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xaca#12 석회암 온천, hierve el agua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온다고 했던가.
이 날의 주인공은 우리를 너무 기다리게 했다. 와하까에 여행을 오면 대부분 Hierve el agua에 꼭 들리게 된다. 나는 한인호스텔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같이 투어를 예약하게 되었다. 하지만 투어에서는 Hierve el agua에 이르기까지 들렀다 가는 곳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얄밉게도 볼멘소리가 나올 쯤이면, 주인공이 딱 등장해 이 모든 불만을 잠식시킨다.
투어의 일정을 짧게 요약하면 ①El tule ②직물공장(염색) ③메스깔공장 ④미뜰라 유적지 ⑤Hierve el agua +레스토랑
의 여정이다. 가격:200pesos
투어는 숙소에서 다 같이 출발했기 때문에 한국인들 무리로 다니게 되었다. 가기 전에 사장님이 코스나 식당에 대한 팁을 주셨다. 우리는 아침에 사장님이 별도로 판매하는 김밥을 다 같이 한 줄씩 주문해서 챙겨 갔다. (1줄 40pesos)
El tule
엄청나게 큰 나무, 입장료 10pesos(600원)
뚤레 나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나무만 덩그러니 있어서 크게 볼 건 없긴 하지만, 600원 내고 좋은 기운을 받고 가는 거니까. 그래도 나무는 정말 정말 크긴 했다. 살면서 지금까지 본 나무 중에 제일 크다!(나무 입장에서 귀여운 생각. ㅎㅎ)
스피드하게 한 바퀴 둘러보고 바로 버스로 돌아가야 한다. 아래는 엘 뚤레 바로 앞에 있는 공원 풍경.
직물 공장
멕시코 남부 와하까와 치아파스 주에는 이런 예쁜 직물들이 많다고 하여, 투어를 하면 꼭 이런 공장에 들린다. (사실 중남미에서 투어를 할 때마다 꼭 이런 곳에 한번에 들렸다.)
그래도 이렇게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공장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주인이 직접 관광객들에게 직물 짜는 것에 대해 설명과 시연도 해 준다. 물론 구매 타임도 있었지만 사지는 않았다.
메스깔 공장
바로 직전 과달라하라에서 데낄라 투어를 갔었다. 뒷마당에서 술의 원료가 되는 선인장을 구경하고,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도 해 주지만 실은 아무도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들 시음하는 시간에 유일하게 표정이 밝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과달라하라 데낄라 공장이 더 나았던 것 같다.)
#과달라하라 데낄라 투어
벌레가 들어간 메스깔도 보여주는데, 실제로 벌레는 그냥 비주얼 효과일 뿐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짐 무게와 이동 때문에 무거운 액체는 절대 사지 않았었는데, 이 날은 왜 그랬는지, 같이 투어를 갔던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결국 한병 따라 사고 말았다. 원래 잘 지켜왔던 대로 참을 걸, 나중에 조금 후회했다. 딴 얘기지만 나는 가족들이랑 같이 먹으려고 기껏 생각해서(!) 샀는데, 가족들은 내가 없을 때 냉장고에 넣어둔 메스깔을 다 먹어 치워버렸다(!!) 결국 나는 맛도 한번 못 봤다(...)
미뜰라 유적지와 레스토랑
중간에 미뜰라 유적지와 식사를 위한 레스토랑도 들른다. 하지만 우리는 사장님이 추천한 대로 둘 다 가지 않았다. 미뜰라 유적지는 크게 볼 것도 없고, 경유지여서 패키지에 끼워 넣은 것이며, 레스토랑 역시 전형적인 관광객 상대의 식당이라 그냥 와하까 시내로 돌아와서 먹는 게 더 낫다고 하셨다. 우리는 우리끼리 미리 싸온 김밥도 먹고(중간에 한개씩 한개씩 뜯어먹다 보니 반밖에 안남아 있었다..), 미뜰랑 유적지 대신 뒤쪽 작은 시장을 돌아다니며 옷 쇼핑도 했다. 다들 하루 이틀 전 처음 알게 된 사람이지만, 여자들끼리 같은 티를 맞춰 사고 남자들한테 몸빼바지 같은 걸 추천해주며 기다리는 동안 즐겁게 보냈다. 같은 티를 살 때는 "우리는 무려 1명도, 2명도, 3명도 아니고 4명이 사는 건데 좀 깎아달라"고 딜을 시도했는데, 결국 흥정이 통했다!
Hierve el agua(이에르베 엘 아구아)
50pesos
드디어 도착! 이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은 오후였다. 산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면 Hierve el agua가 나온다. 가는 길에는 멕시코답게 선인장이 정말 많았다.
이런 풍경은 멕시코=선인장이라는 편견을 더욱 굳혀준다. 예전에 어떤 멕시코 친구가 무척 억울해하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멕시코 사람이라고 뒤뜰에 다 선인장 키우는 거 아니거든!"
산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수풀 사이로 점점 Hierve el agua의 풍경이 나타난다. 여기에 오기 위해 긴 시간을 버텼기 때문일까, 그림자가 길어졌기 때문일까, 왠지 더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Somos coreanas!
연못은 인공이지만, 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조그맣게 석회수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곳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Hierve el agua(물이 끓는다)인 것이다. 끓는 건데도 전혀 뜨겁지 않고 미지근했다.
들어가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우리 중에서는 아무도 들어가지는 않았다. 실은 투어가 아니라 따로 오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사람들이 저 호수의 경계에 서서 멋진 사진을 많이 찍는다.(나도 한 장 남길 걸 그랬나?)
이곳에서 산의 능선들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해가 떨어지는 동안 왠지 기분이 묘해져서 잠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한 바퀴 돌며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다. 그래서 셀카는 한 장도 없지만 풍경 사진은 많이 남았다. 그래도 이렇게 뷰포인트에서 사람들이 찍어준 사진이 있어서 감사하다.
타코 타임!
투어가 끝난 후 사람들과 함께 시내에서 맛있는 타코 집을 찾아가 다들 걸신들린 듯 와구와구 먹었다. 하루 종일 김밥 한 줄밖에 먹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린 정말 엄청나게 많이 시켰다. 나만 해도 타코와 부리또 등을 120페소 치나 먹었는데, 일반 타코 하나 가격이 10페소도 안 되는 걸 생각하면(..) 오랜만에 사람들이랑 함께 있어서 더 신나게 먹었던 것 같다. 이날 우리 한국인 6명은 단연 타코 가게의 VIP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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