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소부대 밴드 활용
가족이 군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육군은 오래 전부터 네이버 밴드를 통해 장병들의 소식을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전하고 있다. 바로 '소부대 밴드 활용'. 프로세스는 이렇다. 입대한 장병이 훈련소를 퇴소하고 자대에 가면, 소대장 혹은 중대장이 부모님 (또는 가족, 여자친구 등)에게 소속 부대(보통 소대 단위) 밴드로의 초대 메시지를 보낸다. 초청장(?)을 받은 부모님은 아들이 속한 소부대 밴드에 가입한다. 해당 부대 소/중대장은 꾸준히 부대원들의 소식을 밴드에 게시하며 소식을 전한다. 부모님은 아들의 근황을 확인한다.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아무래도 장병들보다는) 특히 부모님들의 호응이 높은데, 평소 스마트폰을 통한 네이버 밴드 사용에 큰 불편함이 없던 데다가 꾸준히 아들의 사진이나 소식을 확인할 수 있으며, 소/중대장과도 어렵지 않게 연락이 닿으니 반응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게시글은 소/중대장 등 초급 간부들이 올리고, 부모님은 글을 읽고 댓글을 작성하는 정도이지만 변화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
예전에는 전화나 편지를 통해서만 아들의 소식을 알 수 있었고, 그것도 아들이 전화를 걸고 편지를 보내야 가능했다.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행여 긴 훈련이 있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깜깜무소식이 되기도 했다. 부대에 전화를 걸어보려고 해도 괜스레 아들이 난처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포기하곤 했다. 그 부분을 파고든 게 밴드, 소부대의 SNS 활용이다.
암에 걸린 어느 어머니의 사연을 들은 적 있다. 아들이 휴가 날짜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휴가를 막고자 했다. 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어머니는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걱정할 테고, 부대에 복귀해서도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봐 차마 투병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고. 그래서 아들의 부대 중대장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며 휴가를 취소해달라고 했단다. 항암 치료 통증 속에서 어머니에게 위안이 되었던 게 바로 밴드였다. 밴드에 꾸준히 올라오는, 아들의 밝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밴드 운영 자체가 오롯이 소/중대장의 노력에 달려 있어서 그들이 얼마나 밴드에 신경 쓰느냐에 따라 부모님과 가족의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소/중대장은 사진이며 장병 개개인별 영상 메시지를 밴드에 자주 올리는데, 다른 소/중대장은 일정하지 않은 주기로 가끔씩 사진 몇 장을 업로드한다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또 바쁜 일정이 연속되거나 훈련이 있으면 밴드 업로드가 쉽지도 않다. 분명한 사실은 소/중대장의 역할이 부대를 이끌고 전투를 대비하는 일이지, SNS 홍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일부 부모님의 극성이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있다. 지나치게 밴드에 집착하면서 소/중대장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상황이 바로 그런 사례. 부모님의 적극성은 때로 부대에 부담이 되거나 불편이 되고 심할 경우 피해가 되기도 한다. 더 나은 상황을 위한 노력이 (변화가 아닌) 변질로 되어버릴 수 있다.
전해 들은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어느 부모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중대장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질문을 쏟아내며, 밴드에 가입된 다른 장병의 부모님들에게 앞장서 장병들에게 간식을 보내주자거나 부대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자며 모금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선의를 가지고 단지 적극적으로 우리 아들들을 위해 부모님들이 '뭐라도 하자'는 취지겠지만, 이를 통해 부모님들 간 갈등이 생기거나 중간 입장인 소/중대장이 난처함을 겪기도 한다. 때로 선한 동기가 다수에게 괴로움을 주어 악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는 법.
그럼에도 부모님은 물론 장병들이나 이를 운영하는 핵심인 소/중대장 등 간부들도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장병 가족들의 군에 대한 신뢰와 만족도가 높아지고, 장병들 역시 조금 더 안정된 마음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의 아쉬움에 비해 장점이 훨씬 크고 많은 셈이다.
육군은 지난 2014년 9월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과 업무협약을 맺고, 소/중대 단위로 네이버 밴드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소/중대장 등 간부가 밴드를 이끌고 있고, 초대를 받은 가족, 친구, 연인 등이 멤버로 가입해 장병들의 근황을 확인할 수 있다.
운용 방식 등에 차이가 있지만, 네이버 밴드외에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인터넷 카페 등의 SNS를 통해 외부와 연결할 수도 있다. 다만 50대 나이가 대부분인 부모님들의 성향 상 밴드의 활용도가 높은 건 사실. 어떤 채널이 더 좋은지가 포커스는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다양성이 중요하고, 나아가 활발히 활용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밴드가 소부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운용된 지 3년이 지났다. 곧 있을 설을 앞두고 괜스레 소부대 밴드 활용이 생각이 났다. 부대에서 설 연휴를 유익하고 유쾌하게 보내는 모습이 부모님들에게 전해질테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아주 조금은' 달래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군대에서의 SNS 활용이 현재까지의 높은 만족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유용한 수단으로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