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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조던 Apr 15. 2017

아름다움을 말해주게, 일 포스티노

시칠리아로 떠나기 열흘 전 운명처럼 극장에서

아름답다.

그동안 난 어디에 아름답다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잘 기억 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 아름답다는 형용사가 잘 어울리는 영화가 있을까? 아름다운 영화다. 세상엔 이토록 아름다운 영화도 있다.


아름답다
- 즐거움과 기쁨을 줄 만큼 예쁘고 곱다.
- 감탄을 느끼게 하거나 감동을 줄 만큼 훌륭하고 갸륵하다.


처음엔 순수함으로 가득 찬, 또 한편으론 서글퍼 보이는 우편배달부의 커다란 눈이 아름다웠다. 그다음에는 시인의 집으로 가는 언덕길이나 집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파도치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서서히 우편배달부의 낡은 가죽 가방과 자전거로 시선이 이어지더니, 시인에게 선뜻 손을 닦으라고 내미는 갈색 옷 깃 까지 머문다. 그래 1994년 개봉한 이 영화의 카피는 '시와 바다와 자전거가 있는 영화'였다.


단 한 사람을 위해 늘 편지를 배달하는 포스티노


시각으로 채워지던 아름다움은 유명 시인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대화를 시작하며 글과 말로 나아간다. 시인 네루다가 어떤 문장을 말하자 마리오는 "마음이 이상해요"라고 말한다. 마리오의 마음은 네루다의 문장을 만나 일렁거리기 시작한다. 마리오는 "마치 뱃멀미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네루다를 통해 자신의 마음이 시의 운율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리오는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설명하며 더 아름다운 은유(메타포레)의 세계로 나아간다.


선생님, 저의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시겠어요? 사인을 부탁하는 마리오


'인간으로 사는 것이 고되다'라는 네루다의 문장에 마리오는 본인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 있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한다. 또 시인 네루다에게 '이발사의 칼은 왜 슬픈 거냐'라고 묻자, 네루다는 '난 내가 쓴 글 이 외의 말로 그 시를 표현하지 못하네'라고 말한다. 대화 속에 시가 가진 한 문장의 영향력이나, 시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오직 그 문장으로 밖에 표현될 수 없는 그때 그 사람의 시. 하지만 시는 결국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까지.


마리오가 처음으로 '운율'을 알게 된 해변


"저도 시를 쓰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나요?"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걸어보라. 시를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은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라는 네루다의 말. 그 후 마리오는 바닷가를 걷고, 턱을 괴고 한참을 생각에 빠진다.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그녀를 바라본다. 사랑을 느끼고 그리움의 감정도 알게 된다. 그녀를 만날 수 없는 날엔 창밖을 보며 달을 그려본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당신의 웃음은 얼굴에 나비처럼 번진다'는 문장을 쓴다. 그 문장이 마리오의 목소리를 통해 나오는 순간 정말 베아트리체의 얼굴엔 웃음이 나비처럼 번진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스크린에 꽉 차는 순간 마음이 이상해진다. 은유로 짓게 한 여인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서-


은유로 사랑을 나누는 베아트리체와 마리오

마리오: 선생님, 저 사랑에 빠졌어요. 아파요

네루다: 다행히 치료약이 있어 곧 낫게 될 거야...

마리오: 아니요 전 계속 아프고 싶어요. 낫고 싶지 않아요.


베아트리체 당신의 미소는 나비의 날개짓 같아요


네루다: 마리오, 내 친구들에게 이 섬의 아름다움을 말해보게

마리오: 베아트리체 루쏘


이 섬의 아름다움을 말해달라는 네루다의 말에 마리오는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으로 답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마리오가 고국 칠레로 돌아간 선생님 '네루다'에게 진짜 이 섬의 아름다움을 보내기 위해 섬 곳곳을 찾아다니며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들 일 것이다. 그들이 걷고 수영하던 해변의 작은 파도소리, 절벽 위에 부서지는 큰 파도소리, 마리오와 베아트리체가 결혼식을 올린 성당의 종소리와 공산주의자를 반대하던 신부님의 목소리, 별과 달이 뜬 섬의 밤소리,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의 심장소리까지. 아름다움이 풍경과 소리로 가득 차오른다.


소리로 담아 내는 섬의 아름다움


오늘은 시칠리아로 떠나기 열흘 전이다. 겨울부터 이 봄을 기다렸다. 그리고 극장에서 재개봉을 한 이 영화를 만났다. 스크린에서 지글거리는 화면과 아카데미 음악상에 빛나는 IL postino 음악을 지금 이 시점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여행 전 시칠리아 섬들이 보고 싶어서 영화를 찾아갔는데, 영화는 벌써 그 섬의 아름다움을 남겨주었다.


이 영화를 보고 시칠리아에서 꼭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잔잔한 바다 곁을 걸으며 작은 파도소리를 들어보기

언덕 위 절벽에 부딪히며 있었다 없어지는 큰 파도소리도 들어보기

고기잡이 배들을 보면 마리오가 표현한 '서글픈'그물을 찾아보기

턱을 괴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하얀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보기

별과 달이 뜬 섬의 밤소리를 들어보기



우리는 때론 한 편의 영화로 여행을 한다.

낯선 곳으로, 한 편의 시로, 한 장의 풍경으로, 또는 누군가의 인생 속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 우편배달부 '마리오' 역을 맡은 '마시모 트로이시'는 일 포스티노가 개봉한 1994년에 사망했다. 이미 이 영화를 찍을 때도 그는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었다. 비록 그는 죽음을 맞이했지만 영화로 영원히 남았다. 그는 마치 이 영화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은 한 편의 시처럼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을 말해주게 일 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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