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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Feb 03. 2023

아이가 누군가에게 맞고 들어온다면?

“엄마~ OO이가 자꾸 때려” 


간식을 먹던 아이가 같은 반 친구한테 맞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왜 때리는지, 어떻게 때렸는지,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 

아이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내가 하지 마~라고 했는데, 장난친 거래~” 


장난... 참 애매한 단어다. 

그리고 아이는 이미 그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친구가 또 그런 장난을 해오면, 

‘하지 마! 나는 그런 장난 싫어해!’라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그런데도 멈추지 않으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라고 아이에게 우선 말해주었다. 


이럴 때,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현명한 걸까?  




예전에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6살에 

함께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 친구네 가족과 캠핑을 간 적이 있다. 

캠핑장 트램펄린 장에서 신나게 놀던 중에 아이 친구가 갑자기 텐트로 달려오더니, 

우리 아이가 한 살 어린 동생한테 맞았다고 일러주는 거다. 

상황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 큰 문제없이 이미 끝난 거 같아서 넘어가려는데... 

아이 친구의 아빠가 나섰다. 


“네가 가서 그 동생을 때려줘” 

“알겠어” 


대답과 동시에 쏜살같이 트램펄린 장으로 달려가는 아이의 친구! 

고맙다고 해야 할지, 함께 달려가 말려야 할지... 

순간, 결정을 내리지 못해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적이 있었다. 





아이가 맞고 들어오는 상황은 

엄마 입장에서 빡치고, 눈이 돌아가는 상황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상황마다 다양한 변수가 있다. 



우선 우리 아이는 이유를 막론하고 폭력은 무조건 안된다고 아주 강력하게 믿는 아이다. 

어디서 그 소신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의 동작도, 

태권도 같은 격투 스포츠도,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아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자기를 때린다고 해도 같이 맞서 때리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저 맞고 나서, 말로 상대를 설득하거나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아이가 할 수 있는 최대 대응이다. 

엄마인 내 입장에서는 크나큰 변수다! 


또 하나! 이번 경우는 상대 아이가 반에서 우리 아이랑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라는 것이다. 

학원도 같이 다니고 서로의 집도 왔다 갔다 하면서 같이 놀고, 

그 덕에 엄마아빠도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인지라.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난감하다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도, 다음날도... 

일주일 정도 아이는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고, 

아이의 친구는 아이를 때린 후에 재미있다고 깔깔 웃는다고 한다. 

선생님이 나서면, 

안 했다고 발뺌을 하거나 

앞으로 안 하겠다고 약속은 하지만 장난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 아이는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 엄마는 어떻게 나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았다. 


사실 이런 일이 있기 보름쯤 전에, 

아이를 때린다는 아이 친구의 엄마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같은 반 친구가 괴롭혀서 속상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학교에 전화를 해 건의를 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문제는 엄마인 내가 어떤 방법으로 해결을 해야 한단 말인가! 



남편과 상의도 하고 

어떤 말로 이야기를 시작할지 미리 내용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 

마음을 먹고 친구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렵게 말을 꺼냈고, 

준비한 대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상대 엄마는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줬고 

오해 없이 이야기가 끝난 듯했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의 아이에게 잘 설명을 해주었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약속도 잘 받아두었다고 

미안하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너무 고맙고, 고마웠다. 

입장을 바꿔서 내가 그런 전화를 받았다면, 

내 속이 상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상대에게 절대 마음이 편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그 일은, 서로 관계가 틀어지거나, 오해를 하는 등의 다른 문제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내 마음도 편안해질 무렵.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심플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되는걸. 


     OO이가 장난으로 (우리 아이)를 때린다고 해요. 

     (우리 아이)는 그 장난이 싫다고 하니까, OO한테 얘기를 한 번 해주세요. 

     (우리 아이)가 이야기했는데, 귀담아듣질 않는 모양이에요. 


이 세 줄이 이야기의 전부인데.... 주저리 주저리.... 

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고 심각하고 어렵게 만들 뻔 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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