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dalajara#4 Lago de Chapala
"야-" 하고 외치면 "호-" 하고 받아줄 것만 같은 곳, 이 호수의 이름은 'Chapala'.
멕시코의 여느 지역처럼 햇살은 어김없이 강렬했다. 호수는 별일이 있냐는 듯 태연히 흐르고 있었다. 파도처럼 하얗게 부서질 것도 없었고, 바위처럼 웅장할 것도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서 가끔 노 젓는 리듬에 따라 정직한 노래를 자아내었다.
고요한 풍경이 내게 넌지시 묻는다.
ㅡ이곳엔 왜 왔니?
모르겠어요. 의지도 없이 흘러가는 당신의 물결처럼, 흘러 흘러 왔어요.
ㅡ이제 무엇을 할 거니?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직은,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조금 더 머물다 갈게요
차빨라 호수는 투어 중에 오게 된 곳이다. 그래서 마을을 자세히 둘러보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이곳 호수에서 두 커플과 나는 세 무리로 찢어져서 잠시 각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셋으로 나누어지기 전, 같이 근처 성당을 둘러보고 호숫가로 나왔는데 그때 치와와에서 온 아주머니가 몇 장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도 그 커플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멕시코 땅은 무지막지하게 넓어서 누구나 원하는 스타일의 여행을 찾을 수 있다. 도시 간 버스가 10시간이 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여러 도시를 돌며 느낀 건, 멕시코에선 자연환경보다는 아기자기한 콜로니얼 마을이나 박물관, 피라미드 유적 등을 즐기기 더 좋다는 것이다. (칸쿤 등 해변도 많지만 전형적인 휴양지 느낌이다.)
사실 원래 도시보다는 자연환경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멕시코의 개성 있는 마을들을 여행하는 데에도 재미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바다처럼 탁 트인 호수를 만나니 또 좋다.
이 넓고 환한 길을 혼자 걸었다.
천천히, 말없이, 우윳빛 햇살 속을 헤치며.
스위스 몽트뢰의 호숫가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호수의 평화로움은 마음의 표면을 다스려준다. 마음이 물결처럼 잔잔해지면, 풍경을 바라보는 일이 즐겁다.
마음과 풍경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다. 호수가 투명하다는 건 그런 뜻이었을까.
햇살이 내리쬐는 예쁜 거리. 시원스럽게 뻗은 거리와 꽃 화분, 국기 장식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빈 의자에 앉아 풍경을 바라본다.
풍경도 나도 고요하다.
호수가 내게 말한다.
얼마든지 머물다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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