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라이조던 Apr 23. 2018

일주일을 살아도 치앙마이

 계획대로 살기 싫고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 날  

이렇게 급하게 떠난 여행은 처음이었다. 금요일 퇴근을 앞두고 비행기표를 샀다. 일요일 아침 10시에 비행기를 탔으니 이 모든 일이 30시간 안에 일어났다. 떠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 정말 여행 가는 거야?'라고 반신반의하며 리무진 버스에 올라탔다. 늘 완벽하게 준비된 인생을 사는 건 아니었지만, 이토록 준비 없이 여행을 간 적도 없었다. 10년간 여행하는 직장인으로 살면서 가지게 된 나만의 여행 규칙이 있었다.


1. 비행기표는 3개월 전에 저렴하게 구매한다. 유럽도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2. 목적지가 가장 아름답고 여행하기 좋을 계절에 떠난다.

3. 여행을 기다리고 준비하며 최대한 떠나기 전 기쁨을 만끽한다.  


직장인의 여행에서 월급과 휴가는 흡사 팝콘과 콜라 같은 것이었다. 시간이 된다 해서 바로 떠날 수도 없거니와 월급만 들어왔다해서 여유로운 것도 아니었다. 어느 하나만 준비되서는 떠날 수가 없었다. 눈치껏 상황을 보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아껴둔 휴가를 주말과 연휴와 붙여 하루라도 일정을 늘렸다. 두 번은 꿈도 못 꾼다는 생각으로 가장 좋은 계절을 찾았다. 미리 비행기표 티켓팅을 해두며 야무지게 비용을 절감시켰다. 여행을 기다리며 한 줄 두줄 여행 스케줄표를 채우노라면 내 삶의 한편에 올해의 목표가 생긴 듯 든든했다. 그런 내 인생에서 요번 여행은 내가 만든 규칙을 모두 깨뜨리는 행위였다.


1. 비행기표는 떠나기 이틀 전에 급으로 구매했다. 직항은 시간 단위로 가격이 치솟아 올라 방콕을 경유했다.

2. 4월은 태국이 가장 덥다는 한여름이었다. 한낮의 기온은 36도를 넘어 40도 가까이 오르락거렸다.

3. 여행을 준비하는 기쁨 대신 이 황당한 여행을 보고해야 할 최소의 사람들을 떠올리기 급급했다.

성격상 혼자였다면 절대 가지 않을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런 급 여행이 얼마나 재밌냐는 친구는 그저 떠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확신하고 있는듯했다. 해외여행 경험으로 치면 내가 훨씬 선배구만, 저 녀석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자신만만한건지... 그 확신을 의심하며 떠났다. 여행 후보지로 제주도와 통영도 있었고 일본 교토도 있었지만, 치앙마이가 우리의 인연이었던 것일까? 그저 누군가는 한 번 가보고 싶었고, 살아도보고 싶었다는 이유로 후보에도 없던 치앙마이가 해성처럼 등장해 목적지로 등극했다. 놀랍게도 진짜 마음먹고 떠나보니, 일요일 오후엔 방콕 공항에 앉아 싱하 맥주를 한 잔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창 밖을 보니 눈에 익은 컬러풀한 방콕 택시들이 속속들이 공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정말 여기 태국 맞구나...늘 한결같던 정해진 삶에서 벗어난 묘한 해방감에 실실 웃음이 나왔다. "지금 방콕 공항에서 맥주 마시고 있는 거 실화야? 퇴근길에 표 사서 이렇게 주말에 올 수 있는 거야?" 떠나면서도 믿기지 않더니, 떠나와서도 실감 나지 않는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치앙마이는 어땠냐고? 말을 마시라. 완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으니깐... 일단 여행 좀 한다는 나에게 숙소의 위치는 매우 중요했다. 시내 복판에 위치하거나 어디든 도보로 이동하기 편해야 했다. 하지만 친구가 구해온 숙소는 완벽한 '외각'이었다. 에이~ 초짜라 아직 뭘 모르네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구시가지 올드타운과, 신시가지 님만해민에 여정을 풀었다. 우리 숙소는 그 두 곳에서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야 나왔다. 기존의 나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곳이었다. 나는 며칠이라도 시내에 묵어야 한다며 꾸역꾸역 일정을 나눠 올드타운 숙소를 예약했다. 막상 시내로 옮기고 보면 다들 잘했다고 말하리라. 자신 있었다.

