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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조던 Jul 19. 2017

남도 여행 중 먹고 마신 것들  

순천, 여수, 보성, 하동 맛의 기억을 찾아서 1편 

나는 음식 전문가도 아니고, 식재료나 맛을 정확하게 구별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새로운 식당을 찾는 것도 신나한다. 누구와 함께 그 식당을 방문했는지, 처음 식당에 갔을 때 어떤 계절이었고, 그 곳은 어떤 분위기였는지, 무엇을 먹었고 맛과 느낌은 어땠는지 기억하고 소란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해서 주변 사람들의 식당 추천 요청이 있을 때 가장 보편적인 입맛(아니 어쩌면 웬만하면 다 맛있는 입맛)과 소소한 식당의 기억을 꺼내보곤 한다. 남도를 다녀와서 식당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내가 맛본 것들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순천 / 순광식당

여행 내내 든든했던 힘의 원천, 낙지탕탕이를 맛본 경쾌한 식당 

남도 여행의 시작이 되어준 '순광식당' 여행을 시작하며 내비게이션에 순광식당을 찍고 달렸다. 순천도, 순천국가정원도, 순천만도 아닌 순광식당이라니! 이 얼마나 힘나는 여행의 시작인가! 그래서일까 여행 후 순광식당 간판만 봐도 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의 설렘이 느껴진다. 식당 앞 주차장도 제법 넉넉하고, 안에 자리도 많은 편이다. 주인아저씨가 카운터도 보시고, 서빙도 해주시는데 웃음이나 넉넉한 말투가 좋아서 식당의 첫인상도 덩달아 좋았다.

산낙지비빔밥 한 상 차림

낙지 전문점답게 주 메뉴는 '낙지 탕탕이' (산낙지 비빔밥/ 1인분: 2만 원) 앉아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주방에서 탕! 탕! 탕! 도마에서 낙지를 자르는 난타같은 경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도록 참기름이 뿌려진 큰 그릇과, 김가루, 양념장이 있고, 낙지 탕탕이와 함께 형형색색의 반찬들이 나온다. 일단 통통하고 탱탱한 주메뉴 탕탕이가 맛있는 것은 물론이요. 양도 많아서 밥 반, 낙지 반 수준, 듣고 온 명성대로 반찬들도 하나같이 다~ 맛있다. 특히 빨간색 저 어포! 정말 살 수 있다면 사 오고 싶었다. 국물로 나오는 바지락탕의 조개들은 얼마나 크고 실한 지, 서울 포차나 식당에서 주는 국물과 비교할 수 없었다. 첫끼를 든든하게 먹으니 밤늦도록 돌아다녔는데도 허기지지 않고 힘이났다! 보양식 낙지의 힘이었나 보다. 불끈-


(산낙지 비빔밥의 포인트는 탕탕이와 밥과, 고추장과, 김을 얼마나 환상적인 비율로 잘 비비는가에 있는듯하다. 처음엔 본연의 낙지 맛을 느낀다며 희고 밍밍하게 비볐다가 나중에 친구가 비벼준 매콤한 비빔밥에 새로운 맛에 눈 뜬 기분)


두 번째, 순천 / APRON

큰 나무 그늘 아래 여유롭게 자리 잡은 부부의 카페

순천 창작예술촌에 자리 잡은 카페다. 순광식당에서 밥을 먹고 시장을 구경하며 슬슬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파란 하늘 아래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은 저 건물은 모두 카페였다. 1층, 2층 별채까지 있고, 작은 정원도 있는 곳이었다. 가장 마음에 든 자리,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맛보다 주인아주머니와 나눈 이야기와 햇살 바람의 맛이 나는 것 같은 카페라 기억에 남는다. 반짝반짝거리는 여행 첫날의 기분을 가득 담고 있다.

주인 아주머니의 아들이 지어준 이름 APRON

주인아저씨의 고향이 순천이라고 하셨다. 그동안 경기도 용인에 살다 고향으로 내려와 이 카페를 시작하셨다고 했다. 아들분이 앞치마(apron)를 멘 엄마의 모습과 + 새우(Prawn) 프론 요리를 판다는 뜻을 담아 APRON이라는 가게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했다. 가게에 자리 잡은 식물들, 꽃들, 그릇들, 피아노, 작은 소품들까지 주인 내외분의 노력과 애정이 느껴지는 카페였다. 그리고 뭔가 고향으로 돌아온 두분의 안도감과 여유가 전해지는 공간이었다. 

순천에 이런 카페가 있을거라 생각 못했는데


세 번째, 여수 / 거북이 식당

8천 원에 간장게장, 양념게장, 매운탕을 제공하는 게장백반

여수에서 게장백반을 먹기 위해 두 곳을 떠올렸다. 1) 여진 식당 2) 거북이 식당. 여진 식당에 먼저 찾아갔지만 문을 닫아서 거북이 식당을 찾아갔다. 메뉴는 창문에 쓰인 대로 1인 8천 원 게장 백반 정식. 인원수대로 시키면 간장게장, 양념게장, 갓김치, 조기매운탕이 나온다. 꽃게보다 작은 돌게장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알차게 먹을 수 있었다. 택배 포장도 가능하다.

일단 단 돈 8천 원에 간장, 양념게장을 둘 다 맛볼 수 있고(부족하면 더 주시지만, 양이 더 시키지 않아도 되었던) 매운탕까지 먹을 수 있으니 가성비 좋은 식당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뭔지 모르게 어수선한 분위기와 순광식당의 찬들이 너무 맛있어서인지 그보다 덜 기억에 남는 식당이다. 선뜻 추천하지 않을 듯 하지만 여수 게장도 맛보고 야경을 보기 전 든든한 한 끼론 충분하다. 


네 번째, 보성 / 고택 컵라면

중요민속자료 제 159호 사대부집에서 먹던 야식

숙소였던 보성 강골마을 사대부집에 한 밤중에 도착했다. 당연 문 연 식당도 없고, 근처 슈퍼도 없을 때 주인아주머니의 부엌에서 귀한 컵라면을 얻었다. 디저트로 싱싱한 오디까지 덤으로!! 한옥 별채 안 고풍스러운 옛 가구들 앞에 앉아서 이 집을 지었던 그 시대에는 상상도 못 했을 간식 컵라면을 먹는다. 뭔가 시대를 교차하는 기분이 드는 이 사진이 재밌게 느껴진다. 다음날 아침 사랑채 앞 평상에서 수박을 먹던 또 다른 투숙객 외국인을 떠올리니 그 역시 시대와 국가까지 넘나드는 재미있는 기억이로구나.


** 덧붙이는 글.

이 외 먹어보지 못해  가장 아쉬운 집은 여수 '싱글벙글 빵집'이다. 아마도 갔다면 다음 리스트를 장식하지 않았을까 싶다. 보성에서는 여느 사람들처럼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보성 녹차 떡갈비에서 많은 반찬과 함께 나오 던 떡갈비를 먹었다. 하지만 꼬막 정식도 먹고 싶었고, 장흥 삼합도 먹고 싶었는데...보성은 맛있게 먹은 기억보다 못 먹은 아쉬움이 더 컸던 곳이다. 글이 이렇게 길어지다니 하동은 다음 편에 이어서!!!!! 투비 컨티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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