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catecas#7 이것저것
나는 줄곧 사까떼까스를 붉은, 또는 금빛 도시라고 썼지만, '핑크빛' 도시라고도 자주 소개된다. 사까떼까스의 건물들은 붉은 끼가 살짝 돌아 핑크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찍어놓은 사진들을 다시 보니 '핑크 시티'라는 말도 그럴듯하게 와 닿는다.
사까떼까스에 대해 마무리하기 아쉬워 이런저런 사진들을 정리해 봤다. (이번 글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사까떼까스는 다른 멕시코의 도시들에 비해서는 정적인 편이지만, 이 광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다. 낮에도 밤에도 멕시코스러운 공연과 축제가 이어졌다.
처음 도착한 날 길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이곳으로 가 보았다. 성당과 시장 근처이기도 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인 듯하다.
자세히 들어보니 삐에로 분장을 한 광대가 사람들을 불러내서 농담도 하고 망신을 주고 하면서 놀고 있었다. 아이들부터 연인, 노인들 할 것 없이 모여서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슬쩍 들어갔다. 내가 지목되는 건 싫지만 다른 사람 보는 건 역시 재밌다.
ㅡ네 신사분, 이름이 뭐죠?
ㅡOOO입니다.
ㅡ뭐라고요? 더 크게요, 더 크게! (¡Mas fuerte!)
광대가 수줍어하는 사람들한테 계속 짓궂게 말을 시키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업시켰다. 나중에는 아이들을 불러내서 가면을 씌우고 우리나라의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랑 비슷한 게임을 시켰다.
여기서 한참이나 구경하다 갔다. 보고 있으니 은근 재밌었다. 전에 마리아치한테 당했던 거 때문에 불러낼까 봐 뒤에서 몰래..
Monumento a la Constitución
길 걷다 발견한 기념비. 사까떼까스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Templo de Fátima
공원 쪽을 지나던 중 나무 사이로 날씬하게 모습을 드러낸 핑크빛 성당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 봐야지.
이름은 파티마 성당. 표지판에 낙서와 스티커가 덕지덕지. 걸어가는 길에 어떤 멕시코 남자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며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그냥 한 블록 정도 같은 길을 가던 중이었고 얘기를 하다 갈림길이 나올 때 쿨하게 헤어졌다. 역시 멕시코 사람들은 정말 친화력이 좋다.
대성당보단 훨씬 작지만 굉장히 세련되고 화려하다. '핑크시티'의 성당다운 모습이다.
간판이 재밌어서 사진을 찍었다. Tu hambre termina aquí. 당신의 배고픔은 여기서 끝난다. 구멍가게치곤 멋진 카피 아니겠는가.
Galeria de arte
사까떼까스에도 박물관과 갤러리가 많다. 여기는 우연히 들린 갤러리이고 규모도 아담한 곳이었는데 추상화나 그림 색감들이 좋았다.
이런 느낌들의 그림이 가득가득.
난 지금 내가 어딘지 모른다아아아 ..
Ex Templo de San Augstín
지도를 보니 여긴 아우구스띤 성당. 그렇다면 위의 건물은 Palacio Legislativo(의회?)인가 보다, 라고 지금 사진 정리를 하며 깨닫는다..
Parroquia de Santo domingo
이 성당은 문 닫기 직전에 들어가서 금방 보고 바로 나왔는데 밖에 비해 내부는 화려했다. 문지기 아저씨가 문을 걸어 잠그면서 내일 또 오라며 반갑게 인사해 줬다.
알라메다 공원부터 산토도밍고 성당까지의 거리에 많은 것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 거리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이쪽에 있는 OXXO에 들락날락거리며 멕시코 편의점 과자들을 사 먹고 다닌 것이다. 그래서 지도를 보며 다른 건 헷갈려도 이 옥쏘만큼은 딱 알아봤다. 나쵸가 진짜 맛있었던 기억..
Museo Zacatecano
/30pesos
광산에 관한 글에서도 소개했었지만 이 박물관은 역사, 문화, 종교, 예술을 총망라하고 있는 정말 큰 박물관이다. 사까떼까스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있다. 떠나기 하루 전날 갔는데 천천히 보면 하루 종일 걸릴 것 같다. 박물관은 사실 그냥 습관적으로 둘러볼 때도 있었는데 여기는 정말 좋았다.
파랑: 나는 하늘과 바다를 뒤덮고 있는 색이에요. 비단처럼 부드러운 나의 층 안에서는 자연의 샘을 찾을 수 있어요. 이 세상에서 나의 역할은 사람들이 갈증으로 인해 죽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검정: 나는 잃어버린 연인들이 사는 밤의 왕국이에요. 꿈과 무한한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예요.
(el hilo conductor : https://arnoldorangel.wordpress.com/2014/01/25/el-hilo-conductor/)
사진과 미술작품들에 이어 멕시코 자수 디자인과 패턴이 있는 전시관에서 홀린 듯 보고 있는데 박물관 문 닫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해서 아쉬웠는데, 직원들이 미안해하면서 내일 다시 오면 그냥 무료로 이어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그 말과 표정에 나는 또 한 번 감동했다. 박물관에 늦게 들어와 시간 안에 다 못 본건 내 잘못인데. 매번 느끼지만, 정이라는 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Museo Pedro Coronel
/30pesos
산토도밍고 성당 바로 옆에 뻬드로 꼬로넬 박물관이 붙어있다. 고전부터 현대, 동양과 서양, 등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
Plaza de Armas y Palacio de Gobierno
(아마도) 정부 청사와 넓은 아르마스 광장. 들어가 볼 수 있는 거 같은데 들어가 보진 않았다. 바로 옆에 대성당이 있기 때문에 여긴 지나가기만 갔다. 펄럭이는 깃발에는 모두 'Trabajemos diferente'라고 쓰여있었는데 'Hi Seoul'이나 'I Seoul U'처럼 2016-2021년의 도시브랜드인 것 같았다. 멕시코에도 이런 게 있구나.
우린 남다르게 일하자, 특별하게 일하자, 정도가 되겠다. (여기도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것인가..ㅋ)
Catedral
사까떼까스를 상징하는 대성당. 실제로 보면 굉장히 커서, 감히 이렇게 사진 한 장으로 담은 것이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다. 앞쪽 공간도 넓지 않아서 폰카메라로는 한 프레임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것 같다.
대성당은 밤이 되면 화려함을 마구 내뿜는다. 앞장서서 핑크시티의 비밀을 보여주려는 듯,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 변신을 믿기 힘들 지도 모르겠다. 밤거리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미나'같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까떼까스. 사까떼까스에서의 나는 매 순간 admiradora였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밤과 노을과 공원을 마음껏 동경하고 마음껏 좋아하다 간다. (한국어로는 쓰면 '감탄하는 사람'이라 어색해서 그냥 스페인어로 쓴다.)
또 올 수 있을까.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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