지금 보면 꿈같은 외곽의 숙소, 오아시스

숙소가 마련되면 이름 좀 날리는 맛집과 카페들을 구글맵에 별표로 찍어야 마음이 편했다. 어디 갈까?라는 질문에 맵만 연다면 완벽한 루트가 완성되기 마련이었다. 내가 가고 싶은 장소들은 이미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 둔 믿을만한 리뷰 가이드가 있었다. 맛집에 가서 사람들이 추천한 메뉴만 시킨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손해 볼 일은 없지 않은가. 이렇게 정신없이 떠나는 와중에도 치앙마이 가이드북을 한 권 샀다. 비행기에서 줄까지 치며 꼼꼼하게 정독했다. 숙소에 도착해 인터넷이 연결되자마자 구글맵을 켜고 가고 싶은 순서대로 콕*콕* 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 좀 한다는 나의 계획은 다음날부터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단 외각에 자리 잡은 숙소에서 하루 이틀 머물수록 묘하게.. 이상하게... 시내로 옮기기가 싫어졌다. 치앙마이 북부 란나 스타일로 구성된 숙소는 그야말로 푸른 오아시스에서 머무는 기분이었다. 나무 느낌의 방과, 욕실의 창문, 천정과 벽까지 거대한 식물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벤치에 앉아있노라면 햇빛이 그린 거대한 그림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전거를 타고 꽃 길을 달렸다. 새들은 총총 뛰어다녔다. 청량한 물소리가 연꽃 다리 밑으로 흘렀다. 택시를 타고 돈과 시간을 들여 시내를 오가는 것이 번거롭긴 했지만 온통 꽃과 낭만으로 뒤덮인 이 동네를 두고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다.


밤에 숙소에 돌아오면 하얀 프랑지파니가 한가득 피어 우리를 맞이했다. 동남아를 대표하는 꽃 프랑지파니가 이렇게 우아하게 나무에 피어있는 모습은 태어나 처음 보았다. 꿈같이 까만 밤이었다. 순수하고 하얀 낭만이 흘렀다. 도시에 있었다면 느끼지 못할 고요하고 평화로운 낭만이었다. 그렇게 외각에 빠진 나는 결국 새 숙소에 체크인하는 날 예약을 취소했다. 보란 듯 위약금도 날려먹었다. 내가 우겨서 예약한 숙소를 내 손으로 취소하고 있노라니 민망함이 밀려왔다. 자신만만하던 처음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었다.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이 곳에 머물고 싶은 내 마음이 나조차도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여행 초짜라 생각했던 친구는 수학 정석처럼 교과서적이던 나의 여행 방식을 하나씩 깨뜨렸다. 부지런쟁이 나는 매일 아침 꼴찌로 조식을 먹었다. 벤치에 앉아 오늘 뭐하지라는 수다로 오전을 날렸다. 그냥 수영이나 하자며 수영장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친구에게 평형을 가르쳐줬다. 시내에 나와서도 목적지 없이 걷다 끌리면 들어가는 친구표 즉흥 여행 스타일에 점점 물들어갔다. 그렇게 우연히 들어간 곳 중에는 요즘 치앙마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루프트탑 바도 있었고, 태국 가족들이 주차장 공터에 열어 둔 노점도 있었다. 그간 현지인 식당이라고 해서 찾아간 곳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진짜 현지인들의 삶 그 자체에 들어온 것 같았다. 고기 향기를 맡은 고양이와 실랑이를 하며 태국 가족들이 구워주는 닭날개에 맥주를 마셨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낯선 밤, 태어나서 처음 와본 장소에 있었다. 구글맵엔 영원히 뜨지 않을 것 같은...그런 곳이었다.


친구는 에어컨이 나오는 깨끗한 마사지 가게 대신 치앙마이 마사지 스쿨에서 운영하는 마사지 가게에 가보자 했다. 에어컨이 없다는 말에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고 벌써 더운 것 같은 느낌이 올라왔다. 지금도 믿을 수 없지만 막상 그곳에 들어가서 누워있으니 자연풍만큼 시원한 게 없었다. 에어컨보다 좋은게 바람이란 생각에 잠도 솔솔 오고, 몸은 세상 편했다. 탁센 마사지라는 나무로 톡톡 두드리는 태국 마사지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가격도 단돈 6천 원. 한 달 산다면 매일 와서 도장을 찍고 싶을 정도였다.

