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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다 Mar 10. 2019

광활한 사막도시 아부다비

가도 가도 황량한 사막뿐이구나

해외출장은 흔치 않다.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5년을 일하며 처음 떠난 해외출장이었다. 간혹 해외 행사에 초대받은 적 있지만, 해외출장을 보낼 만큼의 여력이 없는 회사였다. 가끔은 내 자비로 가고 싶던 일정도 있었다. 하지만 며칠씩 자리를 비우는 것도 쉽지 않은 구조였다.


아부다비 출장은 순전히 내 노력이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관계기관과 조율하며 공을 들였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과 분위기가 맞아떨어지면서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꼭 그곳에 가야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방문하기 어려운 우리 군의 해외 파병부대가 아부다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다. 약 10시간의 비행이다.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하고 승무원이 주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다시 자고, 또 자고. 그리고 도착한 아부다비 공항. 비행기를 나서는 순간, 뜨거운 공기가 훅 올라온다. 비행기에서 현지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는다는 안내방송을 듣긴 했지만, 우와, 이 정도 일 줄이야. 숨이 턱 막힌다. 이러다 죽는 건 아니겠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뜨거운 햇볕도 금세 익숙해졌다


입국 수속을 밟고 목적지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대략 두어 시간 가야 한다고 했다. 반가워, 중동은 처음이야. 창 측에 자리를 잡고 창밖 구경에 집중했다. 긴 비행시간으로 쌓인 피곤함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부다비에서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박 2일의 빠듯하고 빡빡한 일정이었다. 이틀의 시간 중 비행시간과 시차를 빼고 아부다비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대략 여섯 시간 남짓. 어떻게 그런 일정이 나왔는지 신기하지만 이게 또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적한 아부다비 외곽 동네
발바닥이 뜨겁게 만들었던 사막
끝없는 사막이 반겼다


공항을 빠져나온 차는 부대를 향해 달렸다. 시내가 휑하다. 시내가 아닌 변두리여서 그런지 주변이 한적하다. 서울도 도심지역이나 번화하고 복잡하지, 서울 외곽 동네는 그냥 평범한..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상점들이 있고 사람들이 군데군데 있고 차들이 여유롭게 도로를 달린다.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안내자 같은(?) 분이 주의사항을 전하며, 이슬람 국가 여성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었다. 여성에게 아예 시선을 주지 않았지만, 여성 자체가 별로 보이지도 않았다. 온 몸을 하얀 옷으로 덮고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아저씨들 뿐이다. 내 옆에 앉아 있는 현지인 코디네이터에게 ‘여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가볍게 묻고 싶었지만 괜스레 (이곳이 이슬람 국가라는 현실에) 쫄아서 쓸데없는 얘기만 했던 것 같다. “사막이 거대하네요, 허허”


그리고 도시를 완전히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주변은 아무것도 없다. 온통 사막이다. 우와 정말 아무것도 없다. 사막을 가르며 길게 뻗은 도로뿐이다. 뭐가 있어야 구경을 하지. 간혹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큰 건물이 보였지만 그것뿐이다. 모래사막도 아닌 황량한 사막. 재난 영화 세트장이라고 해도 믿겠다. 아부다비의 기억은 그것뿐이다. 사막.


#아부다비 공항에서 맛본 수박 주스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환상적이었다


잊을수 없었던 아부다비 공항 카페테리아


일을 마치고 다시 아부다비 공항으로 향하는 루트도 비슷했다. 그저 웃음만 나올 뿐. 두바이 같은 화려함을 떠올렸던 상상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두바이의 발전된 모습도 UAE의 한 모습이지만, 아부다비의 황량한 사막도 결국 UAE의 리얼일 것이다.


뜨거운 사막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꼈던 여행이었고. 거기서 이래저래 놀라움을 겪기도 했지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또 아부다비 시내를 제대로 보지 못했기에 아부다비를 온전히 보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거대한 사막을 수 시간 동안 달렸으니 절반 이상은 보았으리라.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나머지를 채울 수 있겠지.


매번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수도나 도시를 먼저 가곤 하는데, 이렇게 도시 중심부에서 벗어나 외곽으로 빠진 건 처음이다. 나쁘지 않다. 나중에 아부다비 시내를 찾고 또 두바이를 보면 엄청 다른 느낌이겠지. 내가 지금 아는 UAE는 이런 사막뿐이니, 아마 언제가 만날 도시의 화려함도 즐거울 것 같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 볼 거라고는 흙바닥뿐이지만, 끝없이 달리는 사막도 매력적이다. 아부다비 사막이야말로 진짜 중동이다. 광활하면서 동시에 황량한 땅을 보며 몇 개의 문장으로는 정리할 수 없는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사막이구나. 아부다비에서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만족스럽다. 며칠을 더 머문다고 해도 보이는 건 사막뿐 아니겠나. 아부다비가 광활한 것인지, 사막이 거대한 것인지. 어쩌면 아부다비가 사막 그 자체인 것도 맞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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