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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Jul 21. 2024

그것은 그곳에 없었다(17)

그대들이 조연일리 없다

잡초라고 불러야 해서 미안해

아니 괜찮아, 내 이름보다 중요한 것들도 많단다

그래도 더 예쁜 이름으로 불러주고 싶어

이렇게 초록초록 예쁘고 푸르른데 잡초는

너무 하잖아

뭐라고 부르고 싶은데?

글쎄, 초록이들, 희망이들 무엇이든 너희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면 좋겠어

후후 기분 괜찮은데?


너희가 조연일리 없어

시들시들 하다가도 비가 한번 내렸을 뿐인데

그토록 싱그럽게 물을 머금고 빛을 향해

고맙다고 손 흔들고 있는 너희가 조연일리 없어


참나무 소나무 철쭉 동백 먼나무

저마다 이름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잖아

너희들은 살짝 밟혀도 시들어도 또 일어서

마치 잡초처럼 말이야 앗..

하하 그래서 우리가 잡초야

알아봐줘서 고마워

힘들때도 많지만 즐겁게 살고 있어

주연인지 조연인지 중요치 않아

우리는 우리의 이름처럼 씩씩하게 살아가고

우리를 알아보는 이들에게 반짝이며 인사해

그러니 바라보아주렴 때때로 색색의 꽃 사이에서

웅장한 나무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빛을 띄고 있는지 목마르진 않은지 뽑히고도 또 자라날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그럴께 자주 바라볼께

나도 내 이름이 무엇이든 내 위치가 어디이든

물을 머금고 빛을 띄고 내가 일어설 곳을 찾을께

그곳이 어디라도 내 자리에서 빛을 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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