느새 컸나봐요 울고 불고 떼쓰고 하고싶은것 많고 첫째라 키우면서  너무너무 힘들때가 많았는데.. 어느새 친구같은 아들때문에 눈물이 슬며시 나네요 코로나는 물러가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수많은 노력을 해야겠지요 무겁던 마음에 작은 행복을 가져다 준 나의키 실내화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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