또 어느날 친구는 우연히 만난 택시 기사의 운전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흥정을 하자는게 아닌가. 흥정?!! 내가 여행지에서 가장 경계하는 단어였다. 매우 즉흥적이고 위험성이 있는 단어. 나는 친구에게 이 택시가 그동안 우리가 탄 것 중 가장 더럽지 않냐며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구불거리는 산길을 가려면 깨끗한 택시보다 안전한 택시를 타야 한다는 친구의 논리에 패했다. 흥정에 동참한 나는 그저 흔한 장사꾼 택시 기사인줄 알았던 그에게 "깎아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안되면 말고란 심정으로 던졌는데, 그는 단박에 200밧을 깎아준단다. "오케이! 그럼 우리가 사원을 구경하는데 얼마의 시간을 줄 수 있어"? (속으로 1시간 이상은 벌어야지 생각했다.) 그는 대답했다." it's up to you" 네가 보고 싶은 만큼... 그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며칠 전 자기가 찍어온 황금 사원 사진을 보여줬다. 저녁 7시 경이 사진처럼 가장 예쁘지만 우리가 원할 때 데려다준다고 말했다. 순간 흥정의 마음이 무너졌다. 나보단 친구와 그가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난 택시기사 '빌리'는 황금사원 도이수텝의 완벽한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헥헥거리며 우리를 따라 올라왔다. 입구 계단부터 금빛으로 번쩍이는 사원 곳곳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 앞에 우리를 세웠다. 본인의 무릎을 굽혀가며 땅에 앉아 몇 장씩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진을 마음에 들어하는 우리를 보면서 본인이 더 행복해했다. 점괘를 뽑아주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말이 안 통하면 핸드폰으로 단어를 찾아 보여주고 설명해주었다. 전망대에선 손 끝으로 아득한 불빛을 가리키며 시티 말고 저기 보이는 외각이 우리 집이야. 난 아들이 있어하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이 여행이 끝나면 무엇보다 이 사람이 오래 기억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헤어질 땐 서로 '당신을 만난 게 오늘 최고의 행운'이라는 말을 나누었다. 평범한 치앙마이에 사람이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불안해 보이던 친구의 흥정은 결국 마음을 나눈 추억이 되어 돌아왔다. 여행은 참 알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계획되지 않은 우리의 여행이 막바지로 흐를 때 태국의 설날 '송크란'이 시작되고 있었다. 태국은 1년 중 가장 더운 4월에 송크란을 맞이한다. 전 국민과 세계 여행자들이 모여 물총 싸움을 한다는 송크란. 계획 없이 출발한 우리들이 송크란을 염두에 뒀을 리 없었다. 호출한 택시의 내부는 송크란을 맞이해 비닐로 덮여있었다. 시내에 들어서니 너 나할 것 없이 물을 쏘기 시작했다. 거대한 도심 워터파크에서 물싸움이 벌어진 것 같았다. 아이들은 튜브로 만든 수영장 안에서 호스를 들어 올렸다. 집집마다 큰 드럼통은 물로 한 가득 차 있었다. 자전거, 택시, 트럭 할 것 없이 쫓고 쫓기며 물싸움에 동참했다. 우리는 물총 하나 장전하지 못한채 축제의 한 복판에 서 있었다. 그 순간 치앙마이 할머니가 내 목덜미 뒤로 훅하고 찬 물을 부었다. "해피 뉴 이어"라는 말과 함께..."으악"하며 소리를 지른 우리는 동시에 웃으며 "땡큐"라고 말했다. 나의 액운을 씻겨주어 감사합니다라고. 정신이 확! 들었다. 오 마이 갓!!! 나 진짜 송크란 축제에 왔나봐아아아!!!


