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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May 24.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15)

울멍 웃으멍

부산강 2박 허공 다시 비행기탕 서울강

막 바빤

강남 신세계가 제일 크다핸 가봔

좋긴좋앙 별거 어서서 실망핸

난 냉면 좋아핸 부산 신세계가 잘도

좋은거라


(해석-부산가서 2박하고 다시 비행기타고

서울가서 많이 바빴어 강남 신세계백화점이

제일 크다고 해서 가봤는데 좋은데 특별한게

없어서 실망했지 내가 냉면을 좋아해서 부산

신세계백화점이 정말 좋거든)


옆 테이블 어머님들 대화를 살짝 간추려 적어본다

강아지 산책할 때 종종 인사를 나누는 분들인데 다정하고 편안해 보이시는 분들이다


이모들은 억양이 좀 세신데 동네 어머님들은 제주어를 부드럽게 서울말 억양으로 쓰셔서  듣는 재미가 있다 알아듣기도 제법 수월하다


우리 이모들은 억울한일들 화나는 일들을 참으시면서 화병들이 있으신건가

같은 제주언데도 더 격렬하다 마치 용담의

파도처럼, 그 거친파도에 돌들이 패인것처럼 이모들의 마음도 까맣게 바스러졌던 것일까

어떤 힘든 일들이 파도처럼 많았을까


돌은 날카롭지 않게 깎인다

그렇다고 둥글둥글 곱디 곱진 않아도

바스러진 조각들은 발을 찌르지 않을

정도로 스러진다 바다에 파도에 섞여

물인듯 모래인듯

먼지인듯 해초인듯


파도가 나를 부수어 버리는것이 아니라

나를 다듬어 그 안의 나를 드러내게 한다

가시돋힌 돌이 될 수도

파이고 흔적이 남는것을 당당하게 보일 수도

그 흔적이 부끄러워 다른 돌 뒤에 숨을 수도

파도와 바람에 민낯을 드러내도 아름다울 수도


하지만 파도뿐 아니라 태풍이 자주 오고

높은곳에서 자리를 잡을만하면 떨어져 구르고

누군가에 의해 자리가 이동되고

밀쳐지고 가려졌다면

존재하는것 조차 크나큰 고통이였다면


이모들은 정겹다

자주 언쟁을 하신다

놔둡서! 니가 하라 !알았수다게!

그러다 까르르 웃으신다

아들이 너무나 귀했던 이 제주에서

7자매의 삶은 어떠했을까

얼마나 상처받고 치열했을까

이 아름다운 제주는 얼마나 야속했을까

이 척박한 땅은 얼마나 배고팠을까


엄마가 이모들을 영영 떠나갔던 나이즈음에

나는 제주로 왔고

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말은 못하시지만

날 볼때마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나시겠지

그당시에는 형편들도 어렵고

마음이 여유롭고 넉넉하지 않아서

그때에도 종종 싸우며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난다

전화를 끊으면

외딴 육지로 시집간 엄마는 속상함에 우시곤 했는데 그건 내 얕은 기억일 뿐, 고맙고 행복했던

일들도 많았겠지

지금도 버럭 싸우다 까르르 웃는 이모들처럼

그 안에서 웃고 울고 했겠지


그 지긋지긋한 그리움에 엄마는 전화를 끊으며

눈물을 훔치고 육지사람으로 살아보려 했겠지

그래서 내가 지금 그 눈물을 대신 흘리며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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