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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다 Feb 25. 2018

책도 좀 읽고 운동도 하고, 알았지?

걱정마세요, 알아서 잘하고 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일과 이후는 군인들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어쩌면 직장인들이 퇴근 시간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간절할 수도 있다. 하루 중 유일하게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장병들은 이 시간을 활용해 각자 무엇인가를 한다. 특별한 계획 없이 사지방을 가거나 TV를 보면서 휴식하는 장병도 있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장병도 있으며, 연병장을 뛰거나 휴게실에 마련된 운동기구로 몸을 만드는 장병도 있다. 개중에는 아예 요일별로 스케줄을 짜서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본 적 있다.


평일보다 자유 시간이 더 생기는 주말에는 더욱 짜임새 있게 보내기도 한다. 무엇인가 생각했던 (개인적) 스케줄을 실제 이행하며 주말을 보내고 나면, 뿌듯하다는 게 장병 다수의 생각이다. 부모님 혹은 지휘관들이 평일 일과 이후 시간이나 주말을 알차게 활용하라고 조언하지 않아도 장병들 스스로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 사회가 더욱 먹고 살기 힘들어진 탓일 수도 있고, 장병들이 더욱 성숙해진 이유도 있을거다. 그래서인지 고민을 물어보면 전역 이후 진로와 취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다. 군에서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 시작은 개인정비 시간이다.


15년 전 군 생활 했을 당시 나는 여자친구가 고민이었고, 휴가 때 누굴 만나 뭐하고 놀지가 큰 관심사였다


얼마 전 군 관련 행사에서 전방 모 부대 장병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일과 이후 시간에 무엇을 하며 보내느냐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책은 좀 읽고 있느냐며 말이다. 병영생활에 관한 많은 주제 중에서, 독서라는 극히 일부의 주제에 대해 가볍게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되돌아온 대답의 수준이 대단하다. 대부분 책과 독서에 관심 많은 장병들이어서였는지 답변에서 깊은 사고력이 느꼈다. 평소 책을 자주 읽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논조나 현상에 대해 자신의 주관을 명확히 정리하는 습관도 꾸준히 한 듯 보였다.


독서에 관해 나눈 대화에서 한 장병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자신은 군에 와서 책 읽을 기회가 많아졌고 또 실제 독서를 꾸준히 한다면서 주변 장병들도 독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어려운 고전문학이나 역사서는 만화로 제작된 책을 먼저 접하게 하여 독서에 관심을 가질수 있도록 만화 도서에 대한 편견을 버려 달라든 지, 역시 자발적으로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영화로 제작된 작품은 독서 전에 영화를 먼저 보여주면 원작 도서에도 손이 가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다.


현장에서 듣는 실제 장병들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의견마저도 유익하게 다가온다. 또 어떤 장병은 부대에 있는 (도서관 또는 진중문고 등) 도서들은 자기계발서에 치중한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말, 군부대 도서관에 가보면 자기계발서가 전체의 절반은 되는 듯하다.


군대가 책을 사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면 전자책을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에도 귀가 쫑긋했다. 책을 구매하는 예산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욱 많고 다양한 책을 장병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욱 많고 다양한 도서로 장병 개개인의 독서 수준차를 해결할 수 있고,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장병들이 보다 편안하게 책을 접하게 할 수 있으며, 신간 도서들과 베스트셀러 도서들도 "빠르게" 부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손으로 종이 페이지를 넘기며 한 권을 완독했을 때 갖는 뿌듯함의 차이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예전 군복무 당시 내가 현재를 고민을 했다면, 요즘 장병들은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자신의 꿈과 도전을 엮어서 말이다. 사회가 이러저러하니 당연한 현상일 수 있지만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근무와 훈련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그 와중에 짬을 내어 누군가는 토익과 자격증을 공부한다. 다른 누군가는 선후임과 서로 도와가며 근육을 만들거나 구보로 땀을 흘린다. 그리고 또 누구는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습득하며 시간을 보낸다. 모두가 저마다 알차게 보낸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이게 맞다 틀리다. 뭐 그런 조언을 내뱉기보다는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면 좋겠다. 그렇게 잔소리 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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