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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다 Jan 21. 2021

해외 파병부대에도 PX가 있을까?

간이 형식이지만 나라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곳

인류 평화와 지역 안정을 도모하는 국제평화협력 활동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레바논, 남수단,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 개인 옵서버 및 부대 단위 병력을 파견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다국적군 활동, 국방교류협력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불안정한 안보 상황과 열악한 현지 환경에서도 묵묵히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에 파병된 부대들에도 PX(군 마트)가 있을까?
 
물론 있다. 군은 파병 장병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간이 마트 형식으로 PX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부대들의 규모를 고려해 물품의 수와 종류에 차이를 두고 있다.


PX 운영하는 국군복지단 등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잘 팔리는 인기 상품은 자외선 차단제와 마스크팩이다. (담배야 말할것도 없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도에 가까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전개한 파병부대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특히 중동 지역은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기 때문에 파병 준비단계부터 자외선 차단제를 필수 품목으로 교육받는다.
 
라면과 개인위생품목도 매출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마다 취향 차이는 있지만, 라면은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간식인 동시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얼큰함으로 파병 장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과자·음료류와 샤워용품도 자주 찾는 품목. 특히 샤워용품 등은 국산 제품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가 존재한다.

 
UAE 군사훈련협력단(아크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귀국한 한 장병은 UAE 군이 운영하는 PX에서 현지 샤워용품을 구매해 사용한 적 있는데, 향이 너무 강해 다음부터는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사탕, 껌, 과자 등 단맛이 나는 제품인 감미품도 마찬가지로 우리 제품의 선호가 높은 편.
 
UAE 군 역시 호기심에 우리 군의 PX를 찾아오기도 한다. 물품을 구매할 수는 없지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유쾌한 경험이 된다. PX가 우리 장병들과 현지 군 장병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우호를 증진하는 사랑방인 셈이다.
 
이렇게 파병 장병들이 구매하는 물품은 처음 각 진이 교대할 때 보내지고 수개월 후 중간 재보급 과정을 통해 다시 보급된다. 업무 흐름은 이렇다. 먼저 파병부대가 재보급받고자 하는 품목을 육군본부 군수기획과에 요청하면, 확인 과정을 거쳐 이를 국군복지단에 전달한다. 국군복지단은 보급 계획을 수립한 뒤 담당 지원본부·마트를 지정해 준비하고, 다시 인계부대·수송부대와의 협력을 통해 보급을 추진한다.
 
각 수송은 국군수송사령부가 맡아 처리하고, 품목과 현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송편을 결정한다. 물론 청해부대같이 해상에서 근무하는 부대를 비롯해 부대마다 운영·보급에 다소 차이는 존재한다.
 
국내와 비교해 해외 파병부대 PX를 이용할 때 특이한 점은 ‘후불 결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물건을 구매한 현장에서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각 부대 군마트 운영 담당자는 매달 판매 관련 결산서를 작성해 국군복지단에 통보하고, 재정 담당자는 개인별 물품 구매 결과를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다. 이후 공제된 금액은 국군재정관리단을 통해 국군복지단으로 송금된다.
 

아크부대 장병들이 중간 재보급으로 부대에 수송된 PX 물품을 나르는 모습 (c)국방일보


시간이 흐름에 따라 PX 물품이 모두 소진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할 때도 있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중간 재보급이 이뤄지지만, 수송 일정·과정 중 차질이 발생하면 장병들은 PX에 재고가 없는 시간을 맞기도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국가에 출입·통관이 어려워지면서 중간 재보급이 멈추기도 했다.
 
국내에서 출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에서 한 달여 동안 물품이 묶여 있기도 했다. 타국에서 생활하는 파병 장병들에게 PX는 가족·조국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위로하는 소중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재고 소진과 중간 재보급 연기는 큰 아쉬움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간 재보급이 진행되는 날은 마치 고국에서 선물이 온 듯한 행복감을 느끼는 날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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