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하까에서의 마지막 순간

Oaxaca#14 해질녘

by 세라


그토록 맑고 밝던 이 도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는 순간이 있었다. 떠나기 직전 딱 한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와하까가 보여 준 어두운 모습이었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하루의 끝자락에 발을 디디고 서 있다.



콜로니얼 거리에 몽글몽글 내려앉는 컬러들은 여지없이 아름다웠다.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아도, 특별한 랜드마크가 보이지 않아도 충분했다. 빛들은 건물 사이사이의 낮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ㅡ흡사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홀로 도시를 떠돌아다니고 있는 여행자처럼.



와하까에 대한 기억ㅡ 민박 사장님께서는 와하까에서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피아노 학원을 등록할 수 있고 거기 가서 하루 종일 마음대로 놀 수도 있다고 하셨다. 어떤 여행자는 저녁마다 일일 댄스 클래스에 갔다가 흥분이 채 덜 가신 얼굴로 돌아왔다. 어떤 여행자는 한 달을 눌러앉아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나에게도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나는 여기서 무엇을 했을까?


단 사흘이었지만, 거리에 내려앉는 노을을 바라보는 일은 나에게는 피아노를 치는 것만큼이나, 춤을 추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길 끝 어딘가로 남은 빛들이 빨려 들어갔다. 떠날 시간이라는 뜻이다. 노을의 흔적이 모두 사라지자, 조용히 사방을 지키던 빛의 둑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어둠의 봇물이 터진다. 거리로 어둠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와하까에서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릴 때쯤, 기다렸다는 듯 비가 내렸다. 이 사진들은 굵은 빗줄기들이 쏟아지기 전, 마지막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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