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속에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용기, 영공수호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 공군의 F-16 전투기 373번 항공기(#373)가 지난 5월 1만 시간 비행 기록을 달성했다. 특정 F-16 전투기가 단독으로 1만 시간 비행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 공군에서도 6대밖에는 보고된 바 없다.
F-16 최초 도입분 중 하나인 373기는 지난 1986년 공군 대구기지에서 임무수행을 시작해, 1991년 19전투비행단(19전비)창설과 함께 기지를 옮겨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1만 시간 비행 달성까지 걸린 시간은 총 34년으로 비행거리는 약 740만km에 달한다.
이 기간 373기는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서 대비태세 유지 및 영공방위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또 전·후방석을 보유한 복좌항공기(F-16D)인 점을 활용해 신규 F-16 전투기조종사 교육용으로도 사용돼왔다. 실제 약 1000명에 이르는 19전비 출신 F-16 전투기조종사들이 373기로 훈련하며 최정예 전투조종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이와 함께 373기는 국가 주요행사에도 참여해 기량을 뽐냈다. 특히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초계비행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F-16 전투기는 1986년 국내 초도 도입 이후 영공방위 최일선에서 대한민국 하늘을 지켜왔다. 최대속도는 마하 2.29(약 2750km/h)에 달하며, 전천후 작전능력을 갖춰 다양한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뛰어난 성능 덕에 F-16 계열 전투기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4000여 대가 판매됐다. 또 미국을 포함해 현역 전투기로 운용되고 있다. 이번 F-16 전투기의 1만 시간 비행 달성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미 공군에서도 현재까지 6대만이 1만 시간 비행을 달성했을 뿐이다.
특히 1만 시간 비행을 달성한 미 공군의 F-16 전투기가 40, 50번대 Block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공군이 사용하는 Block32 계열로는 1만 시간 비행 달성은 373기가 세계 최초에 해당한다.
물론 1만 시간 비행이라는 사실이 참 대단한 기록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참 오래도록 운용하고 있다는 뜻에서 아쉬움도 있다. 수십년이 지난 오래된 기종은 정리하고 신규 차세대 전투기로 빈자리를 채우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럴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미군만 봐도 F-16은 노후 기종으로 분류돼 신규 전투기로 서서히 대체되고 있다. 미군에서 1만 시간 비행을 달성한 F-16 전투기가 몇대 없는 이유는, 1만 시간이 되기 전에 전투전력에서 제외해 도태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공군은 F-16 전투기를 주력으로 쓰고 있다. F-35A가 도입되고 있고 F-15K가 위용을 뽐내지만, F-16은 우리 공군에 핵심이다. 도태시기가 정해져 있다지만 우리 군의 F-16 전투기 도태시기는 아직 한참 멀었다. F-4와 F-5 전투기도 여전히 제한적으로나마 사용되는 상황이니 말 다했지. 이 때문에 1만 시간 비행을 넘는 또다른 F-16 전투기가 탄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다만 기억해야 할 점은 공군과 공군장병들의 땀방울이다. 한 대의 전투기가 1만 시간 동안 비행을 했다는 점은 그만큼 철저한 관리가 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고없이 지난 34년을 버텨왔다. 그리고 여전히 영공을 누비며 조국을 지키고 있다. 완벽한 비행임무 수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장병들이 노력을 쏟아부었는지는 1만 시간이라는 기록이 보여주고 있다. 조종사와 정비사를 비롯해 비행단 모두의 헌신이다.
373기는 중기계획에 따라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수명연장 및 성능개량 절차를 거쳤다. 이로써 기존 8000시간에서 1만 4000시간으로 수명이 연장됐다. 단순히 계산상으로 앞으로 10년은 더 역할을 해낼 것이다. 사고 없이 무사히 또 완벽히 남은 임무를 수행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전역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