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하까 Day4

Oaxaca#13 갤러리, 도시 탐방

by 세라

전날 하루 종일 투어로 강행군했던 우리를 위해, 민박 사장님께서 해장짬뽕(!)을 만들어 주셨다. 정말 한인민박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어젯밤 타코 가게에서부터 먹신이 내린 나는,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역시 해장으론 국물이 진리야!



오늘은 와하까에서의 마지막 날,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자유롭게 움직이기로 했다. 나는 저녁때의 산크리스토발행 버스를 기다리며 발걸음 닿는 대로 도시를 걷기로 했다.



바깥에 나가 보니 오늘도 어김없이 화창한 날씨다. 구름이 참 선명하구나. 무엇을 할까, 아직은 계획이 없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며, 와이파이로 지도를 살펴보니 가까운 곳에 사진 갤러리가 있었다. 먼저 거기 가보기로 했다.



아담한 사이즈의 사진 갤러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여행 중에 시간이 남을 때면 그 지역의 대표 박물관을 찾아가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기도 했지만,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도 자기 관심사를 찾아서 가면 대부분 만족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박물관을 갔지만 좋아하는 분야(사진)로 찾아오니 혼자서도 많은 뷰포인트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갤러리에 있는 팜플렛을 보니 와하까 시내의 다른 갤러리들이 잘 설명되어 있었다. 덕분에 하루 내내 이런저런 주제의 작은 갤러리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러리의 공간마다 개성 있게 펼쳐진 세계를 만나고 나오면, 피사체를 찾아 사진을 찍으며 거리를 돌아다녔다. 여행 안의 여행이랄까. 홀로 와하까의 색을 찾아다닌 오후였다. 색깔은 이날 여행의 작은 테마가 되었다.


#와하까의 컬러를 찾아서



와하까의 우울한 날이란 전혀 상상되지 않는 것이었다. 한 번도 비를 맞아본 적 없는 도시 같았다. 햇볕이 내리쬐니 발걸음이 절로 느려졌다. 나는 산토도밍고 성당부터 여러 성당 앞을 지나다니며 와하까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 다녔다. 실은 이날 밤엔 억센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는데, 햇빛의 강렬한 각인 때문일까, 어둡게 변신하는 와하까의 모습은 거짓말 같았다. 아니, 마법 같았다. 와하까는 내가 있었던 사흘 내내 햇빛으로 인한 콘트라스트가 강렬했고, 떠나기 1시간 전쯤 마구 흐려지는 모습을 봤을 뿐이다.


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 la Soledad


걷다 보니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성당도 발견했다. 이곳 광장은 아주 넓었다. 근처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Nieve광장도 있는데, 이곳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고 가면 딱 좋을 것 같다. 나는 이미 시장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서 아쉽지만 지나가기만 했다.


시장에서 사먹은 아이스크림


돌아다닌 건 하루 종일인데, 글로 풀어내려니 글재주가 짧아 아쉽다. 혼자 있을 땐 식사를 잊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해 질 녘쯤 한 군데 들어가서 왕창 몰아 먹고는, 자기 전에 맥주를 홀짝였다. 이날은 장거리 버스 안에서 푹 잘 요량으로 두 가지를 한 번에 했다.



출출할 때쯤 눈에 띈 한 레스토랑. 사실 일몰 타이밍을 기다리려고 루프탑을 보고 들어간 곳이다. 스파게티는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 메뉴인 것 같다. 내가 혼자 만들어도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 메뉴인 걸 봐도(..!?) 저녁식사 122 pesos.



천천히 먹구름이 내려앉는 와하까의 모습과 노을이 지는 순간들은 너무나 특별해서 따로 기록해 두려 한다. 와하까에서의 사흘이 이렇게 훅 지나갔다. 와하까에서 남들이 말하는 고기 시장 먹방 같은 건 하진 못했지만, 나에게도 역시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을 보면 풍성한 매력을 가진 도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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