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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이유, 둘

Zacatecas#3 노을

by 세라


노을의 생은 짧다. 그래서 가끔, 그 순간이 사실은 환상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저 해의 뒤를 따라가고 싶다.

누구도 따라간 적 없고

낮에도 밤에도 볼 수 없는

터질듯한 를,

신기루같은 환상만 남기고 사라지는

저 해를,


조금 떨어져 퐁당퐁당 돌을 던지며 따라가고파.



노을처럼 아득한 것, 잡히지 않는 것,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것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


한때 노을이 꽃잎들을 온통 물들였다는 것도, 꽃잎들이 휘리리 날아가 버리는 것도, 모두 꿈결같은 일 아니겠는가. 가늠할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이유 둘, 노을.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듯한 해질녘 풍경.




부파 언덕(Cerro de la bufa)에서였다, 내가 사까떼까스 해질녘 풍경 속에 완전히 녹아버린 것은. 긴 여정의 어떤 한 노을이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긴 시간동안 멈추어 서 있었던 곳이 이 언덕이었노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아ㅡ 따뜻해.


스러져가는 햇빛을 가득 맞으며, 생각도, 말들도,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 하늘에 머리가 맞닿아 있는 것 같고, 저 아래 집들이 다 내 발밑에 있는 듯 하다.



사까떼까스의 돌들은 보는 것보다 더, 만지면 기분 좋아지는 촉감을 가졌다.

사까떼까스의 선인장들은 보이는 것보다 더 부드럽다.

사까떼까스의 거친 언덕에 내려앉는 햇살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푹신하다.


홀로 비밀스러운 시간을 즐기며, 비밀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사까떼까스의 차가움과 투박함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제 난 내가 봤던 것들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맨몸의 돌들이 제몸이 다 붉어지도록 얼마나 진실한 자세로 황혼을 받아내고 있었는지, 덕지덕지 피어난 선인장 꽃들이 얼마나 아기처럼 연약해 보였는지, 햇살은 얼마나 따뜻했고 노을은 또 얼마나 짙었던지.


사까떼까스, 넌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난 너를 기억할게.

No habrá ningúno que no se enamore de este paisa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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