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메로나 May 24.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16)

제주의 하타 요가, 아난드 선생님

발리에 요가 배운다고 가는 사람은 많았는데

제주에 요가 배우러 가는 줄은 몰랐다

그도 그럴것이 동네에서 스트레칭을 겸한 가벼운 동작요가만 배웠었기 때문이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요가 수련을 목적으로 여행을 온다고 한다

요가 강사인 친구의 말을 듣고 검색해보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난 아무생각 없이 좋다는 말에 등록을 하러 갔다


.....

................

다 왔는데,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다녔던 요가 학원에선 발레를 전공했다는 갸녀린 여자 선생님이 밝은 미소를 띄며

회원들에게 인사를 건내던 곳이였다

사람들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50분간의 요가를 마치면 좀 찌뿌둥하던게

나아져 즐겁게 다니곤 했었다


다시 이곳,

제주시의 아난드 요가

알수 없는 인도 음악이 흘러나오고

살짝 어두운 가운데

사람들이 저마다 묘기를 하고 있었다


물구나무서기

거미인간

서서 뒤로 몸을 넘긴채 다시 일어서는걸

반복하는 사람들

촛대처럼 거꾸로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

나는 벽처럼 굳어있었다

맨 뒤에 계신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저분이 아난드 선생님이시구나


처음 왔구나 차 한잔 하자


당황스러움에 아무말이나 했는데

선생님은 그래?하고 온화한 미소를 띄실뿐

수다를 떠시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보이차의 맛을 느끼지 못한채 땀이 흘렀다


수련은 시작되었다

자 사바아사나~

산스크리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나는

열심히 눈치껏 따라 하기에 바빴다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숨쉬는것도 쉽지 않았다

여간해서 땀나는법이 없던 나는 이유를 모르고

땀을 비오듯 흘렸다

되는 동작도 없고 주변 수련생들의 삼분의 일도 따라하지 못하는데 내 매트에만 땀이 거짓말처럼

떨어졌다 개별매트와 수건을 가져간것이 천만 다행이였다


내 몸에, 나에게 살짝 화가 났다

살도 많이 쪄왔고 근육도 많이 없지만

만보 걷기라도 해왔어 이게 뭐야 왜 안되지


땀을 줄줄 흘리며 눈빛이 독해지지만 되는건 없는 초짜 수련생이 신경쓰이셨는지

선생님은 한마디 한마디 온화하지만 힘있게

말씀하셨다


동작이 안되도 괜찮아 무리하지말아

안되면 안되는곳에 집중해


별말씀 안하셨는데

위안이 되었다 잠시 이글거리던 눈은

풀어져  집중이 더 되었다

아사나를 따라하다보니 1시간 반이 흘렀다

드디어 거미인간들과 촛대사이에서 탈출 할수있다!!

선생님은 사바아사나로 마무리하고 몸이 풀린 사람들은 자유롭게 하라 하셨다

주섬주섬 빨리 도망가려 짐을 추스르는 사이

사람들은 다시


물구나무서기

서서 몸을 뒤로 넘겨 일어서기

거미인간

촛대

등등 끊임없이 계속 하며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 개인 영상도 찍고

부들부들 겨우 버티다 다시 쓰러지고

선생님은 여기저기 도전하는 사람들을 잡아주시며

해봐 넘겨봐라 버텨라 일어서라 비틀어라

를 외치셨다


난 도망쳤다

이상하게 도망쳐서 집에 가는데 몸이 시원했다

몸을 하나하나 빼서 닦아 말린 후 다시 끼운것처럼 처음 느끼는 시원함이였다


지금도 도망치다 다니다 쉬다 다니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하루는 선생님께서

수련이 한참 열기가 올라 힘이들때

편안히 잠시 쉬게 해주셨다


"편안하냐 편안하면 그대로 쉬면서 편안함을 느껴봐"

라고 하셨다

편안하면 이제 다시 비틀어 라고 하실줄 알고 미리 비틀려던 찰나였다

눈물이 쏟아졌다


편안하면 언제 힘들까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불안해 하지 말고

그저 그 편안함에 감사하고 내 호흡을 고르면

되는일이였다


불안함을 대비하며 편안함을 누리지못할 이유가 없었다


또 어느날은 오늘은 좀 몸이 잘 풀리는구나 하면서 동작을 평소보다 깊이 들어갔는데 난데없이 무언가 왈칵 가슴속에서 열려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호했다 그러나 왜 그런 기분이 든걸까 단지 선생님의 큐잉에 맞춰 아사나를 한것 뿐인데


아난드 선생님은 하타요가의 어머니라고들

하신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듬성듬성 겪어본 선생님은

큰산 같으시다 체구가 크신 것도 아닌데 그 에너지는, 노루도 오랜 숲들도 계곡도 품은

한라산 같으시다








작가의 이전글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1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