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인'입니다
보통 해외여행을 가서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I'm from Korea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그렇다.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그런데 중남미 여행을 하면서 "¿De dónde eres?(어디서 왔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Soy de Corea(한국에서 왔어요)"라고 대답하면 항상 이렇게 되물어 왔다.
Corea del Sur o Corea del Norte?
남한 아니면 북한?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으면서 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대단한 애국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어릴 때는 물론 '우리의 소원을 통일'이라는 노래를 종종 듣고 자랐다. 하지만 별생각 없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멕시코 친구네에 놀러 갔다가,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김없이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왔어요"라고 대답했고, "남한? 북한?"이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다 남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사실 우리는 그냥 '저는 한국인입니다'라고 대답해요. 사람들은 항상 남한이냐, 북한이냐를 물어보는데 보통 '남한 사람' '북한 사람' 이렇게 나누어서 생각하지 않거든요."
친구의 어머니는 생각보다 우리의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계셨다. 뉴스나 시사 다큐들을 좋아하셔서 가끔 TV나 인터넷에서 보셨다고 했다. 이때 외에도 느낀 건데, 뉴스에 자주 나와서인지 의외로 북한이 더 유명했다. 그리고 하나는 '공산주의', 또다른 하나는 '민주주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나는 평소에 우리나라 지도를 그릴 일이 있을 때면, 이렇게 날려 그리곤 했다. 분리된 땅의 그림은 왠지 낯설다.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새삼 자각할 일이 많았다. 평소에 동북아시아라고 하면 '중국, 한국, 일본'을 떠올리는데,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중국, 북한, 남한, 일본'이었다.
"저는 남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Soy Coreana!
적어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한, 하나된 한반도 지도를 기억하는 한, 정치나 이념과 상관없이 우리의 의식 속에 '한국인'이라는 유전자가 있음을 믿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