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이렇게나 밝을 수도 있구나

Oaxaca#3 달빛

by 세라


눈이 부셨다. 달이 이지러짐 하나 없이 말갛게 피어나 있었다. 새들이 둥지로 돌아가듯, 빛들이 달의 테두리 안으로 얌전히 갈무리되었다. 촘촘해진 빛의 입자들은 어둑한 세상에 소복소복 내려앉았다. 나는 와하까 거리 어디엔가 멈춰 서 있었다. , 달이 이렇게나 밝을 수 있구나.


달은 해 다음을 잇는 릴레이 주자처럼, 어둠 속으로 꺼져가는 빛을 부드럽게 휘감아 안았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바톤을 이어받아, 자기 방식대로 세상에 불을 지폈다. 마술쇼의 한 장면 같은 그 점화는 대성공이었다.


세상에 달이 두 개가 아니라면, 어째서 나는 저토록 환한 달빛을 처음 보는 걸까. 내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구름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달은 언제나 릴레이를 이어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멕시코여서가 아닐 것이다. 와하까여서가 아닐 것이다. 나는 바쁜 삶 속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달빛은 정말로 눈이 부셨다.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은 원석처럼 군더더기가 없었다. 빛이 세상을 밝히자 어둠 또한 선연히 느껴졌다. 살아오면서 30년 가까이 자각하지 못했던 세계가 물경 열렸다. 은하계의 저 먼 행성이 내 안으로 빨려 들어와 조용히 원을 그렸다.


아, 나는 와하까에서 본 그 달의 색깔을 잊지 못한다.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이토록 사소한 것이다. 예전에 잃어버린 것일지, 처음 본 것일지 모르는 그 빛의 감각을, 나는 내 안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새겨 넣었다. 어느 땅 위에서도 마음을 눈부시게 밝혀주길 바라면서…….



Yo en Oaxaca vi una luz de luna inolvidable, a mi las cosas simples me impresionan mucho.



낮은 뒷산에서 내려다 본 와하까의 야경
산에서부터 마을 어귀까지 우리를 따라오던 작고 귀엽고 검은 고양이
와하까의 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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