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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메로나 Nov 15. 2020

<왼손잡이>소년이 <돌팔매>에 맞서기까지 -1

개인적인,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

'그가 아직 거기 있었다'


클로바가 이적의 돌팔매를 틀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카세트 테입을 재생하던 그 때로 돌아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왼손잡이를 노래하며 남과 달라도 괜찮다며 끝나지 않을듯한 나나나를 외치던 그가.


다행이다와 함께 국민가수가 되고 내게서는 멀어져버린 그가..

아직 거기에 있었다



저녁을 먹은 세 아이들이 잠시 방에서 모여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는 사이, 돌팔매를 두번 들을 수 있었다 엄마 왠 노래야하고 11살 아들이 거실로 나오자 난 왼손잡이를 클로바에게 틀어달라고 했다 가사를 잘 들어봐 침착하고 엄한 엄마인 나는 잠시 스탠딩 콘서트에 온것처럼

"난 왼손잡이야아 ~~나!!나나나나나나~나나"

하고 뛰고 있었다 비록 공연장이 아닌 폭신한 뽀로로 층간소음 매트 위였지만.


잠시 헤드뱅잉을 선보이는동안 아이들을 깔깔거리며 엄마 무서워 왜 이래 엄마?? 하며 낯선 그들의 엄마의 모습에 신기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난 그날 새벽 3시부터 잠들지 못했다

완전히 깨어 꿈처럼 그 시절로 돌아갔다


중2, 우리의 문세아저씨가 별밤을 떠난다한다 삐쭉삐쭉 이상한 머리를 한 가수가 그 후임이 된다고하니 그토록 미운 사람이 또 있었을까 반 아이들과 합심하여 두번다시 별밤을 듣지 않기로했다 다들 씩씩거리며 눈물을 보이고 헤어졌는데 그 다음날 아침 서로 눈을 맞추지 못했다


그게 처음 시작이였다 달팽이로 인기를 끌던때가 아닌 별밤지기 이적. 그는 서울대를 나온 오른손잡이 주제에 왼손잡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이상한 가수라고 떠들어대던 어제가 부끄러울만큼 소박하고 편안하게 별밤을 이어 받았다


우리는 숨죽여 서로 들키지 않을 정도의 팬이 되었다


자존심이 세고 내 감정을 들기 싫어했던 나는 그의 목소리에, 라디오의 사연에, 노래들에

 내 모든 감정을 녹여갔다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실망도 설렘도 외로움도 실컷 그의 노래 안에서 부서지고 그의 가사 안에서  커지고 때론 잦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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