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입대했던 때는 십 년도 훨씬 전이어서 오래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가만히 순간순간을 떠올려 보면 하나하나 기억이 되새김질되곤 한다. 인생의 지난 모든 일들을 기억에 담고 있지 않지만 군에서의 기억은 다른 시절이나 시기보다 선하게 남겨져 있다. 군대라는 두렵고 보이지 않던 막연한 존재 앞에서 스물두 살, 스물세 살의 젊은 시간은 강렬하게 상호작용 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입대를 며칠 남겨두고, 친하게 지내는 대학 동아리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 있었다. 나의 입대를 위로하고 혹은 축하하는 환송식 같은 시간. 그중 한 선배의 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입대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나에게 그 형이 건넨 말이, 물론 당시에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해가 되지도 않았지만 군에 가서 짬이 차고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했다. 전역하고 한참이 지나 우연한 자리에 그 형에게 어떤 뜻이었는지 물었을 때, 형은 별 의미 없이 꺼낸 이야기였다며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기억조차 못했다. 나에게는 선명히 각인된 멘트였는데, 정작 말을 뱉은 사람은 그냥 한 말이었다니.
하지만 내게 건넨 그 말은 마음속에서 나온 ‘진심’이 분명했다. 후배를 위로하기 위해 멋진 말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군대를 이야기 한 것이었을 테니.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기에 관계가 있고 갈등이 있으며 감정이 일어났다. 힘든 일이 있던 건 당연했고 어려운 일들도 자연스러웠다. 간혹 주특기 평가에서 숙지를 제대로 못한다며 중대장님에게 심한 질책을 받기도 했고 선임과의 갈등에 수일을 괴로워하기도 했다.
결국 내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장소이고 버티어 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군에서 아무리 커다란 행복이 주어진대도, 사회에서의 작은 행복에 비교될 수 없겠지만, 다른 수가 없다. 어차피 보내야 할 시간이라면 소소한 즐거움에도 큰 감정을 느끼는 수밖에.
버티는 삶이야 중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왔던 것이고, 이겨내는 건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겨내고 버티는 삶은 삼십을 넘어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꼭 군에서만 겪는 일은 아니었다.
군대는 정말 힘든 곳이다. 여전히 취재를 위해 한 달에 두세 곳의 부대를 찾아가고 간부들이며 병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보고 듣고 묻지만,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군인이 아니니까... 온전히 그 마음 속속들이 알 길이 없다.
다만 군대를 바깥과 비교하거나, 여러 부대들을 쭉 늘어놓고 비교해 보곤 한다. 각각의 부대들마다 다른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이 ‘군대가 다 똑같지 뭐’라며 쉽게 정의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본다. 군대도 다 다르다. 육군과 해군이 다르고 또 공군과 해병대도 다르다. 아울러 같은 육군이라도 부대마다 또 장병들마다 모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기에 ‘군대는 어떻다’라고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아니 해선 안 될 것 같다.
돌고 돌아,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나가며 더불어 함께 생활한다. 여러 생각과 감정, 논리가 난무하고 복잡한 감정과 관계가 펼쳐진다. 어지간히 해결되기도 하고 간혹 극단적으로 흘러가기도 하며, 대부분은 시간에 맡겨 지나가기 마련이다.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도 없었고 많은 것들을 확고하게 이루려 할 필요도 없었다. 군대가 무슨 지나온 스무 살 인생을 평가하는 시험장소도 아니고 또 막무가내 두렵기만 한 지옥도 아니다. 때로 힘들고 어렵지만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했다.
나와 잘 맞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정말 꼴 보기 싫은 저런 사람도 있었다. 하고 싶은 일도 있고, 하기 싫지만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 안에서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지루함, 걱정과 스트레스도 받기 마련이었다. 견뎌내고 버텨낸다. 그렇게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지나갔다. 사회와 다르지 않았다. 결국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