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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y Choi Mar 15. 2017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도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수현(송지효 분)은 우리가 발버둥 치며 따라잡아야 할 것 같은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이며 똑 부러지는 팀장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아이와 남편의 아침 식탁을 챙기고 먼저 출근을 하는 그녀는 직장에서도 단체 카톡방을 수시로 확인하며 유치원 엄마들과의 관계도 살뜰하게 보살핀다. 일도, 결혼도, 육아도 자신이 선택했기에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던 그녀가 일 관계로 만난 남자에게 흔들린 것은 남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그저 문득, 알게 되었을 뿐이다. 자신의 삶에 더 이상 자신을 위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애정이 있지만 도저히 연기가 안 맞는 것 같던 송지효가 빛을 발하는 이 드라마는 우리가 경험하는 관계의 변화와 그 과정을 따뜻하게 들여다본다. 멀어진, 혹은 다친 마음을 계속해 어루만지며 서로를 다시 들여다보는 수현 & 현우(이선균 분) 외에도 투닥거리며 서로를 발견하는 안 PD(이상엽 분)와 권 작가(보아 분) 커플 역시 지켜보며 행복해진다. 




어떠한 관계든 양 쪽의 노력이 지속되지 않으면 기울어지거나 깨지기 마련이다. 이 공식에 예외인 인간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연인에서 부부로 이어지는 관계에서 우리는 이 노력을 지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된다. 끝없이 서로에 대해 알고 싶고, 아무 말 없이 마주만 보아도 웃음이 나고, 손만 스쳐도 짜릿했던 감정도 쌓여가는 시간과 함께 일상이 되고 무디어진다. 가끔 둘이 별을 보러 오자는 신혼 초의 남편과의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수현을 보며 우리는 그 말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것은 물론 현우만의 잘못은 아니다. 단지 그때 수현이 무심코 내뱉은 대로 당신도, 나도, 바쁘고 어느 순간 아이도 생겼기 때문이다. 



결혼 십 년 차를 넘긴 나 역시 천천히 빛이 바래가는 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이 웃기고 눈물 나는 드라마에 덜컥 마음을 빼앗겼다. 꽤 오래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아내의 불륜에 어찌해야 할 줄 모르는 현우의 감정선에 집중하는 드라마는 중반이 넘어서야 수현의 마음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을 함께 생활하며 상대에 대해 언제나 같은 설렘을 가진다는 것은 아마도 가능하지 않으며 결코 정상적이거나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 역시 스스로를 가다듬었지만 가끔은 이 반복되는 일상이, 견딜 수 없게 무겁고 갑갑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극 중 수현은 이야기한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니까 특별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고. 근데 더는 못 버틸 것 같았다고. 


그렇다면 이야기했어야 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조금 시간이 들더라도, 나의 가장 가까운 당신에게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보고 함께 걸어가야 하는지. 우리가 견딜 수 없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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