어린아이부터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치앙마이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순수한 기쁨으로 명절을 보낼 수도 있다는 게 부럽기까지 했다. 거리의 소방차가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냈다. 하늘 위로 치솟은 물줄기는 사람들에게 물방울 세례를 퍼부었다. 희뿌연 안개 사이로 오색찬란한 물 무지개가 떴다. 순간 꿈인지 현실인지... 물안갯 속 풍경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꿈이야 생시야하며 볼을 꼬집기라도 하듯, 친구의 등짝을 마구 두드렸다. "야야!! 무지개 무지개!! 저기 무지개야!! 지금 너무 꿈같아!!" 불상과 스님을 태운 가마가 음악과 함께 거대한 행진을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이토록 성대한 축제의 한 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묘한 우연이거나, 기막힌 행운이거나, 어쩌면 생에 한 번쯤 주어질 뜻밖의 선물 같았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마치 모든 게 준비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갔었다면, 아니 여행 일정을 하루 이틀만 바꿨더라면, 아니 아니 이 동네 아니라 옆동네로 갔다면 보지 못할 풍경이었다. 모든 우연의 조각들이 운명처럼 연결되어 강력하게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송크란을 맞이한 식당과 카페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우리는 맛집대신 옆집 혹은 지나다 봤던 문 연 식당에 들어갔다. 앱에 한글, 영어 리뷰가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이름도 알 수 없는 식당에서 치앙마이 아줌마가 무친 쏨땀을 두 접시나 비웠다.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주문을 도와준 시원한 차이티 커피와 연유 토스트는 꿀맛이었다. ‘또 문을 닫았네!’하며 실망하는 순간 감각 넘치는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뜻밖에 발견 한 장소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잔돈까지 탈탈 털어 팟타이에 맥주를 마셨다. 친구는 말했다. "치앙마이는 말이야...구글맵 별이 필요 없는 것 같지않냐 그냥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면 되는 것 같아"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나만의 식당,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발견하면 되는 곳이 치앙마이였다. 계획 없이 걸으면 모든 게 이루어지는 동네였다. 딱히 주머니 사정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정해둔 곳이 없을수록 행복해졌다.

우리는 계획된 일상에서 벗어나 무계획의 낯선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과연 나의 여행이 그런 무계획 속에 머문 날이 있었나 싶다. 어찌 보면 일상보다 더 계획된 하루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 꼭 가야하는 곳부터 간 김에 들려야 하는 식당과 카페까지 완벽하게 패기징 된 여행을 했다. 낯선 골목을 헤매기보다 지도에 얼굴을 묻고 목적지를 찾기 급급했다. 목적지를 제외한 풍경들은 의미 없는 배경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찾아간 곳들은 만족도 주었지만 때론 실망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처음가보는 곳임에도 수십개의 리뷰를 본 탓에 새롭지 않았다. 온전히 내 감정만을 담기엔 이미 수많은 의견이 뒤섞여 있었다.


치앙마이는 달랐다. 흰 도화지 같았다. 그런 백지를 계획하려 했던 난 완전 뒤통수를 맞았다. 여행 초짜 친구에게 나는 또 다른 여행을 한 수 배웠다. 경험이 많다고 결코 여행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계획된 것이 없으니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채울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다. 우리는 마음대로 살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말이다. 어떠한 의무감도 부담도 없는 가벼운 여행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실망할 것도 나쁠 것도 없었다. 오히려 다음날 눈 뜨면 더 재밌는 일들이 일어났고, 완전히 새로운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행이 '여기에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라 했던가. 비로소 치앙마이에서 저 말을 실감했다.

내가 치앙마이에 왔다고 하니 다들 '한 달 살기'를 이야기했다. "요즘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유행이라던데 지내보고 어떤지 말해줘, 우리 회사 직원도 거기서 한 달 살고 왔다던데..."라고 말했다. 태국 사람들조차도 가장 살고 싶어 한다는 치앙마이. 사람들에게 왜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사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유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물가가 저렴해서요. 북부라서 덥지만 습하지 않아서요. 예술적 분위기가 가득 찬 도시라서요. 나에게 단 한 가지 이유를 말하라면 나는 그저 행복한 사람들 속에서 아무 계획 없이 지낼 수 있어서라고 말하고 싶다. 계획하고 준비해서 얻는 행복이 아닌 지나고 난 뒤 돌아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면 더 뭉클한 느낌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의 빡빡한 일터와 일상은 이같은 무계획을 도무지 허락하지 않아, 때로는 낯선곳으로 떠나야한다고! 그 어디에선가 당신이 원하는 사람과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훌쩍 떠나고 싶다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 계획 없이 떠난다면 더 멋진 행운이 당신을 기다릴지 몰라요. 저도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까진 몰랐어요. 내가 그 행운조차 계획하려 했다는 것을 말이죠... 직장인에게 한 달의 휴가는 그림의 떡 택도 없는 사치라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감히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라고 했던가?

아니 아니 "단 일주일을 살아도, 치앙마이"


매거진의 이전글 금요일, 타이베이에서 점심을 먹어도 좋을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